지난 날의 기억이라는 것은 대부분 안주거리처럼 남아집니다. 뛸듯이 기뻤던 일도, 죽음 같았던 절망도 세월에는 좀처럼 견뎌내지 못하지요. 무대포로 용의자들을 족치던 박두만에게도, 그토록 사건 해결을 염원하던 서태윤에게도, 심지어는 범인에게마저도 살인 사건은 그저 추억으로 남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뚜렷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좀처럼 추억이라는 이름이 허용되지 않기도 하지요. 그때에 과거는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조금씩 잠식합니다. 힘겨운 수사 과정 속에서 다리마저 절단해야 했던 조용구에게는, 과연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을런지요. 무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가족들에게도 살인은 과연 희석될 수 있는 과거일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