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신예에 가까운 영국 출신 크리스토퍼 놀란의 출세작이라 할만한 영화 <메멘토>.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출품을 통해 호평을 얻어낸 뒤 선댄스, 도빌 시체스 카탈로니아 및 부천 영화제 등을 돌며 각본상, 관객상 등을 휩쓸고 www.imdb.com에서는 '와호장룡', '유주얼 서스펙트' 등을 제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입소문을 타고 드뎌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이러한 과정과 여러 매체를 통해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흥미롭고 현학적이라는 소문은 관객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음은 물론이다. 스릴러라는 쟝르를 빌리면서 단일한 시간의 흐름을 조각내어 다시 감독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재편집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해서 이 방법에 익숙치 않은 관객은 상당히 얼빵하게 되고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관객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영화는 제목처럼 "사실"과 "기억"에 관한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일깨운다.
전직 보험사 직원이었던 레너드는 머리를 다치는 사고 뒤 단기 기억상실증이란 상당히 특이한 병에 걸린다. 사고 전의 기억은 멀쩡하지만 이후의 기억은 없다. 방금 10분을 제외하고는.... 그가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자신의 아내가 강간당한 뒤 살해 당했다는 사실과 범인의 이름이 존 G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기기억상실증때문에 종합적인 사고와 추리가 불가능해지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메모에 집착하게 된다. 동시에 관객들은 레너드의 10분짜리 기억에 매달려 이야기를 읽고 범인을 쫓아가야 한다. 흥미 진진한 게임과 같은 영화다. 대신 편한 자세로 팝콘과 콜라를 끼고 느긋하게 볼만한 영화 리스트에선 삭제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일듯!
참고로 'LA 컨피덴셜'에서 상당히 얍실하게 나왔던 엑슬리 경사, 가이 피어스가 레너드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참으로 희한한건 이번엔 별로 안 얍실하다는 거다. 대단한 분장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