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내 아들아.
인간의 손에서 컸지만 너는 그들과 다르다.
인간은 위대해지길 꿈꾸며 잠재력이 있다.
인도해 줄 빛이 있다면.
바로 그 선한 인간들을 위해 널 보낸다...
내 하나뿐인 아들을...
수퍼맨은 자신이 살던 크립톤 행성을 다시 방문하지만 폐허가 되어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발견하고 절망감 속에 지구로 귀환한다.
그가 고향으로 떠난 동안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의 연인이었던 로이스 레인은 한 남자와 결혼하여 살고 있다.
여전히 활발한 커리우먼인 그녀는 '우리는 왜 더 이상 수퍼맨을 필요로 하지 않는가?'라는 글로 퓰리처 상을 받을 예정이다.
수퍼맨... 아니, 클라크 켄트가 없어도 그의 직장인 데일리 플레닛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한편 수퍼맨이 사라짐으로써 기회를 엿본자가 있으니...
랙스 루더...
그는 부잣집 노인의 유산을 가로체고 거기에 세계 정복을 꿈꾸려는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중...
수퍼맨의 거처였던 북극의 지하요세에 침입하여 수정을 훔치고 달아난다.
이 수정은 수퍼맨에는 학습용으로 만든 수정이지만 사악한자에 손에 넘긴 이상 이 수정은 더이상 이로울 수가 없다.
수퍼맨의 굴욕, 수퍼맨의 비애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여전한 우리의 수퍼 히어로로 남을 것인가?
수퍼맨을 언제 봤더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하지만 내가 수퍼맨 시리즈에 관심을 갖은 것은 1993년에 등장한 TV 시리즈 '로이스와 클라크'(Lois & Clark : The New Adventures Of Superman)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SBS에서 방송되었고 (1997년 시즌 3이 방송됨) 당시 수퍼맨 역을 맡았던 성우 장세준 씨는 같은 해 KAL기 괌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런 저런 의미에서 나는 수퍼맨은 좀 특별한 TV 시리즈였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수퍼맨은 DC 코믹스가 만든 만화라는 사실이다.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의 이 작품은 수퍼맨이라는 인물을 통해 미국의 경제 불황기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하였던 장본인이다.
(영화 주간지 FILM 2.0 289호에는 18 페이지에 달하는 수퍼맨 특집을 실었다. 수퍼맨의 역사가 잘 소개되었으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시겔과 슈스터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영영 갖지 못할 뻔했지만 결국 워너가 두손들고 항복함으로써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영화의 오프닝을 보면 시겔과 슈스터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1980년 슈퍼맨 2편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1980년과 2006년...
엄청난 시간차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1985년 당시 상황을 이야기 했어야 옮았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기에는 시나리오가 문제가 있었나 보다.
2000년대에 맞게 상황을 고쳤다.
당연히 인터넷이 깔린 데일리 플레닛 사무실과 디카폰으로 슈퍼맨의 활약상을 찍는 파파라치(?)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 작품은 옥의 티로 남는다.
그러나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 시리즈(3편)를 버리고 이 작품을 선택함으로써 수퍼맨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물론 지금은 세상을 떠난 원조 슈퍼맨인 크리스토퍼 리브에게도 경의를 표했다.
(이것 또한 엔딩 크레딧에 올라와 있다. 크리스토퍼 리브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이다.)
영화는 앞에서 말했듯이 현대적이다. 하지만 대형 TV와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가 고작일 뿐 데일리 플레닛의 사무실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든다.
엘리베이터 세트라던가 그들이 신문을 읽고 있는 장면들, 그리고 출퇴근 장면들이 바로 이 아날로그 적인(혹은 촌스러운) 느낌을 연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썰렁하면서 재미있는 그들의 조크이다.
가령 한 소년이 슈퍼맨의 활약상을 찍은 디카폰 사진과 데일리 플레닛 기자의 식별이 불가능한 수퍼맨의 사진을 비교하며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편집장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거 새인가? 아니면 비행기인가?'라고...
이는 1966년 브로드웨이에서 수퍼맨을 소재로 한 뮤지컬 '새다, 비행기다, 슈퍼맨이다'를 재미있게 패러디한 장면으로 생각이 되어 진다.
아울러 랙스의 아지트에 얼떨결에 잠입한 로이스와 그녀의 아들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세계 정복에 대한 야심찬 꿈을 로이스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엉뚱하게 랙스가 하는 말에 로이스가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 저만치 랙스의 부하가 대답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니깐 현문우답, 혹은 사오정식 대답을 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폭소를 자아낸다.
사실 알고 보면 썰렁한 유머이지만 자칫 심각해질 수도 있는 장면에 웃음을 집어넣음으로써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영화는 또한 수퍼맨(혹은 칼, 혹은 클라크)에 대한 자아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칼의 아버지인 조엘이 그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영화에 자주 반복이 되어진다.
더구나 이 조엘의 역할을 맡은 말론 블란도의 1978년 화면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감독이 수퍼맨 시리즈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고 있지만 자주 반복을 시킴으로써 수퍼맨(칼)의 자아 정체성에 관한 의문을 풀어주려는데 노력했다.
이 영화는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슈를 주었던 작품이다.
수퍼맨을 예수로 비유한 설정이라던가 수퍼맨은 동성애자라는 이야기 등등...
하지만 항상 내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 하듯이 영화는 영화로 받아들이자는 이야기를 여기서도 하고 싶다.
물론 에수와 수퍼맨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 있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가 아닌 크립토 나이트라는 광물에 몸이 박혀 고통을 보이는 수퍼맨의 모습은 비슷해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패러디일 수도 있고 그냥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이 영화의 제작진이 의도를 밝히지 않는 이상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동성애자(호모)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나와있는지 모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만 슈퍼 히어로와 인간(로이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 수퍼맨 자신이 안타까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돌아온 수퍼맨은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그리고 신세대들에게는 왜 그토록 부모님 세대가 빨강 스판의 사내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것이야 말로 '세대공감 올드 & 뉴'가 아닐까?
PS.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라면 로이스의 아들(진짜 친아버지는 누구인지는 마지막을 보면 안다.)이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Heart & Soul '이란 제목의 이 곡은 우리에게는 모 생명보험의 BGM으로 심심치 않게 사용되는 곡이다.
나는 자꾸만 그 장면을 보면서 '080-***-4949...'라는 CM송이 생각이 나는 이유가 뭘까?
아울러 과거 슈퍼맨이 지금의 슈퍼맨과 다른 점이 있다.
이제는 절대로 회전문이나 공중전화 박스에서는 변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전문에서 로이스와 클라크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있지만 더 이상 회전문은 그 이후 등장하지 않았다. 또한 휴대폰의 보급으로 공중전화 박스가 많이 줄어든 이상 공중전화 박스의 변신 장면 역시 사라진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