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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불쌍한 사람, 아니 외계인 수퍼맨 리턴즈
jimmani 2006-06-30 오후 8:48:24 8799   [16]

모든 만화 속 히어로들의 아버지, 할아버지격은 될만한 "수퍼맨"이란 캐릭터는 기초적인 설정에서부터 장단점을 동시에 먹고 들어간다. 우선, "엑스맨"과 더불어 대표적인 선천성 수퍼히어로로 꼽히는(물론 그 역사는 한참 더 오래됐지만) 수퍼맨은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태생적으로 인간이 아니다. 크립톤이라는 미지의 행성에서 태어난, 쉽게 말해 외계인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가 가진 능력들 또한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도무지 힘든 스케일을 가진다. 이는 그의 능력에 있어서 그 상상력의 범위를 거침없이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오락적인 미덕이 극대화되는 장점이 있으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내용을 선호하는 대다수의 대중들의 입장에서 거의 신적인 그의 능력은 자칫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라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외계인이라는 초기 설정에서부터 만화적이고 압도적인 스펙터클과 동시에 유치하고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까지 받기 십상이었던 캐릭터 "수퍼맨"이 근 20년만에 <수퍼맨 리턴즈>라고 제목에서부터 컴백을 당당히 알리며 돌아왔다. 가뜩이나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요즘에 이 영화는 수퍼맨 캐릭터의 특성상 양날의 칼을 가진다. 지구는 물론 우주를 초월하는 수퍼맨의 능력은 제작비에 있어서만큼은 한계가 거의 사라진 만큼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반면, 더욱 더 현실적인 전개를 추구하는 관객들에게 지층까지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수퍼맨의 일사천리 해결방식은 역시나 유치하고 과장되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엑스맨> 시리즈를 수퍼히어로 영화 이상의 도발적 태도를 지닌 시리즈로 만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자신이 <엑스맨> 3편의 연출을 포기하고 이 영화를 선택한 만큼,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무사히 재창조했을까.

온갖 재난들을 해결하고 악의 무리들을 소탕하며 국민적 영웅이 된 수퍼맨, 즉 클락 켄트(브랜든 라우스)가 돌연 사라진 뒤 5년, 또 다시 돌연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고향인 크립톤 행성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방황한 뒤. 그러나 그의 바람처럼 세상이 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대번에 눈에 띄게 변한 이가 바로 그의 오랜 사랑이었던 로이스 레인(케이트 보스워스). 그녀에겐 약혼자가 생긴지 오래이고 더구나 5살짜리 아들까지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수퍼맨이 더이상 필요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로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상황이니 클락은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고립감을 느낀다. 한편, 수퍼맨의 오랜 숙적인 렉스 루더(케빈 스페이시)는 또 한번 세상을 뒤집어 엎을 계획을 꾸미는데, 그것은 바로 수퍼맨 최대의 약점인 크립토나이트(고향 크립톤 행성의 운석)를 이용해 지층 내부에 잠자고 있는 대륙을 재창조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것. 그의 무모한 시도는 시시각각 도시를 위협하고, 이런 상황에서 클락은 다시 한번 수퍼맨의 모습으로 도시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이 영화를 만드는데 2억 6천만달러라는 무지막지한 제작비가 들었다는데, 이만한 블럭버스터에서 생판 처음 보는 신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큰 모험일 것이다. 영화의 규모에 걸맞는 무게를 지닌 배우여야 하기에 그렇다. 그러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수퍼맨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 어떤 배우들보다 유명하고, 때문에 수퍼맨의 캐릭터를 온전히 체화할 수 있는 배우를 원했다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수퍼맨(동시에 클락 켄트) 역의 브랜든 라우스(흔히들 브랜든 루스라고 하던데 원래 미국식 발음은 "루스"가 아니라 "라우스"다)는 꽤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우선 외모상으로 볼 때, 그는 완벽한 수퍼맨의 모습이다. 우리가 대표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수퍼맨의 모습인 크리스토퍼 리브와 매우 흡사한 조각같은 외모는 기본이요, 훤칠하다못해 멀대같은 키와 건장한 몸매-약점이라곤 없이 이상적인 신체적 조건은 수퍼맨 특유의 "무한체력 외계영웅"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의외로 소심한 클락 켄트의 모습에도 이 배우는 꽤 어울린다. "키가 크면 싱겁다"는 속설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 수퍼맨 때와는 달리 내내 눈만 껌뻑거리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소심남 클락 켄트의 모습은 또 한번 적절하게 매치가 되면서 마초적인 면과 내성적인 면을 동시에 소유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지 않았나 싶다. 나지막한 중저음의 목소리도 역시 수퍼맨 특유의 중후한 멋을 더해주었고.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에게 "수퍼맨"이라는 이미지와 동시에 병렬되어 떠오르던 크리스토퍼 리브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우려가 되었다면, 그 걱정은 놓으셔도 될 듯하다. 브랜든 라우스의 모습 역시 수퍼맨 특유의 영웅적인 카리스마를 그대로 이어받았으니 말이다.

로이스 레인 역의 케이트 보스워스와 렉스 루더 역의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 역시 만족스러웠다. 우리에겐 올랜도 블룸의 연인으로 더 잘 알려진 케이트 보스워스는 사실 이 영화 속 갈색 머리보다는 금발 머리가 더 낯이 익었고, 그래서 고전적인 미인이라기보다는 자유분방하고 쿨한 현대 여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여준 갈색 머리에 다소곳한 고전적 이미지의 여인으로서의 모습도 꽤 잘 어울렸다. 더구나 기존의 로이스 레인의 캐릭터의 현대적인 면을 더 강조해 자기 주장 분명하고 호불호를 겉으로 뚜렷이 드러낼 줄 아는 당당한 여인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더욱 더 능동적이 된 로이스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악당을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의 경우는, 악의 카리스마를 영화 내내 풍기는 전형적인 악역이라기보다 막말로 어딘가 싸이코 기질을 보이는 광기어린 악역의 모습이 강조되지 않았나 싶다. 때론 어린아이처럼 말장난도 하고 재롱을 부리고, 의례적인 친절한 미소도 아낌없이 날려주시면서도, 세계 정복을 향한 야욕 앞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소름끼치는 근성, 수퍼맨에 대한 무한한 증오심 앞에 어떤 식으로든 고통을 주려 안간힘을 쓰는 사악함 또한 동시에 보여주었다. 그가 잘 연기하는 이미지 중 하나였던 선량한 듯 악랄한 악당의 모습이 이번 영화에서도 잘 표현된 듯 싶다. 더불어 렉스의 파트너 키티와 함께 코믹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도 공을 들인 듯 했다.(키티가 던진 "너 머리 빠진다"와 같은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그외, 이제는 고인이 된 말론 브란도(1편에서 클락 생부인 조엘 역)가 수정 위에 얼굴을 드러내 다시금 그 목소리를 들려준 부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밖에도 영화에는 <워터프론트>,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등의 고전 명작에 출연한 에바 마리 세인트가 클락의 어머니로 출연하고, 가장 먼저 만들어진 48년작 <수퍼맨>에서 로이스 레인으로 출연했던 노엘 닐이 초반부 렉스 루더에게 막대한 재산을 상속하는 노파로 등장하는 등 이 영화는 모습을 드러내는 배우들의 면면 만으로도 수퍼맨의 부활이 가지는 무게를 더하고 있다.

영화는 2억 6천만 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만큼 막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비록 생각했던 것과 달리 150분 내내 쉴새없이 거대한 볼거리로 휘몰아치는 건 아니지만, 한번 수퍼맨의 활약을 보여줬다 하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퍼맨의 능력이 워낙에 "전지구적"을 넘어서 "전우주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가 펼치는 거대한 초능력의 향연을 보자면, 가장 최근에 개봉한 수퍼히어로 영화인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금문교를 들었다놨다 하는 것조차도 앙탈 정도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비행기 추락신과 구출신을 비롯해, 가라앉는 배에서의 구출신, 마지막 지구를 위기에 몰아넣는 땅속 대륙을 끄집어내는 장면들까지 그의 막대한 힘이 만들어내는 볼거리들을 보자면 상상력의 한계조차 말끔하게 꺾어버리는 수준의 스케일이라 그저 입이 떡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수퍼히어로 영화들과는 달리 수퍼맨이 대처해야 할 현실의 위기는 그저 도시 한 군데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거의 지축을 뒤흔드는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큰 스케일의 장면들 뿐 아니라 예고편에도 등장했던 그 장면, 총알이 수퍼맨의 눈동자에 맞고 찌그러지는 장면 등 아기자기한 면에서도 수퍼맨의 놀라운 능력을 과시하는 장면들이 속속 등장해 감탄을 자아냈다. 사실 <수퍼맨> 시리즈의 원작은 역대 수퍼히어로 만화들 중 가장 먼저 나왔다고 할 수 있는데(대공황 때엔 1938년에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반면에 이 원작이 표현할 수 있는 스케일은 영화 기술이 최첨단으로 발달해야 가능할 만큼 그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제 못할 게 없는 헐리웃 최첨단 그래픽 기술을 만나 탄생한지 거의 70년이 다 되어서야 다시금 "수퍼맨"을 세상에 나들이 보낸 것은 원작이 지닌 만화적 상상력을 보다 시각적으로 후련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의외였던 것은, 막대한 제작비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며 예전보다 그 때깔이 훨씬 높아진 수준의 볼거리를 선보이는 반면에 이 영화는 동시에 나온지 오래된 원작에 걸맞게 꽤 고전적인 구석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시대 배경은 LCD 모니터나 휴대전화 등이 수시로 나오는 걸로 봐서 당연히 현대일 것이나, 주된 배경이 되는 신문사 데일리 플래닛의 빌딩 외형이라든가 여전히 이전 영화들과 유사한 고전적이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로이스 레인의 모습은 현대적인 때깔 속에 숨겨놓은 고전적인 감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정말 요즘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클래식한 위압감이 돋보이는 데일리 플래닛의 건물 생김새, 늘 고수하는 단색 정장에다 부드럽게 웨이브를 준 헤어스타일이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주는 로이스의 모습은 요즘 수퍼히어로 영화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전미를 돋보이게 한다. 더불어 수퍼맨과 로이스 레인이 펼치는 하늘 위에서의 아름다운 비행 장면들 같은 경우도 속도감이나 스타일리쉬함에서 벗어나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역시나 고전적인 로맨스의 감정을 되살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처럼 <수퍼맨> 시리즈가 갖고 있는 본연의 스케일과 고전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 하는 한편,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 또한 잊지 않았다. 흔한 수퍼히어로 영화가 되지나 않을까 싶었던 <엑스맨> 시리즈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손이 가자 각 캐릭터들의 정체성 갈등과 소외감이 강하게 꿈틀거리는 영화가 되었다.(물론 원작도 이런 요소를 담고 있으나 영화화 과정에서 볼거리의 스케일과 대등하게 이런 드라마 구조를 강화한 건 감독의 능력 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감독은 이 천하제일의 영웅인 수퍼맨에게도 이런 방식의 갈등을 덧입힌다. 하긴 어떻게 보면 엑스맨들은 아무리 돌연변이라고 한들 그래도 같은 지구인인데 수퍼맨은 태생부터가 외계에서 왔으니 거기에서 느끼게 되는 이질감은 더 클지도 모르겠다.

시작부터 영화는 5년간 종적을 감춘 뒤 돌아온 수퍼맨을 비춘다. 수퍼맨이 아닌 클락 켄트일 때 그가 보여주는 성격상, 끊임없이 사회생활에 참여해도 사회에 적응할까말까인데 자그마치 5년동안 방황하다 돌아온 지구에게서 그는 더욱 더 강한 이질감을 느낀다. 평소의 소심한 성격 때문이었는지 5년만에 돌아온 클락 켄트의 빈자리를 딱히 크게 느낀 사람은 없다. 절친한 동료였던 지미 올슨만이 그나마도 한쪽이 잘려진 케익을 들고와서는 그의 컴백을 축하할 뿐, 나머지 동료들은 그저 어제 퇴근했다 오늘 출근한 사람처럼 클락을 대접한다. 그나마 따뜻한 관심으로 바라봐왔던 연인 로이스 레인은 어느새 아이까지 낳고 약혼자까지 둔, 그야말로 더 이상 넘볼 수 없는 상대가 되어버린 듯하다. 로이스는 지금의 행복에 안주하면서 더 이상 수퍼맨(혹은 클락)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때문에 수퍼맨(혹은 클락)은 그녀의 곁에서 겉돌기만 한다. 이렇게 수퍼맨이 아닌 클락 켄트로서도 그는 일단 사회로부터 소외, 고립되어가는 듯한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태생이 외계인인데다 그만큼 비범한 능력을 지닌 수퍼맨은 인간적인 갈등과 조금 다른 방식의 갈등 또한 겪는다. 자신이 가진 비범한 능력의 원천을 깨닫고, 아버지로부터 자신이 지구를 구원해야 한다는 계시까지 받았으나 막상 돌아온 지구는 자신의 존재를 마냥 반가워하지만은 않는 듯하다. 오히려 클락 켄트일 때보다 더 애틋한 사랑을 나눴던 로이스 레인은 오히려 "수퍼맨이 더이상 필요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로 상까지 받은 상황이고, 나머지 사람들도 5년동안 수퍼맨이 종적을 감췄다고 해서 급격히 상황이 나빠지거나 하지 않고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히 잘만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필요할 것이라 믿었던 세상에 막상 자신을 위해 비워둔 자리가 없다는 것에 수퍼맨은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영화는 외부인의 입장에서 쉽게 "지구"라는 사회 주류에 발붙이지 못하고 주변에서 관찰하며 겉돌기만 하는 수퍼맨의 모습을 비중있게 비춘다. 어떤 인터뷰에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자신 역시 수퍼맨처럼 입양아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그런 점에서 그는 수퍼맨이라는 영웅을 단순히 지구를 구원할 구세주 정도로 그리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사회 주류에 섞여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는 고민스러운 캐릭터로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아무리 대륙 전체를 들어올리고, 추락하는 비행기도 거뜬히 세울 수 있는 수퍼맨이라 한들, 자신의 자리가 없는 듯한 세상에서 느끼는 외로움 앞에서는 그저 하염없이 하늘만 빙빙 돌며 날아야 하지 않는가.

많은 언론들이 이 영화더러 미국식 영웅주의의 부활이라든가, 아버지 신화를 그렸다든가 하는 얘기들을 했으나 나는 사실 보는 내내 이런 처량한 수퍼맨의 처지가 영화에 비중있게 그려진 것이 더 인상적이었다.(또 이렇게 언론이 말한 점들을 또 괜히 반복하며 언급하기에도 좀 그렇고;;) 어쩌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전작들과 비추어봐서 이런 점들이 더 강조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남성들이 오랜 세월 소심한 겉모습 뒤에 강력한 진짜 힘을 지닌 수퍼맨의 모습을 동경해왔고 이상적으로 생각해 왔고, 그런 그의 강력한 힘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수퍼맨에게 크립토나이트와 같은 약점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사실 심리적으로 그는 시작때부터 지구와 그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이질감,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연인으로부터 느끼는 거리감 등 사회 한쪽으로 밀려난 듯한 소외감과 외로움에 고통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가서 그가 마냥 멀쩡히 활약하는 게 아니라 상당히 몸을 다친다는 모습에서만 봐도 그는 생각보다 완벽한 존재는 아니다. 마지막, 로이스의 아들(정말 수퍼맨의 아들일까? 아니면 수퍼맨 혼자 착각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일까? 그건 직접 보시면 아실 것이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 뒤에도 수퍼맨은 다시 하늘로 날아간다. 우주를 그저 유영한다. 이 순간 왠지 나는 "피터 팬"의 모습이 떠올랐다. 보통 사람들과 전혀 다른 출생의 역사와, 전혀 다른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서 느껴야 하는 이질감과 소외감, 그것은 수퍼맨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을 것이리라.

어떻게 보면 그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해서 세계 곳곳의 위기를 물리쳐 나가는 것도 그 나름대로 사회에 무사히 진입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처럼 <수퍼맨 리턴즈>는 5년만에 돌아온 세상에서 그만큼 더 많이 쌓이게 된 심리적 소외감, 고립감과 더 충실히 싸워야 하는 수퍼맨의 초상을 담고 있다. 저건 상식적으로 절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되는 많은 엄청난 재능들을 뽐내면서도, 수퍼맨은 여전히 힘들어한다. 지구 바깥에서 들리는 수많은 이들의 절규를 듣고 시시각각 달려가 그들을 구출하지만, 완전히 그들의 사회에 들어가지는 못한 채 다시 관찰자의 입장에서 돌아가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수퍼맨은 한편으론 많은 이들이 말하듯 모든 이들의 위기를 볼 줄 알고 구해낼 줄 아는 구세주지만, 그가 앓고 있는 속사정을 고려해볼 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대다수 이들의 사회에 흡수되지 못한 채 주변에서 위성처럼 떠돌기만 하는 주변인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런 점에서 단순히 영웅화, 신격화될 수도 있을 이 수퍼맨의 모습에 보다 어둡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심어줌으로써 <엑스맨>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갈등하는 히어로의 모습을 또 한번 무사히 재현해 낸 듯 싶다. 그저 무한체력과 막강초능력을 겸비하며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싸우는 다소 이질적인 수퍼맨의 모습이 아니라, 바깥의 거대한 재앙은 거뜬히 해치우면서 마음 속 작은 파도에는 쩔쩔 매는 보다 공감가는 수퍼맨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자신이 가진 막대한 재능만큼 큰 고생도 감수해야 하는 수퍼맨, 그도 알고보면 참 불쌍한 사람, 아니 외계인이다. 

여담 : 정말로 여담이지만, 영화 내내 삼성 제품들이 상당히 자주 나온다. 이건 그저 살짝 스쳐가는 수준이 아니고, 데일리 플래닛 사무실 내에 달린 LCD 모니터들은 모두 삼성 제품이고, 모니터를 통해 뉴스가 방송되면서 로고가 상당히 크게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로이스 레인의 휴대전화까지도 삼성 제품이다.


(총 0명 참여)
milkmoon
어제 2번째 보고 LCD모니터 삼성꺼 봤어요~
리뷰 정말 잘쓰셨네요. 제 홈페이지에 출처 밝히고 퍼가도 될런지..   
2006-07-05 12:48
mano325
저도 보면서 엇 삼성이다.했던-_- ㅋㅋ LCD에 박힌건 상당히 잘보이더군여   
2006-07-04 23:50
cheeese
저도 로이스의 핸드폰이 삼성인거 찾았어요!!+_+ 싱기했는데.ㅋ   
2006-07-04 13:01
rayser
난 삼성 광고판 하나 빢에 못봤는디....

매니아 답넹,,   
2006-07-03 14:41
dash4015
정말 멋진 리뷰이십니다... 근데 전 아무리 봐도 삼성제품을 못찾았는데ㅋ 대단한 관찰력입니다.   
2006-07-01 03:35
1


수퍼맨 리턴즈(2006, Superman Returns)
제작사 : Warner Bros.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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