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듯했지만 뻔했던 조폭영화.
조직의 넘버2 스물아홉 병두(조인성). 그에겐 먹여살릴 입이
한두개가 아니다. 병두는 식구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조직을
배신하며 좋은 스폰을 얻어 한몫하는가 싶은데... 어느날 조폭
취재를 위해 불쑥 찾아온 영화 감독 동창 민호. 병두는 민호
(남궁민)를 살갑게 대하며 속 이야기를 털어놓기까지 한다.
사람의 욕망과 폭력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유하 감독. 그런 주제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사람의 욕망과 그로인해 비열해지는 사람의
모습을 담았다. 주인공 병구의 욕망은 피붙이 식구들과 조직
식구들을 배불리 살게 하는 것이다. 그로인해 병구는 형님을
배신한다. 폭력성 표현을 위해 조폭을 주제로 삼았고 여러 싸움씬을
삽입했다.
영화의 홍보중에 이런것이 있었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리얼 액션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개떼 싸움이 리얼하다.
그렇지만 별로 임팩트도 없고 그냥 난장판 수준이었다.
다른 조폭영화와 달랐던건 조폭간의 싸움에서 사시미를 들고
설치면서 배때기를 쑤셔대는 것이 아니라 다리나 허벅지에
상해를 입혀 몸을 둔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점으로 무언가
차별성을 두었으나 결국 뒤에는 서로 죽이는 싸움이 된다.
물론 스토리상의 필요에 의해서 그런것이었지만 그 부분은
여느 조폭영화와 다름이 없었다.
기존의 조폭영화가 조직원들간의 충성과 배신만을 보여주었으나
이 영화에선 한 가정의 가장 노릇을 하는 병구를 내세워
보다 인간적인 조폭으로 그리고있다. 피붙이 식구들을 위해
조폭을 하면서 돈을 벌고 형님한테 손벌리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보다 인간적인 조폭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 상승과
존재 위협물의 제거를 위한 배신이 아니라 식구들의 안녕을 위해
배신을 하는 그런 보다 감성적인 조폭으로 병구를 그렸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주제에 맞게 그리고 비교적 흥미롭게 이야기를
잘 이끌어 갔으나 중반 이후부터는 질질끄는 연출과 아쉬움을
남기는 결말로 인해 지루한 영화가 되었다. 조폭 드라마 임에도
불구하고 2시간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쥐약으로 작용하였다.
차라리 현주와의 로맨스를 좀 줄였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든다.
별로 눈요깃거리도 없는 영화가 2시간30분의 러닝타임을 가졌다는
건 그리 즐겁지만은 않는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주목을 받았던건 조인성의 연기변신이었다. 보통
순하고 여리거나 강해보이지만 여린역만 했던 그에게 조폭역은
분명 변신이었다. 조인성의 연기는 많은 발전을 보이면서
잘해내었으나 조인성과 조폭의 캐릭터 자체가 잘 안맞는 느낌이다.
눈에 힘 잔뜩 주고 겁을 주지만 전혀 겁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병구 동생 종수가 더 어룰린듯 싶다.
이보영이 출연한 영화는 <우리형>이 후 두번째인데 두 영화를
보면서 느낀건 이보영의 영화상의 비중은 왜 이렇게 적은것일까
이다. <우리형>에서 이보영은 주연급으로 소개가 되었으나
그녀의 비중은 형과 동생간의 여러 갈등 중 하나의 에피소드뿐이
되지 않았고, <비열한 거리>에서 역시 그녀는 그냥 병구가
친구 민호에게 속내를 털어놓게 하기 위한 소재뿐이 되지 않았다.
물론 병구가 민호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이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지만 확실히 이보영의 비중은 너무 없었다. 영화의
홍일점이었지만 전혀 튀지가 않았던 것이다.
주연보다는 천호진, 윤제문, 진구 같은 조연들의 연기가 더
영화에 어울렸고 그들이 더 영화의 맛을 살리는 듯 하다.
그리고 확실히 '진구의 재발견'이다.
처음엔 다른 조폭영화와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하지만 뒤엔
역시 조폭영화였군 하면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결말의 급반전은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다. 런타임을 좀 줄이고 결말의 스토리라인을
조금더 튼실히 했더라면 좀 더 차별화된 조폭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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