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조폭을 미화하지도 혐오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도 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존의 조폭 영화에서는 조폭들을 단순하게 그려온 감이 없지 않습니다.
약속과 같은 영화에서, 그리고 두사부일체와 같은 영화에서 조폭은 미화되고 희화화되었습니다.
투캅스나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 조폭은 그저 비열한 존재로 그려질 뿐이었습니다.
이런 영화들은 리얼리즘의 부재로 순간적인 만족감을 줄 뿐 찜찜함이 언제나 남아있었습니다.
스토리의 엉성함과 감독의 능력 부족에 대한 아쉬움.
유하 감독은 비열한 거리를 통해 기존의 조폭 영화를 비판하고 이것이야 말로 조폭의 실체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두 시간이 넘는 런닝 타임이었지만 스토리는 탄탄했고, 긴장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놓칠 수 없었습니다.
조폭을 그저 단순한 존재로 그리지도 않았고, 멋있는 존재로 그리지도 않았고,
다른 인간들과 구별되는 특별히 비열한 인간들로 그리지도 않았습니다.
영화는 정말 특별히 조폭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직 폭력배의 조폭성은 사실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이들을 필요로 하는 사장,
이들에 대한 반정립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고 자기 역시 누군가를 혐오하고 상처주는 검사,
이들의 폭력성을 소재로 영화를 흥행시키려는 감독, 이 영화에 열광하는 관객들
모두의 것이라고 감독은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서로를 짓밟아야만 올라갈 수 있는 사회의 현실과
이것을 이용하는 권력자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의 치부들.
이런 것들이 배우의 연기력과 감독의 예리한 시선을 통해 잘 보여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 영화는 왜 이렇게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지.
이 부분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생결단이란 영화는 보고 나서 불쾌함이 너무 많이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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