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랭이 마을에는 기봉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다.
말이 청년이지 그는 사십이 넘은 노총각이다.
그는 어렸을 때 열병을 앓아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제대로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을에서 그는 소문난 효자이다.
순수한 청년 기봉은 어느 날 마라톤 대회에 졸지에 참석하여 우승을 하는 이변을 보여준다.
그 후 마을 백 이장은 그를 하프 마라톤 대회에 출전시키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기봉은 어머니가 자주 체하는 모습을 보다 못해 병원으로 모셔가는데 제대로 씹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 틀니를 해드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틀니 값이 만만치 않아 마을 일을 조금씩 돕는 기봉에게는 그렇게 큰 돈이 없었다.
백 이장과 기봉은 21.0975Km를 뛰기로 맘먹는다.
42.195의 반... 그러나 만만치 않은 거리를 뛰어야 함에 마을 주민들은 이장과 기봉을 이해하지 못한다.
더구나 백 이장의 아들 여창은 그런 아버지를 더욱 이해 못하고 기봉이를 괴롭히기만 한다.
초원이 만큼 백만불짜리 다리를 가지고 있는 기봉에게 하프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재미있는 점이 있다.
영화사 명필름은 두 번의 야구 영화를 만들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 YMCA 야구단(2002)...
한편 '맨발의 기봉이'... 이 작품을 배급한 쇼박스는 이미 말아톤(2005)을 배급한 경력이 있다.
특정 스포츠를 좋아하는 제작사와 배급사가 정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여튼 이 작품 '맨발의 기봉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실화로 만든 영화이다.
KBS '인간극장'을 통해 만들어진 엄기봉 씨의 이야기는 신현준과 권수경 감독에게 감동을 받고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졌다.
'말아톤'(원작 '달려라 내 아들'), '나의 결혼원정기'(원작 '노총각 우즈벡에 가다') 등이 인간극장으로 화제를 모은 뒤 영화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아직도 몇몇 작품들이 인간극장에서 만들어진 실화를 토대로 영화 제작을 준비중이다.
허구의 영화는 사실 감동을 받기란 쉽지 않다.
시나리오가 탄탄하지 않은 이상은 불가능한 얘기이다.
실화는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안전하게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역활을 해준다.
물론 그것만 믿고 만들다가는 쪽박차기도 쉽다.
앞에 거론한 야구 영화 말고 싸이더스가 만든 야구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좋은 작품에도 불구하고 흥행운은 좋지 못했다. 더구나 감사용은 실제인물인데도 말이다.
이런 위험함을 각오하고서도 영화를 만들기에 좋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게 아닐까 싶다.
정신차리게 되고, 더 고증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신현준과 김수미, 탁재훈, 그리고 김효진...
재미있게도 이들 세 사람은 '가문의 영광2-가문의 위기'를 통해 이미 만났던 사람들이다.
(모르는 사람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 영화에서 김효진은 카메오로 출연하였다.)
그리고 임하룡과 김수미는 에니매이션 '빨간모자의 진실'에서 같이 더빙을 맡기도 했다.
하여튼 인연은 어떻게든 얽히고 얽히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이들 네 사람의 연기 호흡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신현준 본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신현준은 연기를 못한다는 평을 받던 배우들 중의 한 명이었다.
항상 영화마니아들과 네티즌들의 표적이 되었던 그는 이 영화에서 바보 연기를 보여주어 또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홀리데이'의 최민수처럼 자신을 망가뜨릴 각오를 하고 연기에 임한다면 그 배우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망가짐이란 조폭영화나 코미디 영화에서의 망가짐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박용우가 진지한 남자에서 수다쟁이, 소심쟁이 남자로 망가진 점도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면 볼 것이다.
신현준의 노력은 이 영화를 더욱 감동적이게 만들었다.
신현준의 안티였던 사람들도 아마 이 작품을 보고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여창의 케릭터를 잘 살리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탁재훈은 아무래도 가수출신이고 방송계에서 소문난 입담꾼이긴 하지만 영화에서는 좀 약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연기를 그가 못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 왜!'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상플러스'를 필자가 시청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유행어, 에드립은 최대한 절재하고 본인만의 개성을 보여주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어느정도 배우로써 인정을 받는다면 그 다음부터는 그의 에드립은 허용이 될 것이다.
김효진 역시 안타깝다. 사실 생각해보면 기봉과 기봉의 어머니를 빼면 나머지 인물은 허구의 인물들이다. 김효진이 연기한 정원은 백 이장 만큼이나 기봉이에게 힘이 되주는 중요한 역활을 하는 인물이지만 아무래도 가공된 인물이다 보니 많은 힘을 영화에서 실어주지 못한 것 같은 안타까움이 들었다.
영화의 마지막은 탁재훈이 컨츄리 꼬꼬 시절 5집때 불렀던 노래 '어머니'로 막을 내린다.
영화 엔딩과 더불어 영화 속 NG 장면과 메이킹 필름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탁재훈의 주제가는 주제가 이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참 평범한 영화인데 눈물 살짝 나오는 영화 이렇게 찾기 힘든 것 같다.
영화를 보고나서 노래 속의 가사를 음미하면 더 감동이 와 닿지 않을까 싶다.
얼마전 필자는 한 장애인을 만났다.
그는 시를 쓰며 살아가는 평범한 버스 가판대 주인이다.
장애 때문에 포기하고 낙담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본다.
세상에는 엄기봉 씨 처럼, 배형진 씨 처럼, 김진호 군처럼 장애와 맞써 싸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장애는 몸이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다.
그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남들도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을 피하지 말고 그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PS.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하지만 실제 엄기봉 씨가 사는 곳은 아니다.
실제 그가 사는 곳은 충청남도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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