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영화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웬지 그냥 재미없을듯했다.
영화가 개봉되고 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재미없다였다. 그러다가
돌연 CGV에서 조기종영사태가 발생했고, 많은 네티즌들의
"CGV의 횡포 아니냐!!"라는 반발이 일어나면서 다시 CGV에서
재상영이 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흥행은 하지못했다. 이 영화는 88년 지강헌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져서 제작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88년 나는 7살의 나이였고, 뉴스와 스포츠엔 도통 관심이 없어서
도저히 이런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마치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인듯이 느껴진다.
철거촌에 살던 절도3범의 지강헌은 철거단원들의 무력 진압에
시위하다 공무집행 방해와 상해 등등의 죄로 7년 구형에 10년
보호감호를 받게된다. 올림픽이 끝난 88년 10월. 지강헌은 감옥에서
동료들과 탈옥을 계획하고 호송버스를 장악하고 동료 11명과 같이
탈옥을 하게된다. 탈옥의 계획은 대통령에게 찾아가 보호감호법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를 고치게 만드는 것.
영화는 생각했던것과 달리 상당히 좋았다. 이성재의 연기는 너무
좋았고, 조연들도 좋았다. 하지만 조연들의 어색함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최민수의 연기. 아. 물론 좋았다. 하지만 80년대 악역을
보는 듯한 연기는 뭔가 거부감이 든다. 악역을 위해 말투와 외모를
철저하게 바꾸고 표정 또한 정말 굉장했다. 문제는 말투. 과연
사람인가 할정도로 악랄하고 감정없는 말투는 거부감이 들었다.
너무 카리스마에 신경쓴 탓일까... 그리고 조금 지나치다 싶었던
'스톡홀롬 신드롬'. 인질범과 인질사이에 인연의 감정이 생겨난다는
'스톡홀롬 신드롬'이 너무도 쉽게 일어나 지강헌 일당의 범행을
그른행동으로 인식되지 않게 하려 했다. 아무리 그들이 인질들에게
편하게 대해주었다고 해도 단 몇시간 만에 그들을 안전한 무리로
판단하고 마음을 그렇게 열 수 있단말인가. 그런 상황설정은
약간 무리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분명 보호감호법의 부당함을
알리려 탈옥했지만 지강헌 대사의 중점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그리고는 마지막 자막에 보호감호법이 철폐된것과 이 영화를
보호감호법의 피해자들에게 바친다는 약간은 썡뚱맞은 자막을
내보낸다.
만족할만한 부분은 이성재의 연기와 현장감있는 연출이다.
적절한 핸드헬드 기법과 클로즈업으로 상황의 긴박감과
인물의 심리를 잘 나타냈다. 시나리오는 억지스러움도 있지만
영화를 보는 중에는 별로 어색하지 않아 신경이 그리 쓰이지 않게
깔끔하게 넘어가 긴장감이 풀리는 현상은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잔재한듯하다.
전씨나 노씨나 수천억씩 해먹고도 집에서 편안하게 흔들의자에
앉아 노닥거리고, 대기업의 비자금, 비리, 뇌물, 나랏님들의
온갖 부정행위도 조사만 있을뿐 직접적인 처벌은 거의 없다.
서민들은 단돈 수십만원에 구속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강헌의 그 8자의 외침은 그때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앞으로도
계속 외쳐질듯하다.
영화를 볼때는 그에 빠져서 재밌게만 봤지만 영화가 끝나고
곱씹어 보면 뭔가 어색했다는 느낌이 생긴다. 하지만 영화를 본
느낌은 곱씹어 생각해서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끝나고
바로 느끼는 그 감정이다. 난 그 감정이 만족감이 었으니
이 영화에 대해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