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이다. 독일이 통일 되기 전인 서독의 뮌헨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중동의 역사적 비극이 바로 이곳 유럽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11명이 무장 팔레스타인들. 일명 검은 9월단으로 더 잘 알려진 그들은 이스라엘 선수들의 숙소를 습격하여 인질극을 벌린다. 하지만 인질은 모두 사망하고 만다.
이 영화는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조지 조너스의 소설 복수(Vengeance)를 영화화 한 것이다. 평론가들이 근래들어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 중 최고라는 찬사를 보내며, 비평가들 조차 극찬을 했었다. 비극적인 역사와 아직도 여전히 서로에 대해 적대적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의식해서 인지 개봉도 조용히 이루어졌다. 일체의 개봉행사를 하지 않았고, 첫 개봉날도 미국 소수의 극장에서만 상영되었다.
영화는 이 비극적 사건이 있고 난 후의 이스라엘의 복수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테러에 가담한 검은 9월단의 멤버를 한명씩 찾아 암살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며, 조국에 대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적을 물리칠 수도 평화를 가져올 수도 없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느낄 때 쯤에 멤버들도 한명씩 암살되어 간다. 마치 자신들이 암살한 방법과 똑같이 말이다.
인간이 죽음 앞에 얼마나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적일지라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약속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트로이의 영웅인 에릭 바나가 주연을 맞아 열연을 했다. 나머지 조연들 역시 조연답지 않은 실화 같은 이미지가 너무 좋았다. 카메라의 앵글이나 연출 기법 그리고 흑백처리 및 당시의 TV 자료까지 마치 1972년의 그때에 내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비록 2시간 40분이나 긴 시간이지만 영화는 아쉽게 엔딩을 맞이한다. 감독이 전하는 메세지가 어느 편도 아닌 서로의 가치관들을 존중하면서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잔인성과 파괴성을 고발하면서 인간 자체의 나약함과 모순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극장을 나서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에 가슴 깊이 감사를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