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 주저없이 꼽는 동물은 개일 것이다. 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르는 동물이자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생명체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개는 인간에게 충직한 동물로 여겨진다. 지능이 뛰어나 적당한 훈련만 거치면 탁월한 능력을 보이기도 하며 눈치도 빨라서 주인의 기분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수행할 수 없는 일을 대신 수행해주는 동물은 개밖에 없다는 것도 개와 인간의 관계는 여타 다른 동물들과의 관계보다도 유대감이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개가 출연하는 영화는 꽤 많다. 대부분의 영화는 인간과 개의 유대감을 보여주며 그들의 똘똘함과 충직함을 소개한다. 솔직히 이 영화도 그러한 코드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에 개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개들을 영상에 담은 것만 같다. 영화를 위해서 개들을 끼워넣은 것이 아닌 개를 위해 영화를 만든 것과 같다는 것.
어쨌든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 영화의 리메이크작이다. 1983년에 일본에서 개봉하여 인기를 얻었던 '남극이야기'를 할리웃의 감성으로 재완성했다. 물론 필자도 원작을 보지 못했기에 두 작품간의 차이를 알 수는 없지만 두 작품간에 느껴질 차이는 대략 짐작이 간다. 소박한 동양적 정서와 화려한 서양적 정서의 차이정도? 작품 자체의 시선이나 포커스의 차이도 어렴풋이 느껴지지만 어쩄든 원작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의 짐작은 위험하니 적당히 삼가고 이 작품의 감정만을 살려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어쨌든 이 영화는 감동적이다. 사실 영화의 전반부는 그다지 깊은 울림이 없다. 그냥 그런 재난영화에서나 보여지던 코드가 남극대륙으로 옮겨간 것 뿐. 그러나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개들에게 카메라가 집중되면서 영화는 낯빛을 바꾼다.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보는 것마냥 개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가히 놀랍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기보다도 놀라운 것은 그 연기로써 보여주는 가식따윈 찾아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감동의 깊이이다.
인간이상의 동지애를 지닌 그들의 우정이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오히려 개들로부터 인간미가 느껴지며 깊고 진솔한 휴머니즘이 발견된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우면서도 대견한 개들의 열연앞에서 겸허한 진리를 얻게 된다.
아무리 개를 싫어하는 이일지라도 이영화를 보면 개 한마리 기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특히나 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한없는 뿌듯함이 될법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개지옥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사람들은 흔히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하지만 개보다 나은 인간이 되는 건 쉬운 일일까? 이 영화를 보고나면 인간이 과연 개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이유를 되묻고 싶어진다. 단지 이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린 다른 종을 누르고 사는 것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인격없는 동물에겐 도덕을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결국 인격을 지닌 인간은 강요와 규제가 따라야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 동료들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서로의 아픔을 나눌 줄 알고 진심으로 위해줄 줄 아는 것은 인간의 고매한 인격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달리 주저없이 자신을 내던지는 개들의 모습안에서 인간으로써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이 영화의 해피엔딩에 감히 딴지를 걸 수 있을까. 물론 완벽한 해피엔딩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의 감동이야말로 디즈니 영화가 이 세상에 어필해야할 순수한 감동에 대한 실례가 될 자격이 있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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