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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구만 뭘! 뮌헨
sebumi 2006-02-18 오후 11:51:09 13106   [8]

 난 스필버그의 영화를 싫어한다.
는 참 재밌었는데. <주라기 공원>이나 <인디아나 존스>는 내 어린시절 손에 땀 쥐는 판타지였고. 내가 영화를 제대로 보는 것은 아니라서,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쉰들러 리스트>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지 않긴 했지만, 결론은 그의 영화가 싫다. (<쉰들러 리스트>는 볼 기회가 없었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어찌나 몰입이 안되던지 초반 30분만 세번은 본 것 같다. 매번 실패하네ㅠ) 옛날엔 좋았는데, 그럴수록 최근의 영화들이 별로라는 느낌이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나 <터미널>은 매끈하고 세련되긴 한데 애정가지는 않고,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 AI >는 영화의 결말부가 영화 전체가 쌓아올린 흥미를 무너트려 허무해 했었다.;; 결론적으로 <뮌헨>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film2.0의 기사(앞서 쓴)를 보고 흥미가 생겨서, 결국 친구들과 영화를 봤다.

결론적으로는 난 <뮌헨>이 좋았다. 게다가 이것저것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나에겐 <뮌헨>이 의미있다. (스필버그가 생각할 거리를 준게 아니라 영화와 내 상황이 준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는 유보해둔다. 다음에 두고보라지_-_ 물론 다음작품은 <주라기 공원4>나 <인디아나 존스4>가 될 것 같기 때문에 그냥 무뇌로 보겠지만.)

평단이 그를 너무 이상적인 가족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은 접어두고 그 가족주의가 나에겐 너무 불편하고 재미없다. 예언자들에게 동화같은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갑자기 외계인이 나타나 (엄마와의 하룻밤!)을 이뤄주는 <AI>는 작품 전체의 일관된 음울하고 신비한 분위기가 결말부의 그 유명한 스필버그식 가족주의 때문에 망친다는 느낌을 자꾸 받는다. 그리고 재미가 없다. 오래간만에 달콤한 솜사탕 먹으며 잠시 착해지도록 감정을 조정받는 느낌이라 불쾌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뮌헨>을 볼 생각이 없었는데, 재미논란에 빠진 우리나라와는 달리 정치적으로 올바르냐, 그리고 포스트 9.11 영화로서 도마위에 올라있는 영화가 궁굼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스필버그의 영화중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별로래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도 가족이 중요하고 가족주의의 범주에 넣을 수 있겠지만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의 그의 영화들은 (행복하고 안락한)가정을 지키고 보호하고 다가가려고 하는 것이라면 <뮌헨>의 가정은 가정 속에 있어도 (행복하고 안락한)가정이 아니며, 지키고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꿈꾸는 목표에 가깝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족이라는 이름의 가족에 의해서 자신의 진짜 가정을 잃는 주인공의 고뇌가 스필버그식 환상동화 가족과 겹쳐져서 즐거웠다 :)

<헐크>나 <트로이>를 안봐서 거의 처음본다고 할 수 있는 에릭 바나는 너무 멋지긴 했지만-_- 테러가 진행되면서 내가 표적이 될 거라는 불안한 심리상태를 정말 제대로! 그려준 것 같았다. 아지트에 다른 사람들이 침입해 서로 총을 겨누는 신에서 는 스필버그에게 제대로 조정당했다. 긴장이 고조되는 듯 음악이 힘을 주다가 순간 수그러들면서 총을 내리는 두 사람... 관객은 거의 미치는 거다ㅋ 두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동안 관객의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하는 건 정말 연출과 연기의 힘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재미도 쏠쏠했다.

 아 특이했던 것.
이 영화만큼 줌-인 줌-아웃 이 많이 쓰인 걸 못본 것 같다. 수시로 카메라는 줌을 하는데, 마치 내가 테러에 동참한 사람인 것처럼, 차에 앉은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 같았다. 표적을 향해 좁혀가는 시점이 정말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워낙 정치/사회 이런 걸 몰라서, 누가 누구편이야ㅠ 하면서 헷갈리기도 수십차례였다. 왜냐하면 스필버그의 의도대로 이 영화는 선악이 나뉘지 않아서였을테고, 테러와 테러를 테러로 보복하는 행위 모두 파멸로 그리기 때문이다. 헐리우드는 액션영화의 선악이 필요했고, 테러를 행하는 사람은 자신 혹은 자족을 챙기는 나쁜놈으로 그려진 것이 그래서 당연했다. 하지만 9.11 사건과 잘못된 정보로 시작된 전쟁 이후에 미국 내부에서도 반성의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보복성 전쟁 역시 다른 죽음과 테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1972년의 뮌헨 테러 상황과 오늘날을 그것을 겹쳐 바라보게 했다.

가족에게로 복귀되자 난 속으로 외쳤다. "안돼! 공항에 들어가다가 총맞고 죽어!" 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아내와 자식이 사살되야해!!"-_-. 잘 나가다가 이상적인 가족주의에 안착해버리는 것 같아서 너무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가족으로 합쳐지지만 그 가족이 안락하고 행복한 스필버그식 가족이 아니라 여전히 불안하고 깨질 것 같다는 느낌으로 마무리 되어, 그래서 <뮌헨>이 좋았다^^;

아브너가 평생 복귀하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자신을 향한 테러로 두려움에 떨며 살거나 어느날 갑작스럽게 (자신이 사람들에게 그랬던 것처럼)테러로 죽음을 맞이할 것 같다. 테러와 테러에 보복하는 테러. 이라크와 이라크에 보복하는 미국, 그 어느쪽도 옳지 않고 결국 피로 물들을 거라는 은유. 한번 자른 손톱은 자라나는데로 잘라주어야 한다는 스필버그의 경고가 느껴졌다. 영화가 재미 없었다는 사람들도 그런 공포는 느꼈을 것이다. 그게 스필버그가 <뮌헨>에서 품은 목적이라면 제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흥미롭다. 유태인이라는 특별함이 있긴 하지만 (작가를 꿈꾸는)흥행감독 스필버그의 변한 태도가 흥미롭다. 정말 9.11의 영향일까? 헐리우드도 조금씩 변하는 걸까? 이제 쏟아져 나올 테러영화-<브이 포 멘데타>, <자헤드; 그들만의 전쟁>, <시리아나>들이 더욱 기대되기 이유이기도 하다.


(총 0명 참여)
heimi
쉰들러리스트를 볼기회없으셨다니 안타깝네요..^^;;
전 스필버그작은 거의 좋아하는편이지만 (우주전쟁이런건무뇌의상태로보는재미정도만-_-;;)
쉰들러리스트는 특히나 정말 좋았는데..^^
나중에 기회되면 꼭보세용^^   
2006-02-24 03:25
sangwoo201
매일 지겨운 삼각관계 러브스토리 보다가
세 명 서로 다 차이고 난 영화라 맘에 들었다고 들리는데 ..

내가 이상한건가 ?   
2006-02-24 01:32
disdy
나름대로 재미있었는데...^^;ㅎ   
2006-02-23 18:19
sebumi
배드엔딩이라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엔딩이 스필버그가 평소에 빠지던 전형적인 것에서 벗어나서 좋았던 것입니다^^   
2006-02-23 16:29
hskim0227
배드엔딩이라 좋다고 하시다니... 좀만 다듬는다면 좋은글이 될 것 같습니다.   
2006-02-23 14:10
lsynow
기대했던것만큼은 별로라는 이말이죠~ ^)^   
2006-02-22 20:14
1


뮌헨(2005, Mun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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