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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와의 조우 쏘우 2
smire0701 2006-02-08 오전 2:04:46 5293   [7]

2006.02.02 서울극장 시사회

 

<주>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읽는 것을 자제해 주십시오.

 

 

<쏘우>시리즈는 여러면에서 <큐브>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첫째, 저예산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둘째, 철저히 시나리오로 승부하는 영화.

셋째, 잔인하다. 주로 첫장면이 사람을 깍둑썰기 하거나, 머리를 부숴뜨리거나, '갈아만든 사람' 같은 음료수로 만들면서 시작한다.

넷째, 반전으로 먹고 살고, 전편과 스토리가 연결된다.

다섯째, 주무대가 한정된 공간이다.

여섯째, 항상 등장인물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엉뚱한 장소에서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도 두 영화는 또한 확연히 구분되는 차이점을 지닌다.

 

<큐브> 시리즈는 등장인물들의 개인적인 배경은 그닥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았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게임에서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는가 아닌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른 이들과 내가 왜 이 곳에 들어왔는가는 게임에 있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왜"가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한 것이다.

 

반면 <쏘우> 시리즈는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드러내야 한다. 

막상 게임의 내용은 엄청난 지능을 요구하거나 계산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고통을 참아낼 수 있는가와, 다른 사람의 생명도 빼앗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살아 나가려면, 다른 사람과 내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가 아니라 "왜"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쏘우> 1편에서 우리는 이미 '직소'(토빈 벨:Tobin Bell)라는 살인범이 왜 범행을 저지르는가를 알아버렸다.

솔직히 나는 1편을 보면서 범인의 정체를 금방 눈치챘다. 스릴러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알아챈 사람들이 꽤 될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방 안에 갇혀있던 두 사람이 어떻게 미쳐나갈 것인가와, 도대체 "왜"인가가 궁금해서였다.

 

1편의 감독인 '제임스 완'(James Wan)이 왜 이 영화의 2편을 포기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1편의 내용과 완전히 독립해버린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범인의 정체와 "왜"까지 다 알고있는 관객을 궁금해하게 할 수 있는 다른 무엇인가를 찾는게 쉽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2편의 감독 '대런 딘 보우즈만'(Darren Lynn Bousman)은 곤란한 상황을 나름 영리하게 헤쳐나간 것으로 보인다.

더이상 궁금하지 않은 '직소'의 정체를 애써 숨기기 보다는 아예 초반에 공개하면서 영화를 시작한 것이다.

그래고 새로운 의문을 던져놓는다.

 

 


 

그는 왜 자신을 드러내 놓고, 게다가 극단을 달릴 수 있는 부성(父性)을 건드려 놓고 게임을 시작했는가. 그리고 왜 이번엔 두명이 아닌가.  관객에게 던져진 문제는 다시 한번 "왜"로 돌아간 것이다.

 

범인을 찾기보다는 "왜"가 궁금했던 1편에 이어, 2편도 그 성격을 이어간다.

다른 점이라면, 1편은 갇혀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결정이 되었다면 2편은 갇혀있는 사람들보다는 그것을 모니터로 바라보는 아버지이자 형사인 '에릭'(도니 월버그:Donnie Walberg)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이것 또한 이 영화의 "왜" 라는 질문중의 하나이다.

"왜?"

왜 갑자기 문제의 중심이 밖으로 이동한 것일까?

그리고 왜 갑자기 갇혀있는 인물들에게 주어진 일종의 '미션'이 중요치 않아진 것일까?

 

 


 

 

게다가 이 영화는 심하게 불친절하다.

이전의 1편이 사람들에게 제한된 쇼크로 계속해서 "왜"를 풀어갈 시간을 주었다면, 2편은 끊임없는 잔인한 장면들로 관객이 추리할 시간이 별로 없다.

호러와 스릴러 광이라서 어지간한 장면에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는 필자까지 "으아아..."라는 소리가 나오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가끔 툭툭 던져지는 야박한 힌트를 따라서 영화를 헥헥 거리며 따라가다보면, 결말은 과연 실망스럽지 않다.

 

게다가 지금까지 몸부림 친 모든것을 순식간에 허무하게 만드는, 말 그대로 바보된 기분을 만들어주는 결말.

이러한 퍼즐 영화는 감독과 관객의 끊임없는 머리 싸움이다.

열심히 머리 굴리던 관객이 바보가 되는 순간 영화는 박수를 받고 감독은 승리의 미소를 띄우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 대해 말하자면, 나로써는 감독에게 무릎 꿇었다고 밖에 할 수 없겠다.

게다가 순간 이 영화가 시리즈물임을 환기시키는 마지막 장면은 감탄이 절로 난다.

 

다만 아쉬움이라면,

마지막 결말의 설명이 너무 친절했다는 것이랄까?

그동안 꼭꼭 숨겨뒀던 해답을 제시하는 순간, 너무나 신이 나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감독은 아~주 친절하게 필요없는 설명까지 다 해주고 만다.  애써 나레이션을 깔아주면서 설명하느니, 그저 암시하는 몇장면 만으로도 충분했었을텐데.. 하는 심한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되었건 문은 또다시 닫혔다.

게임을 풀어내지 못한 사람은 그 댓가로 목숨을 제공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객석에 앉아 영화를 보는 관객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도 댓가를 지불했을 것이다. (평범하게 살아온 것이 이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ㅠ.ㅠ  3편이 제작될지 아닐지는 알수 없지만, 내가 어느날 3편의 무대에서 눈을 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영화가 사람들을 공포스럽게 만드는 이유중의 하나는, 그 누구도 '직소'가 말하는 '살아갈 자격이 없는' 행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세상이란, '약육강식'의 의미가 없어진 터라, 굳이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지는 세상이다.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규범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말 그래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던가.

 

하지만 적어도, '직소'가 말하는 '살아갈 자격'이라는 것이 공감이 되지 않는 나로써는, 어느날 '직소' 처럼 자기 방식의 잣대로 나를 궁지에 몰아넣는 사람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두렵다.

 

'직소'는 말 그래도, 죽음의 목전에 이르러서 나름의 자기 가치관을 얻었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자기 뜻대로 응징하는 인물이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방식에 100%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생존과 삶>에 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때로는 남들이 동의하지 않아도 자기 나름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것을 자신의 기준으로만 단죄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돌아보면, '직소'가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 했기에 큰 충격을 주었을 뿐이지, 수많은 '직소'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인신공격을 퍼붓는 토론자들이나, 자신과 다른 의견이라는 이유로 잔인한 악플을 퍼부어 대는 악성 리플러들...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물리적으로 인간을 제한된 공간에 몰아넣고 생명을 위협하지 않았다 뿐이지 기본적인 성향은 '직소'와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우리도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쏘우>가 공포스러운 것이 아닐까.

어느날 알수 없는 '직소'에게 감금될 수도 있다는것,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가 '직소'가 되어서 누군가를 해칠 수도 있다는 것.

다만 외국의 일이라서 안심하지 말자.

우리에겐  자기도 몰랐던 실수로 감금되어 군만두만 먹었던 '오대수' (올드보이)도 있지 않나.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 자체가, '직소'들이 판을 치는, 그리고 닫혀버린 문 이후로 남겨진 어둠고 캄캄한 고통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쏘우>가 공포스럽다.

 

 

 

and so on.

 

공포영화로 어떻게 좀 가까워져보려는 연인들에게는 비추천이다.

깜짝 놀래키기 보다는 그 잔인함으로 사람을 신음하게 하는 영화이니까...

겁많고 맘약한 애인이라도 벌컥 안기기보다는 비명만 질러댈 가능성이 높다.

함께 관람하는 다른 관객들의 짜증섞인 목소리를 견딜 자신이 있다면 뭐, 상관 안하겠지만...^^;

 

 

written by suyeun

 

 


(총 0명 참여)
ahlqyp
1편보다 더 현란한 공포를 보여주는 최고의 반전 영화!
웬만한 것들은 다 예상을 하게 만들지만..
정말 쏘우2 만큼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 버려서 탄성을 내질렀다!!
단.. 잔인한거 싫어하는 사람은 절대 관람하지말것!!
  
2006-02-15 12:47
lacvert83
이글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하고 감탄을 자아냈어요 대단해요^^
쏘우2를 보면서 이해하지못한부분을 글을 보면서 이해할수있었던같아요~   
2006-02-10 15:20
1


쏘우 2(2005, Saw II)
제작사 : Lionsgate / 배급사 : (주)미로비젼
수입사 : (주)쇼타임 / 공식홈페이지 : http://www.saw2006.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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