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한때 붐을 이루고 만들어졌고 그중 몇몇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을 하면서 영화적으로 가능한 소재들을 찾던 여러 제작사들에게 "지강헌 사건"은 분명 유혹적인 소재였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88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던 무렵의 한국은 축제분위기에 들떠있었지만 분명 모든 사람들이 축제분위기는 아니였을겁니다. 그리고 그 무렵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죽어간 탈주범 지강헌의 사건은 언론의 큰 관심을 얻기는 했지만 그리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은 좋은일만을 기억하지 좋지않은일은 기억을 하지 않으니까요.
영화 "홀리데이"는 교도소 이감중 탈주를 하고 인질극을 벌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고 죽어간 힘없는 탈주범 지강헌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실화를 토대로 하는 영화속에 감독이 새롭게 생성시킨 인물은 지강헌을 쫓는 형사의 설정입니다.
영화속에서 대립구조를 이루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건 전형적인 소재입니다.
대립을 이루는 관계를 갈등을 일으키게 되고 그 갈등속에 우정이 생긴다거나 더욱 극명한 관계를 묘사할수 있는 힘을 줄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대립구조와 더불어 지강헌의 감방동료들에 대한 캐릭터 묘사에 집중하면서 많은 관객들에게 이들의 이야기를 주목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속 대립관계인 지강헌 역할과 그를 쫓는 형사 이성재와 최민수의 연기는 강렬함을 주기에 충분했고 캐릭터에 몰입시킬수 있는 힘을 보여줍니다.
사실 주인공인 이성재의 연기보다 더 관심이 가는건 최민수씨의 연기입니다.
강한 역할이기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꺼려했을 것 같은 역할은 최민수씨는 자기 식의 인물로 재해석을 하면서 강함과 때론 그 강함속에서 충돌하는 웃음까지도 주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역할자체가 너무 강함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아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교도소 동기들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도 큰 무리없이 영화속에 어울어집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건 이들 인물들을 이야기속에 동화시키는 연출력입니다.
5-6년전 다작을 통해 엄청난 연출활동을 보여준 양윤호 감독은 오랜 공백끝에 2004년 바람의 파이터를 만들고 2년만에 다시 "홀리데이"를 만들었습니다. 그 시간의 공백동안 한국영화의 경향은 대체로 절제된 연출미가 넘치는 작품들이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양윤호 감독은 절제미 보다는 더욱 강렬하게 묘사를 하고 있으며 한번으로도 충분히 설명될 캐릭터를 두번 세번 제차 반복시키면서 과잉을 보이기 까지 입니다.
예로 영화속에 등장하는 초코파이를 마음껏 먹는게 행복한 지강헌의 감방 동기에게 실로 엄청나게 초코파이를 먹이고 있으며 그 장면들은 반복해서 강조시킵니다.
관객들은 분명 그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너무 강조를 하다보니 나중엔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게 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영화의 라스트장면에서 지강헌의 독백과 죽음 장면은 단순히 대사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다 보니 설명적이고 강조적인 느낌만 남게 됩니다.
분명 관객들은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벌이는 지강헌의 마지막 인질극에서 강요가 아닌 울림을 원할텐데 말이죠.
영화는 그점에서 상당한 아쉬움을 남깁니다.
화려한 촬영과 중간 중간 등장하는 꽤 인상적인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너무 단면적인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를 설명하는것에 대한 절제된 연출이 아닌 감정과잉의 연출. 그리고 너무 영화적인 멋에만 집중한 나머지 개연성이 없는 장면들은 큰 아쉬움을 남깁니다.
저는 사실 영화를 보기전 탈주를 하기전의 감방 장면보다는 탈옥후의 장면들이 더 많았으면 했고 더 공감이 갔으면 했던 바램이 있었습니다.
지강헌이 8박9일 동안 벌인 탈주극에서 왜 사람들은 그를 신고하기 보다는 이해했는지에 대한 감정적 변화가 더욱 세밀하고 정서적으로 공감이 갔다면 그리고 지강헌이 왜 죽음을 택할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상황에서 설명적인 대사들로 처리하기 보다는 공감이 가고 여운을 남길수 있는 행동에 대한 묘사, 그리고 비장한 "홀리데이"음악 속에서 마지막을 준비하는 지강헌의 초조함과 울분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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