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하고 소심한 고등학생 병태는 안맞고 사는것이 소원입니다. 안맞고 사는게 소원일 정도로
학교에서는 기술이나 지식을 배우는게 아니라 전학 온 자신에게 텃새를 부리는 아이들의 폭력과
행패를 익히고 학교생활에 적응도 못하고 늘 몸과 얼굴은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죠.
독서실에서 싸움에 관한 책을 정독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충고도 들어보지만 그리고 응용하려
하지만 결정적으로 오류가 나서 오히려 더 맞는 불행함을 경험합니다.
그런 병태는 우연히 대명독서실 B호에 기거 중인 한 남자를 알게 됩니다.
어디서 왔는지.. 몇살인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알수는 없지만 싸움의 고수 같아 보이기도 하고
약간 도인 분위기도 나고 그리고 2배의 덩치의 양아들도 한손에 제압하는것을 보아
충분히 부실고딩 병태의 인생을 턴 시켜줄 위인(?)임에는 틀림이 없을겁니다.
처음엔 그냥 이상한 고등학생으로 무시해버리지만
은둔고수의 주변을 맴돌며 자신의 주위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으니 거절하기 지쳐
제자로 받아들이는 은든고수 오판수
이 둘이 만나고 병태가 오판수의 싸움의 기술을 배우는게 영화의 주 내용입니다.
처음 예고편을 보고 그냥 단순한 코미디 영화겠지. 한번 웃어보자라는 의미로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나이가 조금 있는 여자이기 때문에 학원물이나 싸움에 관련된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제가 생각한 만큼의 코미디도 아니였고 학원물과 싸움에 대한 요소가 많이 나왔지만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영화의 두 주요 등장인물 오판수와 병태를 연기한 백윤식 님과 재희만으로도 영화는 매력이
넘치거든요.
소심하면서도 순진한 그리고 내 안에 두려움을 깨부시지 못하는 부실 고딩 병태
외로움과 비밀에 많은 중년의 신사 같기도 하고 만화 속에 나오는 도인 같기도 하고
현실속에서 굉장히 만나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오판수는 영화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어쩌면 너무나 뻔하고 당연히 알고 있는 이치 같은데 오판수의 말과 표정에서 나오면
대단한 어록이 되고 메모 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더군요.
살아가는게 싸움이다. 맞아만 온 자의 두려움 깨기는 쉬운게 없다 기 타 등등
스포일러가 될까봐 다 적지는 못하겠지만
영화 속에서 백윤식님의 연기로 제대로 된 명언들이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인생의 기술과
싸움의 아트 같은 묘한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백윤식님은 정말 대단한 그리고 노련한 배우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만약 백윤식님이
오판수를 안하고 다른 배우가 했더라면 저만한 내공이 못 나올꺼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다지 큰 얼굴 표정의 변화나 목소리의 변화 없이 카리스마를 표출해내고
기쁨과 고독 그리고 힘을 재미있게 또 재치있고 짜임새 있게 잘 표현해 내셨으니까요.
지구를 지켜라 부터 이분의 연기를 참 감동적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이번 싸움의 기술의 경우 노련하고 든든한 후광을 영화속에서 비추고 계셨던 것 같아요.
흐흐흐 하며 즐겁게 물총을 뿌리던 모습은 소년같은 천진함이 베어나고
싸움을 가리쳐주고 하면서도 양아같은 이미지나 가벼움은 절대 피하고
또 싸움을 하는것 보다 안하는것이 이기는 거다 라는 말은 감명깊기도 했고
너 피똥 쌀래?라는 부분은 덕분에 정말 너무나 많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재희는 풋풋하면서도 신선하고 또 여린 이미지를 잘 표현해낸것 같아요.
촬영 때가 여름인것 같던데 더운 여름날 한대라도 덜 맞을라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도망다니고 참 힘들었을꺼라는 생각에 안쓰러웠네요.
그래도 달리기는 쾌 잘하던 걸요. ^^
재희가 연기하는 부실고딩 병태는 학교에도 가정에서도 자신을 보살펴주고 가르쳐주는 사람
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있고 선생님도 있지만 선생님은 윽박지르고 선생님이라는 권한으로
학생을 기합주고 때리는 무섭기만 한 사람이고
아버지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이 학교를 열심히 다니길 바라는 거 외에는
큰 관심이 없는 형사라는 직업에만 취해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런 병태는 싸움의 기술을 전도하는 선생님 오판수를 만나면서 선생과 제자 보다는
아버지와 아들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대 놓고 가리쳐주는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빨리 안맞길 희망하는 병태에게
너무 강한 인내심을 요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후반에 병태의 약간의 달라진 모습들을 보니 그 분이 가르쳐준 모든 기술들이
다 확실한 응용으로 발전하여 기술을 선보일수 있는 기초과정이더라구요.
싸움에서 시작해서 세상의 이치나 모습을 때론 천천히 그리고 때론 포인트를 쏙쏙 찝어서
아들처럼 제자를 인도해주었다고 할까요?
오판수는 한번도 병태를 사랑한다 좋아한다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무표정 카리스마의 판수가 병태를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 채겠더군요.
병태의 아버지 조차 판수를 조금 질투하는 느낌 같았어요.
병태가 판수를 알아가면서 또 그와 친해지면서 어쩌면 학교에서 가정에서 받지 못한
그리고 알지 못한 어른의 가르침이나 따뜻함을 흠뻑 느낀 것이 아닌가
병태의 성장과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들이 영화의 후반쯤에 표현되면서
단순히 맞다 지친 고등학생이 싸움의 고수가 된다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많이 느끼게 되었네요.
백윤식님이 한번씩 던 지는 말투나 행동들이 굉장히 재미있고 코믹하긴 합니다만
영화에 약간의 재미가 있긴 하지만 영화는 완벽한 코믹영화는 아닙니다.
또 완벽한 학교물도 아니고 학원 폭력이나 지식을 전해주기 보다는 권위적이기만 하고
수업시간에는 기합을 주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슬쩍 고발하고 있지만
완전한 학원물에 대한 느낌은 아닙니다. 그냥 겉만 살짝 핱아주고 만 느낌이라고 할까요?
최여진씨의 등장씬이 너무 작은것도 아쉽기도 하구요. 원래는 오판수와의 약간의 로맨스
가 있었다고 하지요. 그리고 병태가 아버지와의 화해하는 모습들이 좀 더 크게 부각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도 듭니다.
처음엔 살짝 웃기기도 한데 마지막엔 슬쩍 찡해지는 슬픔도 있고
하지만 제목처럼 싸움의 모든 과정이나 기술을 섭렵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영화는 아니니까요
기대를 좀 빼고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즐길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겠나 싶네요.
오판수가 전해주는 싸움의 아트를 그리고 인생의 기술을 한번 맛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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