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심성이 곱고 착한 사람이라고 해도 소시적에 싸움한번 하지 않았다라는 사람은 없을 테다. 싸움이라는 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고 참다가도 한번 욱하고 올라오는 성질 못 참고 원펀치 날리는 순간 라운드의 종이 떙하고 울리는 법이니까.
솔직히 싸움은 당사자들에게는 치열한 승부지만 구경하는 이들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불구경과 더불어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되어주는 법. 그리고 싸움이라는 게 무언가 거창해 보이지만 무림고수가 아닌 이상에야 필살기 따위가 어디있겠는가. 그냥 일단 달려들고 처절하게 주먹 휘두르고 추할 정도로 엉켜붙어서 싸우는 소위 말하는 개싸움으로 갈 확률은 대다수니까. 그게 바로 평범한 사람들의 싸움이다.
어쨌든 남자라면 누구나 강함을 꿈꾼다. 요즘 실전적인 격투기가 인기를 끄는 것도 그러함에 매력을 느끼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강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되는 것은 확실하니까.
싸움에도 분명 기술은 있다. 진정한 고수들은 상대방의 헛점을 파악하여 일발백중의 묘수를 노리는 법. 마치 매가 사냥감을 낚아채듯이 한번의 타격에 완벽한 효과를 거두어가는 것이 진정한 고수의 내공이 보여주는 기술일테다.
싸움은 어찌보면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는 약육강식의 본능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극단적인 형태의 활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러한 싸움에서 패자와 승자가 엇갈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당연한 진리이고..
하지만 한번 강자의 위치를 점한자의 위세는 쉽게 수그러들 줄 모르고 약자의 위치로 몰린자의 주눅은 쉽게 펴질 수 없는 것이 비정한 현실이다.
그러한 약자의 억울한 현실타파를 위해서 싸움의 기술이 선보였는데 과연 이거 사이비아닐까하는 의심은 두 눈으로 극장에서 확인해보려했다.
송병태(재희 역)는 항상 학교에서 조금 논다는 애들에게 줄창 맞아서 얼굴에 피멍가실 줄 모르는 부실 고딩이다. 맞아서 행복하는 사람은 분명 사디즘에 가까운 변태성향일테고 그렇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 맞는 걸 즐길리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러한 지긋지긋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특공무술을 연마해보려지만 그것조차도 쉽지가 않다. 진정한 사부를 만나지 못한 제자가 어찌 뜻을 펼치리요. 그런 병태앞에 불현듯 나타난 오판석(백윤식 역)은 구원의 등불과 다름없다. 여유있는 미소안에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그의 실전상황을 목격한 병태는 그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에게 애걸복걸을 하는데..
이 영화는 솔직히 허무맹랑하다. 어느 코미디 영화가 그렇듯이 조금은 현실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을 풀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모양새가 호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캐릭터의 힘이다.
이 영화는 백윤식이 연기하는 오판석이라는 인물의 힘에 의해서 영화가 이끌어져 나간다. 그의 무표정에서 던져지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코믹하면서도 무게감이 실려있다. 그리고 관객들은 내공이 실린 코믹함에 뭇매를 맞고 웃음을 토해낸다. 가히 그의 존재가 이 영화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또한 이 영화는 재희가 연기하는 송병석이라는 인물의 성장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무래도 한 인물이 이야기 진행에 따라서 무언가 예전과는 다른 인물로 거듭나는 구성은 관객에게 흥미를 돋구는 전형적인 방식의 소재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 역시도 그러한 전형적인 방식의 소재를 통해 관객에게 적당한 흥미를 어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제목 그대로 싸움의 기술일테다. 전설적인 싸움의 고수인 판석의 내면과 외면이 조합된 실력은 보는 이들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으로 다가온다. 또한 그의 수제자 병석의 발전과 성장 역시 관객에게 흐믓한 미소로 다가온다.
학창시절부터 어디에나 양아치들은 있는 법이고 양아치들 하는 짓은 강산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주먹 조금 쓴다고 여럿이서 우후죽순으로 모여서 약한 아이들 괴롭히는 것은 녀석들의 변하지 않는 더러운 행위아니던가. 학창시절 그러한 녀석들의 치사하고 더러운 행위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느꼈지만 대항하지 못한 것은 그만한 용기도 배짱도 없었고 그럴만한 실력도 없었기 때문. 그렇기 떄문에 이 영화에서 약자가 강자의 폭력에 대항하며 약자로써의 반란을 보여주는 것 자체로 관객은 통쾌한 묘미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싸움이라는 것이 성인이 되어서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극 중 판석의 이야기처럼 돈 좀 있어야 싸움도 하는 법이니까. 멋 모르고 주먹 한번 날렸다가 이빨이라도 하나 해먹으면 그 뒷감당은 내 주머니사정에 좌우되는 법이니까. 그만큼 싸움도 젊은 시절에나 왕성한 혈기 핑계대고 저질러 볼 수 있는 추억이다. 그리고 강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증명하는 싸움에 매력을 지닐 수 있는 것도 철없는 어린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먹어서도 주먹질 함부로 하고 다니면 철없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확실한 명분이 서지 않는 싸움은 인정받기 힘들다. 그리고 그 명분이라는 것은 강자로써의 권위가 아닌 약자를 방어하기 위한 명분이 되어 바람직하다.
어쨌든 영화는 마지막까지 나름대로 거부감 느껴지지 않는 허무맹랑함을 고수한다. 동적인 소재로 정적인 멋을 취한 것은 이 영화의 강점이다. 판석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졌지만 병석은 성장했고 그만큼 인생의 진리를 얻었다. 싸움의 패배는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 그리고 인생도 이와 별반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병석의 성장만큼이나 관객들도 흐믓한 미소를 한움큼 쥘 수 있다. 그것이 이영화가 주는 부담스럽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즐거움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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