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실... 형사 알바다. 고백한다...
근데..
돈을 안 받아. 무보수 알바야...ㅠㅠㅠㅠㅠ
아놔~ 내가 돈이나 받으면서 이러면 이렇게 어이없진 않지...
이거 뭐... 나 이번 성적? 토익? 다 장난이야~ 생활이 어이가 없어~
그냥 막 달리는 거야.
진짜 누가 돈이나 줘가며 이러라면... 한... 80만원은 받아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몇 번 보고 나면 형사의 모든 씬들이 머릿속에서 막 혼자 소용돌이를 쳐.
한참 영화 보고 다닐 때에는 밤에 잠도 잘 못 잤어. 다음엔 언제 형사 보러 가지?하고 맘이 설레더라고.
그때가 행복했지. 악평들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영화만 보면 행복했어.
형사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 그 악평들.. 생각도 안나.
영화가 왜 그런 식으로 진행되고 표현되는지 그냥 보면 알겠더라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이해가 안 갔어.
머리로는 어떻게 이해를 하지만 내가 느끼는 바로는 다들 말하는 단점들, 다 장점으로 치환될 수 있는 거였는데 말야.
그냥 가슴을 열고 보면 이해가 가. 그렇게 이해도가 높아진 영화는 처음이었어.
진짜 감독이랑 내가 10시간 동안 얘기를 해도 이해가 안 갈 것들이 111분 보고 있으면 그냥 알 수가 있어.
영화랑 데이트하고, 대화하고, 막 그런 느낌이 들 정도였어.
하긴 이 영화에선 모든 캐릭터가 다 카메라를, 관객을 보고 얘기하고 그러잖아,
그래서 그랬던 것 같어.
클로즈업은 얼굴과 얼굴의 전쟁인데, 무의식적으로 영화랑 얼굴 맞대고 데이트하듯이 느껴버린 거 같아.
그래서 영화 끝나면 이상하게 즉시 다시 보고 싶어지고 그러더라고. 금방 그립고..
10월 12일- 이날이 우리 지역 막날이었는데, 나는 한 8일경인가 마지막으로 보고 못 봤거든.
근데 한 일주일 지나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 영화가 보고 싶고, 못 보니까 안타깝고, 암튼 그냥 막 슬퍼서 엄청 울었어.
형사가 내가 잊고 있는 첫사랑의 감성을 깨워버렸어.
난 그 사람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때 품었던 마음만 사무쳐오는 거야.
형사는 참 이상해. 그냥 영환데, 뭐 특별히 직접적으로 공감이 오는 에피소드가 있다던가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어느 순간 잊고 있는 감성들이 살아나서 관객을 막 덮쳐.
너무 힘들었어. 갑자기 열린 감정들.. 당황스럽더라고. 감짝 놀랐어.
영화가 사람 생활에 이렇게 영향을 미칠 수 있나 무섭기도 했고.
그놈의 형사가 대체 뭐길래 생각도 많이 했어.
그리고 영화라는 것이 뭔가 하는 생각까지 했고. 이렇게 강력한 매체일 줄 몰랐어.
이거 정신적피해보상까지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형사 진짜 나한테 빚진 거 많아.
지금까지도 나를 안 놔주고 여기서 나 알바예요~ 하는 농담따먹기나 하게 만들고 있어.
어떤 영화를 봐도 형사랑 비교되고 말야.
나 영화 참 좋아하는데 요새는 영화 잘 못 보겠어.
이렇게 화악 빠져보니까 다른 영화는 그만큼 다가오질 않아서 보고싶은 생각이 잘 안 들어,
이런 마음으로 다른 영화 보기도 좀 미안한 일이지.
후..진짜... 이거 쓰면 누가 십원 한장이라도 줄려나?-_-;
아... 나 DVD도 사야 되고... 비디오도 사야되는데... 돈이 읎네.
이번에 형사 메이킹 다큐를 상영한다 그래서.. 서울의 디지털영화행사에 갔더니.
돈이 오방 깨졌어.
근데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드네. 형사, 다큐 보니까 정말 철저하고 지독하게 만든 영화야. 그냥 안타까워.
이 정도로 힘겹게, 철저하게, 야심을 갖고 만든 영화는 그냥 그 자체는 인정해줘야 하는데 말야.
사람들이 참 지맘대로 남한테 이게 재미가 없네 어쩌네 지배를 하려고 해.
너 재미없다고 나도 재미없나? 형사는 특히 그런 영화야.
이런 건 그냥 자기 눈으로 보고 판단을 해야 해. 보고 나서 좋다 싫다 스스로 결론을 내리면 되는 거야.
보고 나서 욕나오는 사람도 있을 거야. 어쩌면 많을 거야.
근데 그래도 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 이게 다시 보고 싶어지네? 할 거야.
그때 그냥 다시 한번 봐줘. 영화 두번 보는 게 뭐 대수야?
다시 보면.. 뭔가 다를 거야.
나야 처음부터 그냥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 많이 그러더라고.
처음 보고 나선 이게 뭐꼬??!!!! 했다가 이상하게 생각나서 다시 봤더니
이건 너무 좋더라고. 이상할 정도로 영화가 좋더라고.
뭐 한번 보고 다시 생각도 안 나면 말고...
일단 한번 보고 나서 얘기하기 바래.
마냥 좋게 봐달라고는 부탁 안하니까. 그냥 한번 보고 얘기를 하자고.
오늘도 형사 관련글 쓰다가 시간 보냈네. 내 시간도 금쪽인데 참... 이놈의 형사... 나좀 책임져!!ㅜㅜ
다른 거 안 바라고 그냥 재상영했으면 좋겠어.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어.
이 영화 DVd나 비디오 보고 좋아질 사람들도 있을 텐데.. 참 안타깝네.
이건 정말 화질 음질이 수려한 극장용인데...그냥 재상영됐으면 좋겠어.
이 영화가 최고라서 재상영해야 한다고 그러는 건 아냐. 인정받지 못한 좋은 영화는 많지.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단합시키는 영화 흔치 않아. 그러니까 이 기회에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수요자가 있을 때는 재상영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거. 그냥 잠깐 하는 거 말고 정식으로 재상영하는 거.
배급사가 아니라 관객 위주의 배급, 개봉 시스템..
이런 선례가 세워지면 대한민국 어느 관객한테라도 손해 아니야.
보고 싶을 때는 보는 관객의 권리.. 지금 나나 형사중독자들은 그걸 주장하려고 해.
그러니까 고깝게들 보지 말고.
그냥 좋게 봐줘.
그냥 좋아서 이런다는데 삐딱하게들 그러지 말어.
글이 너무 길어서 미안하네. 여기까지 읽느라 수고했어요.
이거 읽는 사람들 모두 오늘 하루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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