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깜찍하다고 생각해?”
영화를 보고 나온 친구가 묻는다. 비록 쭈글쭈글해졌지만 여전히 매력 넘치는 제인 폰다를 두고 세련되었다는 둥, 깜찍하다는 둥 칭송을 아끼지 않는 내 말에 대한 반문이다. 아마 속뜻은 ‘저 무시무시한 할망구가 네 시어머니라면 그 밑에서 시집살이 해낼 자신 있냐?’는 거였겠지.(물론, 없다. ㅡ.ㅡ;;)
구찌와 프라다, 루이비통으로 휘두른 잘나가는 앵커 출신의 대가 센 시어머니, 그런 시어머니에게 아들 홀린 여우(게다가 보잘 것 없는 임시직)로 취급받는 예비 며느리의 한판 대결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천연덕스럽게 나쁜 짓을 해내는 예비 시어머니 제인 폰다의 연기가 압권이고, 그런 그녀에게 맞장 뜨는 제니퍼 로페즈도 다소 귀엽다.(뭐, 한국에서도 가끔 시어머니 뺨 때리는 며느리 이야기가 9시 뉴스를 통해 들려오긴 하지만 내 사고방식으로는 더러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코미디로 포장된 것만 빼면 ‘올가미’나 ‘블러드 라인’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들 빼앗아 간 며느리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무섭디 무서운 시어머니(알러지가 있는 제니퍼 로페즈에게 치명적인 견과류를 먹였음 ㅡ.ㅡ;;)와 그녀의 유약한 아들이라니… 순식간에 순한 양처럼 돌변한 제인 폰다가 아들 커플의 결혼을 허락하는 걸 보면 헐리우드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임엔 틀림없지만 헐리우드라는 공장에서 생산된 킬링 타임용 영화라 해도 등골 싸한 무서움이 스미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런 의미에서 헐리우드 영화는 대단하고, 또 위험하다.
각설하고,
제인 폰다는 기가 막히게 멋지긴 하다. 젊고 탄력 있는 제니퍼 로페즈보다도 100배는 더 훌륭해 보였으니…(하기사 나는 어깨만 미친듯이 넓은 제니퍼 로페즈가 섹시하다고 하는 미국애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ㅡ.ㅡ;;)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그저, 멋지게 늙어가는 제인 폰다를 눈요기 거리로 삼겠다면 말리고 싶지 않은 비디오용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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