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래스와 그로밋 : 거대토끼의 저주’(Wallace and Gromit : The Curse of the Were-Rabbit)는 발명가 월래스와 그의 충직한 강아지(그로밋)가 마을 야채밭을 위협하는 거대토끼를 쫓는 활약상을 담은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 97년 ‘양털 도둑’ 등 3편의 단편을 경험한 관객이라면 3D나 셀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색감이나 자연스런 동작과는 또 다른 경이로운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해충관리 특공대’를 운영하는 월래스와 그로밋.
마을 최고의 축제 ‘슈퍼 야채 선발대회’를 앞두고 토끼잡이에 여념 없다.
이들이 토끼를 잡는 방법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총으로 쏘거나 독을 사용하지 않는다. 월래스의 재치 있는 발명품으로 성과를 올린다.
어느 날 마을 야채밭이 쑥대밭이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수사에 착수한 월래스와 그로밋은 토끼의 본성을 바꿀 목적으로 실험했던 거대토끼의 소행임을 알게 된다. |
월래스와 그로밋은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유쾌한 캐릭터다.
치즈광인 월래스는 매사 실수투성이며 어수룩하기 그지없다.
사건을 저지르고 다니는 월래스의 뒤치다꺼리는 항상 그로밋 몫이다.
생동감 넘치는 이 둘의 캐릭터는 영화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더구나 ‘거대토끼의 저주’에서는 월래스가 사랑에 빠지는 ‘레이디 토팅톤’과 사랑의 라이벌 악당 ‘빅터’까지 등장시켜 더 한층 박진감 넘친다.
물론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애니메이터의 손’이 있지만.
첨단화된 3-D 애니메이션이 완벽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월래스와 그로밋’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감탄을 쏟아낸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각 프레임을 위해 점토의 잡은 입자를 단편적으로 옮기는 작업이 유행에 뒤떨어졌다고 어느 누구도 말할 순 없다.
어떤 컴퓨터그래픽의 예술 이미지로도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점토인형으로 그림을 능가하는 입체적인 표정 변화까지 연출하면서 하루에 1초씩 촬영해 5년 걸려 완성한 아트만 스튜디오의 집념이 대단하다.
그보다 더 뿌듯한 것은 첨단 테크놀로지시대에 살면서 수공업 창작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맛보는 정서적 경험이다.
‘거대 토끼의 저주’를 보면 영국 유머가 미국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위트와 슬랩스틱에 더 중점을 둔 영국식 유머는 배꼽을 잡고 뒹구는 미국식 오버 유머보단 싱그러운 웃음의 요소를 제공한다.
그것은 자연스런 웃음의 발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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