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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pper]감독님.결국 그 얘기가 하고싶었던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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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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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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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1 오후 2:15: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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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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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이 열리면 손금위로 피가 따라 흐른다. 오히려 그 피는 손금을 덮어버리고 복수의 운명을 손금 짓는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최종편인 "친절한 금자씨"는 이렇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복수는 나의 운명]을 외친다. 그것도 전편처럼 유괴와 복수에 대한 이야기로.
복수의 주체가 여자인 이유는 아마도 前 두편이 모두 남자 둘, 여자 하나의 구도 였던 것을 감안할 때, 마지막편 주인공을 여자로 배치하여 3부작의 주인공이 결국 남자 둘, 여자 하나로 구성된 완벽한 삼각구도로 마무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얼마나 멋진 꽁수인가..)
"복수"라는 것은 개인이 자신에게 해를 입힌 자나 조직을 상대로 법과 질서의 힘을 빌지 않고 행하는 자력갱생의 원시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복수는 항상 '나의 것' 일 수 밖에 없고 가장 오래된 응징의 방법이므로 매우 '올드'하다.
그런 복수의 방법을 금자씨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방식'으로 준비해 나간다. 그것도 마녀가 아닌 '올리비아 핫세를 닮아 얼굴에 광채가 날 만큼 아름다운 얼굴'로. 이금자는 13년간 눈물나는 감동친절 고객서비스 정신으로 주변인들을 무장해제하여 숙소와 무기를 무상 제공받고 정보원까지 둔 '미소속에 비친 복수'의 칼날을 갈아온 아주 '독하게 친절한 년'이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이 일부러 그랬다고 말한 것 처럼 친절한 금자씨의 복수극은 마치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편을 섞어 놓은 듯 앞뒤가 따로 논다. 그리고 이 두개의 이질적인 스토리 위로 너무나 완벽하고 일관되게 준비된 미장센은 오히려 영화에 독이 된다. 박감독의 미장센이야 깐느 영화제가 홀라당 반할 정도니 수십편의 감각적인 CF를 갖다놔도 모자랄 만큼 멋지고 황홀하기까지 하지만 이렇게 놀라운 미장센이 끝까지 이어지다 보니 눈이 지치고 두뇌가 지치고 결국엔 가슴이 지친다. (이런 미장센에 감동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참으로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아이러니 하게도 이 영화의 제작사가 '모호필름' 이듯 복수와 응징과 양심의 가책, 그리고 복수하는 자와 복수 당하는 자 사이에서 뭐가 잘한것이고 뭐가 정말 나쁜것인지, 영화는 정말 '모호'한 줄타기를 거듭한다. 그래서 [친절한 금자]씨는 너무나 아름답지만 눈이 부시고 피곤하고, 끝나면 허무하고 허전하다. 마치 '복수란 그런 거에요' 라고 말하는 것 처럼.
영화는 막판에 갈았던 복수의 칼날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몰고 간다. 친절한 금자씨는 13년간 갈아왔던 칼날을 통렬하고 잔인한 복수로 끝장 낸 것이 아니라, 어느새 속죄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눈물을 흘리고 싶어 하고 복수의 주체를 개인에서 다수로, 혹은 사적인 것에서 공적인 것으로 확대 재생산함으로서 "죄의 속죄"와 "복수"라는 두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한다.
그러나 가슴속에 남은 것은, 하얀 두부케익에 얼굴을 쳐박고 속죄의 헤드뱅을 미친듯이 해봐도 어쩔 수 없는 지나간 無보상의 세월과 피철갑의 복수로도 씻겨지지 않는 원죄의 응어리 이다. 자신이 유괴했던 박원모 어린이가 어른 혼령이 되어 금자씨의 입에 재갈을 물리며 쓴 웃음을 짓는 순간, 그 혼령이 자신을 용서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증오와 울분을 13년간 친절로 삭이며 잉태한 복수. 친절한 금자씨는 이렇게 통렬하게 복수의 3부작을 마무리 했지만 그 복수라는 새끼가 어디가서 또 다른 복수의 씨앗을 심지 않아도 복수는 편안하게 가슴까지 속시원히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건 그런게 아닐까. 복수의 칼을 품고 있걸랑 가만히 내려 놓으라고..
자길 버린 금자씨를 죽여버리고 싶도록 미웠지만 제니는 미안하다고 세번 이상만 말하면 용서해 주겠다고 했다. 금자씨에 대한 제니의 복수는 그렇게 안으로부터 이루어졌듯..
밖으로부터의 복수는 태어날 때 부터 해결책이 아님을. 긴 복수 이야기의 끝. 정령 그것이 말하고 싶었던 건가요?
FILMANIA CR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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