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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자 시작인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절정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jimmani 2005-05-27 오후 11:02:18 1542   [3]


<스포일러 조금 있음>
 
나는 사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열혈 매니아는 아니다. 이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 여태까지 없었다가 99년경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부터 비로소 갖게 되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TV에서 수차례 방영했던 예전 4,5,6편도 하나씩 접하게 되었고. 그러나 이 시리즈가 전세계 영화시장과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 유명세가 어느 정도인지는 예전부터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나이가 어려 극장에 자주 가지 못하는 시기에 개봉한 1편을 빼고 2편은 때에 맞춰 극장에서 보게 되었고, 이야기는 다소 유치했지만 시각적인 쾌감은 제대로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3편을 보고 난 지금, 어쩌면 나도 이 광활한 은하영웅전설 6부작의 팬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아시다시피, 미국에서는 모든 시리즈가 역대 흥행 톱 20 안에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그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제일 많이 관객이 든 1편이 서울관객 80만도 안됐으니 말이다. 이는 아마도 미국에서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스타워즈> 시리즈를 사랑하는 것과는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리즈가 다소 유치한 아동용 공상과학물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물론 최근 이 3편이 개봉할 즈음이 되어서 우리나라에서도 만만치 않은 <스타워즈> 팬들이 있음을 알았다.) 사실 1,2편의 모습은 그런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전투 시퀀스는 화려했던 반면, 이야기 전개는 더디기 그지없었고, 2편에 등장한 애틋한 로맨스는 이상하게 다소 유치하고 닭살 돋는 수준이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3편? 적어도 확실한 건, 이 <스타워즈> 시리즈가 그렇고 그런 유치한 공상과학물은 결코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때는 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 공화국과 분리파 간의 전쟁이 한창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 와중에 팰퍼틴 의장(이안 맥디어미드)이 적군 쪽인 그리버스 장군 측근에게 납치당하게 되고 두 명의 제다이,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와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가 의장 구출 작전에 파견된다. 오비완이 잠시 부상당한 사이 아나킨은 의장을 구출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우고, 평소 친분이 두텁던 의장은 더욱 아나킨을 신뢰하게 되어 자신의 대리인으로 제다이 원탁회에 참가할 권한을 부여한다. 한편 아나킨의 비밀스런 사랑 파드메 아미달라(나탈리 포트먼)는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아나킨은 어머니의 죽음 직전에 꾸었듯 파드메가 아이를 낳다 죽는 꿈을 꾸게 되고, 아나킨은 이번 꿈 역시 현실로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설상가상, 보통 제다이 원탁회에 참석하는 제다이는 마스터로 인정하는 것과 달리 아나킨은 원탁회에는 참석하되, 마스터로는 인정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올 위기, 자신을 따돌리는 것같은 주변의 시선, 자신의 야망과는 달리 너무도 더딘 제다이의 길 등의 장애물에서 갈등하던 아나킨은 마침 신임하던 팰퍼틴 의장에게 포스의 어두운 면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죽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등 무한한 힘을 지니고 있는 포스의 어두운 면에 아나킨은 점차 매혹되어 가는데...
 
<스타워즈> 시리즈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메리트는 뭐니뭐니해도 시각을 완전장악하는 절대적인 비주얼일 것이다. 역시나 대단한 비주얼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디지털 상영으로 관람했는데, 영화 내용 이전에 때깔 하나 없는 깨~~끗한 화면빨부터가 전율을 선사했다. 어딘가 모르게 덜 정화된 듯한 일반 스크린과 다르게 디지털 상영은 확실히 영화에 나오는 모든 색감, 질감들을 제대로 표현해주었다. 디지털 상영이 괜히 좋은 게 아니더라.-_-;;
디지털 상영이라서 좋았던 것 뿐 아니라, 영화 자체가 선사하는 스펙터클한 영상은 더더욱 압권이었다. 영화는 처음에 제목과 사건 경위를 알려주는 특유의 자막이 지나가고 난 뒤 바로 전쟁신에 돌입한다. 20분 정도 동안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색색깔의 레이저빔이 오가고,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나는 거대한 전투신은 카메라까지 우주를 유영하듯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마치 3D 입체영화를 보는 듯한 짜릿함을 안겨주었다. 전쟁신의 즐거움만이 아니다. 오비완이 요상한 생물체를 타고 그리버스를 추격하는 신에서는 마치 카레이싱의 한 장면처럼 스피디함이 절정에 다다르고, 마지막 오비완과 아나킨의 화산행성에서의 광선검 결투신은 검으로 하는 결투신 특유의 긴장감과 곳곳에 용암이 도사리고 있다는 장소적 위험성까지 겹쳐 상당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용암이 여기저기서 봇물터지듯 터지며 땅위를 적실 때마다 파워풀한 시각적 쾌감과 함께 긴장감이 더 강화되기도 한다. 이렇게 영화는 대단한 제작비와 대단한 물량의 컴퓨터 그래픽을 투입한 만큼, 우리가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도구로 즐길 수 있는 거의 모든 시각적 즐거움을 한꺼번에 선사해준다.
 
배우들의 연기도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사실 1,2편에서 배우들의 대사 등 연기 측면에서는 거의 평면적이기 이를 데 없었다. 어느 기사에서의 얘기처럼, 이완 맥그리거나 나탈리 포트먼같은 걸출한 연기력의 소유자들도 이 시리즈에만 나왔다하면 평면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는 내용상 감정의 굴곡이 가파라서 그런지 배우들의 연기력도 한층 더 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 좋았다. 2편에서의 연기로 인해 최악의 남우조연상까지 받은 이력이 있던 아나킨 스카이워커 역의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연기도 이번 3편에서는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스 베이더로 변해가는 과정에 놓여 있는 아나킨의 어두운 내면을 그런대로 잘 소화해주지 않았나 싶다. 후반부에 가서 보여주는 분노에 찬 모습은 확실히 2편에서 마치 사춘기의 청소년이 어리광부리는 것처럼 보였던 다소 어색한 면이 많이 없어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아직 평면적인 대사 처리 등 아직 부족한 면도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2편보다 한결 나아진 것도 어딘가.
이완 맥그리거나 나탈리 포트먼 등 기타 출연진들의 연기도 꽤 괜찮았다. 이완 맥그리거는 과묵하면서도 충직하고, 그러면서 어느 정도 여유도 있는 오비완 케노비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고, 나탈리 포트먼 역시 금지된 사랑으로 인해 슬픈 운명을 맞게 되는 비운의 여인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이번 영화에서 아무래도 가장 연기력이 돋보였던 사람은 아마도 팰퍼틴 의장/다스 시디어스 역의 이안 맥디어미드가 아니었나 싶다. 아나킨을 어둠의 세계로 이끄는 중요한 인물답게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사악한 카리스마는 말 그대로 장난 이 아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무심한 표정으로 포스의 어두운 힘에 대해 은근히 홍보(?)하는 모습이라든가, 후반부에 가서 본색을 드러내며 낮은 톤의 목소리로 자신의 야망을 표출하는 부분 등에선 말 그대로 '포스'가 느껴졌다. 괜히 사악한 척 설치는 게 아니라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상대를 제압하고 이간질하는, 성숙한 악당(?)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이미 알려진 다양한 캐릭터들이 잔재미를 선사했다. 나이나 경험상으로는 가장 어르신이어서 존경받아야 마땅하지만 마스터 요다(프랭크 오즈 목소리)는 스피디한 몸놀림을 과시하는 전투 장면이나 다양한 표정 연기 등에서 여전한 귀여움을 자랑하셨고(딴소리지만, 이번 3편을 보면서 확실히 요다는 주어와 서술어의 위치를 바꿔 말하는 습관이 있다는 걸 알았다), 오리지널 3부작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츄바카 역시 등장해 특유의 어리숙함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물론 쓰리피오와 알투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쓰리피오는 파드메의 시중을 충실히 들지만 자신의 처지도 적잖이 한탄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웃음을 던져준다. 파드메에게 '위로해드릴까요?'라고 말하니 파드메가 '아니, 괜찮아'하니까 '난 도대체 아무 쓸모가 없는 것 같아'라고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쓰리피오가 대사 면에서 즐거움을 준다면, 알투는 전편과는 몰라보게 달라진 전투력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머리 부분에서 나오는 전기 빔같은 한층 능동적으로 변한 전투 시스템은 쓰리피오마저 '나도 꼽사리 껴서 튜닝받고 싶다'고 할 만큼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는 익히 알려진대로 오리지널 3부작에서 가졌을 여러 궁금증을 풀어준다. 다스 베이더가 될 아나킨은 왜 악의 세력과 손을 잡게 되었는가?, 루크와 레아는 왜 한 핏줄인데 따로 떨어져 살게 되었는가?, 오리지널 3부작의 인기 캐릭터인 츄바카는 언제부터 등장하게 됐는가? 등등... 이렇게 영화는 해결해야 될 숙제가 제법 쌓여 있기 때문에 1,2편처럼 느슨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사실 1,2편은 시각적으로는 역시나 대단한 즐거움을 주었지만, 이야기에만 집중한다면 잠이 올 정도로 진행이 많이 느렸다. 이에 비해 3편의 이야기 전개는 보통 후반부에 비장의 무기로 뽑아드는 전쟁신이 초장부터 기선을 제압하듯이 스피디하게 흘러가서 한결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다소 순식간에 아나킨이 악의 세력에 굴복하는 감도 없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원탁회 관련 일 등 다양한 이유들이 서로 얽히게 되면서 아나킨이 악의 세력으로 들어가는 과정도 부자연스럽지 않게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게 흘러간다. 뿐만 아니라 영화가 진행될 수록 켜켜이 쌓여가는 비극적인 징조는 후반부로 가면 갈 수록 그 규모가 확대되어 확실히 극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제다이 기사들이 순식간에 학살 당하고, 팰퍼틴 의장이 명분만 남은 희망과 평화를 외치는 순간들은 비극적인 만큼 한층 진지한 비장함을 안겨다준다. 아나킨이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맞닥뜨리고 결국 악의 세력과 손을 잡은 뒤 지난날 동지였던 사람들과 다투고 분노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연인이었던 파드메마저 죽이려고 하는 순간은 영화의 비극적인 징조를 최절정에 다다르게 한다. 마지막, 오비완이 아나킨의 결투 끝에 그의 두 다리를 자르고 아나킨이 불에 타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은,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극의 깊이를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자신이 끝까지 믿었던 제자의 다리를 베고 참혹하게 불에 타기까지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스승의 마음만큼 끔찍한 심정이 또 있으랴?
 
한편 어떻게 보면, 언론들이 얘기한대로 이 영화에는(감독의 의도가 있든 아니든) 요즘 세계의 모습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았다. 팰퍼틴 의장이 자신에게 반항하는 제다이 세력들을 모조리 몰살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나, 민주주의라는 이상적인 이름을 걸고 있지만 실은 그 뒤에 잔혹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나, 아나킨이 '동지가 아니면 적이다'라는 지극히 이분법적인 대사를 날리는 모습 등은 마치 세상을 자신과 같은 편, 악의 축으로 구분하는 미국의 현재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같아 한편으론 섬뜩했다. 팰퍼틴 의장이 제다이 진압에 성공한 뒤 '역사상 유례없는 대제국을 만들어 영원한 평화를 만들어 나가자'하는 장면에서 파드메는 '자유의 종말이네요, 우레같은 박수와 함께'하며 탄식하는 장면은, 세계를 겉으로 보기에는 평등할 것 같지만 실은 모두 종속국이 되는 대제국을 만들려고 할 만큼의 야심을 갖고 있는 현재 미국 정부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졌다. 전 우주의 참혹한 비극이 이처럼 극도로 이분법적인 사고관과 자유와 평화를 명분으로 전쟁을 감행하는 세태로 인해 벌어졌음을 얘기하면서 영화는 현재 세계의 모습도 이렇지 않은가 질문하고 있는 듯 하다.
 
아무튼, 이 거대한 은하영웅전설은 아이러니하게도 6개의 이야기 중 세번째의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프리퀄들과 오리지널 3부작이 따로 노는 듯한 분위기를 주다가 하나씩 오리지널과 관련된 얘기들과 배경들이 나오게 되면서 마지막에 그 유명한 다스 베이더의 숨소리(습~하~;;)가 나오는 모습은 내가 그렇게 열혈 매니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끼치게 만들었다. 이렇게 이 3번째 에피소드는 후반부 세 편의 이야기로 가는 마지막 다리를 완벽하게 이음으로써 어떤 결함 없이 스토리를 제대로 이어주었다. 영화가 보여준 비장함과 비극성, 거역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운명과 그 앞에서 울부짖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이 영화에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수긍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영화 마지막, 루크를 안은 타투인 친척들이 막 떠오르는 해를 보며 서 있다. 지금 이렇게 끝맺음을 하는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는 곧 떠오르는 해처럼 새로운 희망(A New Hope)이 있는 자식 세대의 이야기로 한걸음 나아간다는 뜻이겠지. 이렇게 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아버지 세대의 끝이자 자식 세대의 시작으로 가는 이 세번째 이야기를 통해 거대할 뿐만 아니라 엄숙함마저 느껴지는 매력적인 전설로 드디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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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2005, Star Wars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제작사 : Lucasfilm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starw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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