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 이전 작품인 장화 홍련, 조용한 가족, 반칙왕 등에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독특한 영상을 선보였던 감독이었다. 따라서 '느와르'를 표방한 이번 작품도 반신반의 하긴 했었지만 약간의 기대는 가지고 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기대를 해서일까? 아니면 오우삼 스타일의 '느와르 필름'에 너무 길들여 져서 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기 냄새만 나는 고기 안들어간 고깃국 먹은 기분이랄까...
우선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라면 이병헌을 들 수 있겠다. 여태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연기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게 과연 이병헌 맞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의 연기도 그 옛날 우수에 젖은 눈빛 하나 만으로도 관객을 사로잡았던 윤발이 형님의 그 카리스마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여겨지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이병헌의 호연도 너무나도 밋밋한 연출 앞에서 그 빛이 바랜 느낌이다. 오우삼 스타일의 넘치는 비장미와 극도의 허무주의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쿠엔틴 타란티노 스타일의 감각적인 비쥬얼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우가 보스에게 버려지는 과정도 개연성이 상당히 부족하게 묘사되었고, 후반부 건액션도 예전 오우삼이 보여주었던 다이나믹하고 디테일한 비쥬얼에 비하면 힘이 한참 모자라 보인다. 또한 에릭은 왜 출현했는지 고개가 갸우뚱 해지지 않을 수 없다. 에릭의 팬들이 들으면 섭할 소리일지 몰라도 에릭의 출연료에 들일 비용을 비쥬얼에 쏟아 부었더라면 지금보다는 나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영화 전반적으로 음악도 나쁜것은 아니지만 비장미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고 비쥬얼 또한 뭔가 보여주것 같이 폼만 잡다가 끝나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가 되고 말았다.
느와르라는 장르가 오우삼, 코엔 형제,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기라성 같은 감독들이 자산만의 독특한 비쥬얼과 감각을 선보이며 버티고 있는 장르라 자신만의 색깍을 낸다는게 쉽지는 않을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드보일드라고 부르기에도 힘이 떨어지는 이런 작품을 '느와르'라고 불러주기에는 한참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다음 작품에서는 김지운 감독 특유의 색까을 보여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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