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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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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8 오후 10:2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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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TV 시리즈에서 흔히 보아 온 것처럼,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라임은 분명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도덕적인 면에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동거나 혼전임신 같은 요소들이 아무렇지 않게 그려지고 있으니 말이다.(하긴 우리나라 드라마들도 요즘 들어 이런 요소들을 조금씩 활용하긴 하더라만...) 하지만 예전에 <미트 페어런츠>를 보고는 꼭 그렇지만도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비 장인 앞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어보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우리 한국의 경우와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느꼈다. 자유분방하다는 미국도 우리처럼 배우자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끊임없이 조율을 시도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미국적인 면이 어느 정도 있는 코미디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국적을 초월해 결혼 전 예비 커플들과 그들의 부모가 겪을 수 있는 갈등이 잘 그려져 상당히 공감이 많이 가는 영화였다.
이번에 나온 2편 <미트 페어런츠 2>는 이제 그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난 뒤 다가운 새로운 과제인 양측 부모 상견례가 주된 소재이다. 역시나 결혼 전 양측의 부모가 정식으로 만난다는 것이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TV 드라마같은 데서 흔히 보아 왔듯, 보통 결혼 전에 부모들은 꼭 상대편 부모들에 대한 정보를 따지면서 어느 정도 탐색전에 들어간다. 보다 비슷한 점이 많아 지내는데 별 지장이 없을지, 아니면 차이점이 많아서 지내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을지를 미리 탐구해본다. 이 영화 역시 이처럼 상견례동안에 양측 부모가 펼치는 탐색전이 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이들의 경우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예비 신부 팸 번즈(테리 폴로)의 아버지인 장인 잭 번즈(로버트 드 니로)의 시험을 통과하고 가까스로 가족 구성원임을 인정받은 그렉 퍼커(벤 스틸러). 그러나 이들에게는 아직 한가지 중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바로 그렉 측 부모와 팸 측 부모의 만남. 그렉의 부모인 버니(더스틴 호프먼)와 로즈(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매우 자유분방하고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인 반면, 팸의 아버지인 잭은 전직 CIA 요원출신 답게 매사에 분석적이고 치밀하고 깐깐하다. 그나마 어머니인 디나(블리드 대너)는 이해심이 많은 성격이다. 이들의 이런 극과 극의 성격은 결국 상견례에서 불꽃을 튀며 충돌하게 된다. 버니는 남녀노소, 친소를 구분하지 않고 목덜미 스킨십을 구사하질 않나, 친분의 표시로 역시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엉덩이를 예사로 두들기질 않나, 로즈는 본직업이 섹스 치료사이니만큼 성적인 면에서 확실히 개방적이다. 사돈의 등에 올라타 과감하게 마사지를 감행할 정도로...^^;; 이런 둘의 애정표현이야 두말할 나위없이 때와 장소, 남의 눈치를 가리지 않고 항상 적극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러한 사돈들의 모습을 보는 잭의 눈이 편할 리 없다. 가까스로 들은 정이 조금씩 식어갈 무렵, 어렸을 때 그렉과 쭉쭉빵빵 가정부 이사벨과의 관계가 드러나고, 거기에 그들 사이의 소생으로 추정되는 왠 소년까지 끼어들게 되면서 거의 다 된 밥에 재는 슬슬 뿌려지기 시작하는데...
우선 이 영화를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화려한 배우들의 집합이다. 특히나 스타급 중견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인상적인데, 1편에 등장했던 기존의 로버트 드 니로(잭 번즈)-블리드 대너(디나 번즈) 부부는 물론이요, 이번에는 더스틴 호프먼(버니 퍼커)-바브라 스트라이샌드(로즈 퍼커) 부부까지 가세했으니, 전편보다 더욱 화려한 위용의 캐스팅임은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리고 더 좋은 점은, 이들이 이 영화에서 정말 만족스러울 정도의 코믹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연기 경합때문에 주인공인 벤 스틸러의 연기마저 거의 묻히다시피할 정도였으니...-_-;;숙성된 연기 경력답게 주로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에서만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이들 배우들이 이 영화에 출연해 거침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존경심이 생기지 아니할 수 없었다. 로버트 드 니로는 최근에 코미디 영화에 자주 출연한 경력에 걸맞게, 특유의 괴팍한 듯 웃기는 코미디 연기를 여기서도 멋지게 보여주었다. CIA 요원 출신답게 매사에 의심이 많다가도 손자 앞에서는 인공유방까지 차 가면서 손자와 소통하기를 좋아하고, 사돈부인의 공격적 마사지에 사정없이 난타(!)당하는 엉뚱한 모습도 보여준다. 혹자는 로버트 드 니로가 최근 들어 너무 가볍고 상업적인 코미디에만 자주 출연해 예전과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볼 수 없지 않느냐 하는 얘기도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거 연기에서 보여줬던 왠지 좀 범접하기 힘들었던 카리스마를 벗고 보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 오히려 보기에 좋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로버트 드 니로는 여전히 명배우면서도, 보다 친근하고 인간미 있는 배우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번 2편에 새롭게 등장한 버니 번즈 역의 더스틴 호프먼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동안 정말 진지한 영화들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배우가 이렇게 시치미 뚝 떼고 코미디 연기를 잘 할 줄 누가 알았으랴. 목덜미에다 거친 키스를 퍼붓는 과감한 스킨십은 물론이요, 침실에서 천진난만하게 역할 놀이를 하면서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은 이 배우에게 이렇게 엉뚱한 면이 있었나 하고 새삼 놀라운 생각이 들게 했다. 뿐만 아니다. 털털하고 부담없는 성격이다가도 조금 맘에 안드는 행동 했다고 째째하게 토라지는 모습하며, 떠나려는 장인 앞에 과감히 드러누워 '갈려면 나를 밟고 가시오'하는 모습은 정말 연기 잘 하는 배우는 진지한 연기를 하든 웃긴 연기를 하든 다 잘 한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했다. 정말 코미디계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 영화에서 더스틴 호프먼이 보여준 코믹 연기는 놀라웠다.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해 온 로즈 퍼커 역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나이를 무색케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년 이후의 부부관계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언제나 정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그래서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삶을 사는 로즈의 모습은 역시나 배우, 감독, 가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며 젊음을 잃지 않고 있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정말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기네스 팰트로의 어머니로도 잘 알려진 디나 번즈 역의 블리드 대너는 약간 난장판 같은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가며 냉정을 잃지 않는 우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편인 로버트 드 니로가 잠시 흥분할라치면 '여봇!'하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그러면서도 부부관계에 대한 사돈부인의 조언에 감명받아 금방 실천을 해보고도 싶어하는 양면적이면서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외에 영화 중간중간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들도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켜주었다. 가장 인기 있을 캐릭터가 아마도 그렉의 조카이자 잭의 손자인 리틀 잭이 아닐까 싶은데(자막 올라갈 때 알았는데 쌍둥이가 연기한 것이었다), 나이답지 않게 상당히 총명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어떨 땐 주인공인 그렉을 곤경에 빠뜨리면서도 연신 천진난만해 악동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도(특히나 그 많은 단어들 중에 하필이면 그렉이 얼떨결에 뱉은 욕설인 '애~즈 호~올!'만 배웠지 않은가!), 마냥 즐거워하면 보여주는 그 밝은 미소는 천사라 하지 아니 할 수 없을 정도로 연신 귀여움을 마구 발산했다. 심지어는 동물들도 각자 자기만의 캐릭터를 갖고 웃음을 주었다. 특히나 퍼커 가문의 애완견인 모세는 주인 닮아서인지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닿는 것마다 요상한 포즈를 취하며 욕구를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사실, 영화가 전편보다 에피소드나 웃기는 면에 있어서 보다 난잡해 진 건 사실이다. 전편이 주로 그렉과 잭의 갈등에 집중되어 보다 명료한 스토리 전개를 했던 데 반해, 이번 2편은 시간이 흐를 수록 여기저기서 상황을 더 극적으로 몰고 가는 곁가지 에피소드들이 마구 나와서 약간 혼란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다. 주인 닮아 좀 밝히는 개하며, 성적으로 개방적인 퍼커 부부 등 유머 면에서도 약간 화장실 유머틱한 면도 많아진 듯 싶었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가족에 대한 메시지는 여전했다.
결혼을 앞두고 하는 양가 상견례라는 게, 서로 조율을 하기 위한 것이지 결혼 전 마지막 조건을 따지는 건 아닐 것이다. 이미 두 사람의 사랑으로 결혼은 거의 성사됐는데, 상대편 부모님이 이상하다고 해서 결혼이 깨지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상대편 부모님을 만나서 별로 갈등이 없으면 좋은 거고, 갈등이 있다면 그래도 잘 다독여서 살아가면서 화합해 가는 쪽으로 결말을 짓는 것이 상견례의 의의일 것이다. 이 <미트 페어런츠 2>도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 속 대표적인 권위주의자인 잭은 '신뢰의 원'이라는 나름대로의 경계를 지어놓고서 자기 맘에 들고 믿을 수 있을 만한 이들만 그 원 안에 들여놓는다. 치밀한 검증과 분석을 거쳐서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겠다 싶은 사람만 원 안으로 들여놓음으로써 보다 원만하고 갈등이 없는 가족 관계로 이끌어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 관계라는 것이 치밀하고 깐깐한 피상적 분석만으로 가능한 것일까? 뻔한 얘기이긴 하지만, 두 가족이 만나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이성적 분석보다는 감성적 화합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영화 속 잭의 경우는 자신의 생활 방식을 잣대로 해서 사돈부모들을 판단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소외당하고 만다. 신뢰의 원을 지어놓고, 온갖 기준으로 상대방을 재고 시험하고 하다가 오히려 기존에 원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상대편에게로 가버린 채 자신만 홀로 원 안에 남게 되는 것이다. 결혼을 기점으로 두 가족이 하나가 되려고 할 때, 상대편 가족이 꼭 자신의 사고방식에 합당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너무 완벽만을 추구하는 게 아닐까. 영화 속 번즈 가문과 퍼커 가문의 경우처럼 두 가족의 성격이 극과 극을 달린다면, 오히려 서로 융합되면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절묘한 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란, '신뢰의 원' 안에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라기 보다는, 나 스스로 원의 넓이를 넓혀 사람들을 끌어안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미트 페어런츠 2>는 다소 난장판인 극적 전개 과정 중에서도, 마지막에 가서는 가족이 화합할 때 어떤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할지 다시금 보여준다. 물론 두 가문의 화해 과정이 여느 헐리웃 영화처럼 지극히 도식적이긴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가족 화합의 방안이 무조건 닭살 돋지는 않다. 거기다 명배우들이 펼치는 근래 보기 힘든 코믹 연기까지 곁들여져 있으니 더 달콤한 교훈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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