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자신있는 사람을 보면 걱정스럽다. 아니 좀더 겸손하면 더 좋을 텐데... 능력있고 잘 생기고, 거기다 더해 자신있지만 겸손하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좋은 집안 출신에 일류학교를 나와 불편한 것 없이 항상 자신이 최고라는 걸 스스로 느끼며, 또 주위의 인정마저 받고 있는 사람에겐 약간 정이 떨어진다. 왜? 다 가졌기 때문에... 이건 물론 상대적 박탈감 또는 열등감의 표현, 아니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다.
난 눈물이 많은 사람이 좋다. 그게 여자든 남자든... 눈물 많은 사람은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머리로, 논리로 따지기 보다는 가슴으로, 감성으로 먼저 접근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감성이 쿨하지 않고, 오히려 일을 망칠 수 있어도 요즘처럼 이해타산을 따지는 상황에선 상대적 비교우위에 있다는 말이다.
영화를 보면 나는 감동적인 영화와 재미있는 영화로 나눈다. 물론 둘다에도 끼이지 못하는 영화는 시간을 허비한 데 대한 아까움에 더해 더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 말하자면 기회비용 때문에 그 영화가 더 싫어진다. 물론 이런 영화도 있을 수 있다는, 말하자면 더 좋은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반면교사 역할이야 하겠지만...
<주먹이 운다>는 감동적인 영화다. 맞으면서 생업을 꾸려가는 남자와, 어긋난 길로 빠져든 한 청춘이 합법적인 주먹으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가는,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파이란>처럼 밑바닥 삶을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이 이 영화에도 있다. 얻어터지는 걸 직업으로 연명하는 남자는 아내와 아들에게 제대로 남편 구실, 아빠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을 만회해 보려 하고, 늘 사고만 치던 한 청춘은 갑자기 잃어버린 아버지와 곧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혈육 할머니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 한다.
돌아보고 싶지 않은 팍팍한 현실을 굳이 돈 내고 영화로 봐야 하겠는가 하겠지만, 영화를 참고 보는 사이 성공과 부유함만으로 사는 사람들이 결코 알지 못할 인생과 삶의 의미를 재확인해 보는 귀한 시간이 된다.
<호스티지>처럼 긴박한 사건 전개, 강력한 사운드 효과로 사람들의 얼을 빼놓는 재미있는 영화 못지 않게, <터미널>처럼 환상적인 이야기 구조로 꿈과 환상을 준다는 영화라는 매체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지만 결코 현실적이지 않은- 못지 않게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좋을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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