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과는 담을 쌓고살았던 시절, TV에서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를 너무너무 좋아해 영화속에서만 살던 병석(최민수)이 고생 끝에 생애 대작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엄청난 흥행을 만드는데, 다시 보니 그 영화는 수 많은 명화의 명장면을 짜깁기 한 것에 불과했다는 내용이다. 상상력은 순환한다는 방장의 생각과 똑같은 생각이다. 최민수는 스스로가 대작을 만들었다고 좋아하지만 결국 그것은 어린시절부터 보아왔던 헐리우드영화의 모방 이상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무삭제 개봉으로 많은 관심을 끌던 <몽상가들> 역시 영화만으로 살아가는 꿈꾸는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모는 물론이고 친구들과도 전혀 소통하려 하지 않는 쌍둥이남매 이자벨과 테오. 극장에서 자주 만나는 매튜에게 그들 조직의 일원이 되길 청한다. 매튜는 아름다운 이자벨에게 끌려 그들과 어울리게 된다. 그들 조직에서 하는 것은 영화처럼 놀기.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따라하고, 영화이름대기 게임을 한다. 게임에서 지면 엽기적인 벌칙이 따른다.
채플린과 키턴, 누가 더 위대한 코미디언인지 논쟁하면서, 클랩튼과 핸드릭스, 누가 더 음악의 신인지 싸우면서 영화를 사랑하고 문화를 아끼는 청춘들의 놀이가 계속되면 될수록 이들은 점점 더 외부와의 벽을 견고하게 세운다. 그들은 그들만으로 충분했으며, 더 이상 성장하고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영화광이라고 불렀으면서 바깥에서 일어나는 혁명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시네마테크를 세운 랑글루아에 대한 것이라 하더라해도 말이다.
헐리우드키드에 멈춰있고 싶었던 병석처럼, 이자벨과 테오 역시 그들만의 시네마천국에 멈추고 싶었던 것이다. 그곳은 영원히 성장하지 않아도 되는 네버랜드였다. 말 만한 남녀가 벌거벗고 잘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성장을 멈춘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벌칙으로 서로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요구하고, 다른 사람과의 성관계를 명령하는 것은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성적인 호기심이었다. 금기된 것을 꿈꾸는 어린아이들의 상상력이다.
매튜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갔을 때, 그들은 갑자기 성장했다. 둘만의 시네마천국이 열리자 피로 물든 세상이 나타났다. 세상은 온통 혁명이었다.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변신한 그들은 혁명가가 되어 군중 속으로 뛰어든다. 벽을 만드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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