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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화된 일급살인 타임 투 킬
aliens2020 2005-02-08 오후 12:18:34 1528   [6]
 

 한적한 오솔길. 두 명의 건달들에 의해 10살 소녀가 납치 강간당하고, 다리 밑에 내팽개쳐진다. 소녀는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범인들은 검거되지만 법원에서는 강간범들에게 보석석방을 조치하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을뿐더러 혼수상태에까지 놓인 딸을 보며 소녀의 아버지는 오열을 삼킨다. 그리고 소녀의 아버지는 범인들에게 판결이 내려지기 전 법정에서 기관총으로 무참히 범인들을 살해한다.

영화를 볼 때마다 관객들은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강간범들을 죽인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가? 그의 살인이 무죄일까? 물론 영화에서는 무죄이다. 영화는 이미 아버지의 살인을 정당화할 아이템을 제공하였다. 설정 자체가 아버지의 무죄를 뒷받침해주기 때문. 영화를 보는 관객마저도 두 백인 강간범들의 태도를 보고는 그들이 죽어도 싼 인간이었다고 말한다. 몇 몇 사람들은 영화가 살인을 정당화 시켰다며 반발할 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쨌건 신이 만든 인간들은 인간들끼리 죽일 수 없다는 게 요즘 세상의 순리인 것이니 아버지 ‘칼 리 헤일리’는 사형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면에서 본다면 사형도 엄연히 인권침해다. 영화는 아이러니 하게도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가 사형당하는 것도 인권침해고, 무죄라 해도 인권침해라는 결과를 낳는다. 극중에서도 전직 변호사 ‘루션’이 ‘제이크’에게 조언할 때 이렇게 말하듯이. “자네가 승소해도 정의가 실현되고, 자네가 패소한다 해도 정의가 실현되는 거지.”

사람들은 영화에 대한 논란 보다는 영화가 말하는 사회적 논란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요즘은 대게 무죄 판결이거나 얼마 안돼 출소하는 강간범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들은 잠시 죄과를 치뤄 새 삶을 살지만, 피해자는 평생 후유증에 시달려야 한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복수할 권리가 없지 않을까? 현대 법이 허락한다면... 영화에서 다루는 문제가 그것이다. 과연 피해자의 복수는 정당화되어야 할지, 강간범들을 풀어주는 법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에 대해서. 또 인종차별로 인해 백인이 흑인을 강간한 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흑인이 백인 청년을 죽였다고 해서 죄과를 묻는 상황은 더 혼란스럽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중요한 문제를 지적해준다. 흑인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인간으로. 실상 영화는 아버지 ‘칼 리’를 도와주겠다고 자처한 변호사 ‘제이크’의 시각으로 전개된다. 제이크가 칼 리를 변호하면서 생기는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들을 잘 포착한다. 특히 인종주의자인 강간범의 형이 ‘KKK단’을 조직, 제이크와 칼 리를 협박하여 남편이 살해당한 비서가 떠나고, 집이 불타고, 여러 사람들이 희생되는 동안 제이크의 내면적 갈등은 관객들로 하여금 연민을 갖게 한다. 하지만 제이크 또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처음 칼 리가 흑인이고, 돈도 없어서 도와준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칼 리도 자기와 같은 나이의 딸을 가진 ‘아버지’여서 도와준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제이크는 최종판결이 있는 날, 소녀의 성폭행사유를 상세히 연설하고는 그 소녀를 흑인이 아니라 백인으로 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아버지가 살인을 한 이유도 인종차별 때문이다. ‘미시시피’에서는 백인에게 강간당한 흑인에 대한 안배가 전혀 없다. 극중 인물인 판사와 검사 ‘루퍼스’도 재판장소가 미시시피라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칼 리’를 유죄로 몰아세우려 한다. 이와 중에도 ‘KKK단’을 등장시켜 영화는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어 스릴러 적 요소를 채워주기도 한다.

‘존 그리샴’의 소설을 영화화한 <타임 투 킬>은 이런 현대사회의 법과 동시에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이다. 또 개봉당시 이 영화는 ‘산드라 블록’을 포함한 초호화 캐스팅으로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상업적인 면도 보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사회문제를 바로 세우려는 자세로 관객들을 만족시켰고, 특히 비열하고 냉정한 검사 역에 ‘케빈 스페이시’를 기용한 점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 드라마를 적절히 삽입해 인물들 간의 갈등을 섬세하게 포착한 것도 영화의 장점이다. 빠른 전개와 억지스럽게 결말을 지으려 해서 절정과 결말 부분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기도 하지만 <타임 투 킬>은 우리 사회의 법적 문제와 인종차별 문제를 잘 지적해주는 좋은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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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투 킬(1996, A Time to 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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