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성룡의 마지막 [폴리스스토리]시리즈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벌써 다섯번째 시리즈이다. 소리소문없었던 [폴리스스토리4]이후 더이상 속편이 안 나올 것만 같았는데, 8년만에 우리곁을 찾아왔다. 21세기에 탄생한 성룡의 [폴리스스토리]여서인지 전작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굉장히 세련된 영상에 왜 New(!) 폴리스스토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초현대판 폴리스스토리라고만 하기엔 이 영화는 그 보다 더 우위에 있다. 그래서인지 항간에는 이 영화가 성룡 최고의 영화라는 평도 많다. 개인적으로도 참 의미있게 본 영화이다. 그래서 더이상 폴리스스토리의 속편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더이상은 전편들의 명예를 퇴색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뉴폴리스스토리]! 이 영화는 물이 오를만큼 오른 영화다. 더이상은 성룡도 힘들다고 본다. 그 만큼 이 영화가 최고임을 알기에...
영화의 첫 장면을 더듬어 보자. 술에 쪄들어 가는 진국영! [목격자]의 알파치노가 연상된다. 그의 외모보다는 덜 초췌해 보이지만 폐인표정이나 취중행동은 성룡의 압승이다. 게다가 [취권]의 경력을 살려 거리를 해매는 술취한 그의 모습은 매우 내츄럴해 보인다. 요가를 하는 듯 구토를 하는 자태란 정말 못 봐주겠지만 말이다. 그의 취권어린 모습에 [취권]의 공간적 배경을 상상하던 분들은 일순간 화들짝 할 것이다. 그가 술에 취해 널부러져 있는 곳은 뉴욕시가지를 방불케 하는 고층빌딩이 즐비한 곳의 한 뒷골목이었던 것이다.
그곳에서의 1년적 사건! 언제나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 하던 진반장 앞에 심상치 않은 강도들이 도전장을 내민다. 아시아 은행을 털고, 돈보다는 경찰들과의 실랑이(!)를 즐기는 5명의 젊은 강도단,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느 범죄사건처럼 대수롭게 생각하던 진반장은 적진에서 팀원을 모두 잃는다. 약혼녀의 동생인 아강마져도 끝내 구해내지 못한다. 여기서 이 영화의 묘미가 하나금씩 다가온다. 비록 모두 죽긴 했지만 처음에 나왔던 진반장의 팀원들 모두 세련된 마스크의 젊은이들이었다. 게다가 오언조를 필두로 하는 5명의 강도단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와의 [폴리스스토리]시리즈와 느낌상 매우 다른 점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모두 게임에 의존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 또한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흥미로움을 더한다. 또한 고층빌딩액션은 성룡영화에서 적지 않게 등장하지만 이번 것은 그 스킬이나 리스크면에서 꽤 강하다. 정말 성룡, 왜 보험을 안 들어 주는지 보험회사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된다.
이렇게 팀원들을 잃고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자신의 오만함으로 모두를 잃었다는 슬픔에,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격려 한마디와 힘이 되어주려는 따뜻한 손까지 외면해 버린다. 그렇게 폐인처럼 술에 의지하던 어느 날 영화는 다시 오프닝 씬으로 돌아가고, 경찰코드 1667 정소봉이 등장한다. 그는 서장의 특별파견으로 진반장의 파트너로 부임받았다는데 처음부터 뭔가 석연치는 않다. 정소봉은 1년전 아시아 은행 강도사건을 다시금 들춰내고, 진반장에게 사건해결을 권한다. 경찰로서의 미묘한 감정을 건드리면서까지 진반장을 자극하는 정소봉 앞에 그는 결국 사건해결에 뛰어든다. 이 시점부터 스토리 구성은 점점 복잡해지고, 짜임새 있는 전개가 이어진다. 동료경찰의 해직과 범인들과의 연계, 강도단 보스의 아버지가 서장이라는 점, 처장과 자존심을 건 사건해결 등 인물들 간에 미묘한 관계부터 시작해서 사건들간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실마리가 주어진다. 이 점이 자칫 어설펐더라면 단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 영화에서 이 점은 강점으로 작용한다. 그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게다가 정소봉은 진반장과 그의 약혼녀 사이에서도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이 상황 속에서 진반장은 경찰로서, 남자로서, 여러가지 위치에서 갈등과 갈망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도 말했듯이 이 영화는 세련된 영상미가 이전 작품과는 차별성을 둔다. 게다가 범인들이 익스트림스포츠를 즐겨하는 스피드 광들이라는 점과, 21세기의 전유물인 온라인 게임에 기초하여 사건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상당한 흥미를 느끼게 한다. 게다가 성룡의 새로운 재키걸 양채니는 그녀의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홍콩의 심은하로 통하는 그녀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강한 일반적인 영웅의 여자로, 지고지순한 면모와 현모양처의 모습이 함께 뿜어져 나온다. 전작들에서 함께 했던 장만옥이 없어서 아쉬워하고 염려하던 부분은 헛된 걱정이 되버린다. 게다가 사정봉과 오언조라는 도시적이고 강한 마스크의 소유자를 주연급 조연으로 내세운 점도 흥미롭다. 사정봉은 또한 채탁연과 함께 환상적인 커플을 이룬다.
지금까지 성룡의 [폴리스스토리]와는 정말 차별화 되었고, 업그레이드 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게다가 홍콩액션영화에서 보기 드문 장면까지 담고 있다. 경찰이라는 명예로운 직업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시작된 사이코적인 범인들의 광기어린 살인게임... 그에 맞서 정의라는 명분 하에 대적하는 경찰들... 그 선두에는 진반장이 있다. 진반장이 중요시 여기는 정의에는 인정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이 숨쉬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명분뿐인 정의는 아니였기 때문에, 정의가 승리한 것이라고 본다. 다만 그래도 아쉬운 점을 찾자면 이 영화 모든 사건의 근원적인 이유가 되는 오언조와 그의 아버지인 서장에게 마지막으로 대화의 기회를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충분히 기회를 줬어도 깊이있는 결말이 도출될 수 있었을 것만 같다. 그렇다고 끝이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정의는 숨쉬고 있고, 그 속에 인정어린 인간의 감정도 자리잡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성룡의 경찰범죄액션영화라고 하기에는 부담될 정도로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영화다. 하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정화시켰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최고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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