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아니 미야자키가 최초로 극장판 애니에 참여했던
1979년작 '루팡 三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부터...하울까지 쭈욱 본 미야자키 매니아로써...
이번 하울은... 거의 실망에 가까웠다.
일단 미야자키 전반에 걸친 동화속의 진지함보다는 가식적인 웃음거리를 화면 가득
이곳저곳 배치해놓고... 전쟁과 하울의 진지한 고뇌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흐지부지
하게 결말이 나버렸다.
한 부족의 멸망의 기로에 오무 무리앞에서 비장하게 양팔을 벌리고 선 나우시카의
진지함은 오데간데도 없이 영화 감상내내 쓴웃음만 나왔다.
첫 타이틀로고와 함께 등장한 증기기관으로 만들어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가히
감탄이 나왔다. 드디어 미야자키도 수작업 셀에다 과감히 CG를 도입하는구나란
생각과 함꼐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을 했다.(사실 CG는 원령공주부터 도입되긴했다.)
하지만 그다지 정이 가지 않는 여성 캐릭터에... 주인공 하울은 센과 치히로의 하쿠와
성격이나 얼굴이 판박이고... 늙은 마녀는 마녀 유바바와 별반 다를바 없고...
뭐 이게 지브리의 표현이긴 하지만...토토로...마녀키키..붉은돼지..원령공주...센..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를
보여줬듯이 이번에도 그들의 작품의 연장선과는 다른 캐릭터를 은연중에 바란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캐릭터의 외모가 똑같은건 원래 그렇다 쳐도 캐릭터에 부여된 임무나 성격조차
전작과 다소 유사한건 너무 안일한 처사인것 같다.
미야자키는 현대판 동화를 쓴다고들 한다. 그리고 샘물처럼 늘 신선한 아이디어와 소재로
중무장한 미야자키의 세계를 다들 보고싶어한다. 그런데 그 작품이 전작과 비슷한 캐릭터들로
나온다면 이질감이 느껴지는건 어쩔수가 없다.
확실히 작화의 퀄리티는 가히 최고다.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우며 제패니메이션의 궁극의 경지라
할만 하지만...시나리오가 너무 부실한건 사실이고... 지브리 작품에서 늘 느꼈던
감동이 없던건 정말 아쉽다. 이번작품만을 따져도 꽤 괜찮은 작품이지만
미야자키의 전체 작품들 중에선 가장 점수를 낫게 줄수밖에 없다.
그만큼 아직까지 난 미야자키를 존경한다. 하울같은 대단한 작품이 가장 점수가 낫다면
당연히 그의 전작들을 필히 볼것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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