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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큰 기쁨이다. 그것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에서 개봉한지 한 달만에 국내 개봉관에서 하야오의 애니를 볼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여전히 일본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 또한 일본 영화 처음으로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공통된 화제, 그리고 일본에서 개봉한 지 1년이 지나 국내개봉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대접받았음을 볼 때, 올 겨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즐거움이다.
일본문화가 개방된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볼 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전의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들...<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붉은 돼지>, <모노노케 히메> 등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일본문화 개방 이후 뒤늦게 개봉관을 통해서 보게 되면서(비공식 경로를 통해 접하지 않고)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놀라움의 상찬을 보냈었다.
하지만 이번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웬지 이전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여러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그의 일관된 작품경향에서 벗어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비록 영국의 판타지 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 좀 변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 그것도 조금 아쉬운 모습으로.
물론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했던 문명과 자연의 공존, 반전, 동심과 순수 등의 메시지는 여전하다. 그리고 상상력이 풍부한 놀라운 장면들과 그와 콤비를 이루는 히사이시 조의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은 눈과 귀를 땔 수 없는 매력을 가득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웬지 모르는 허전함은 항상 그의 영화가 나에게 주었던 어떤 매력이 부재한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붉은 돼지>에서 느꼈던 낭만적인 여유, <모노노케 히메>에서의 자연친화적인 이미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소녀의 매혹적인 성장담 등 그의 전작들을 보고 나서 가슴 한켠에 남았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일까.
"나이가 들면 좋은 것은 놀랄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17세에서 90세로 변한 주인공 소피의 대사가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느덧 환갑을 지난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작품 연출에도 힘을 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하야오의 여유로움은 묻어나오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하야오 자신의 느낌들만 심었을 뿐 그의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멋진 화면 못지않은 탄탄한 구성은 좀 결여된 느낌이다.
17세의 소녀가 마법에 걸려 90세의 할머니로 변해 그 마법을 풀기위해 마법사 하울을 찾아간다는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에 덧입힌 세부적인 구성은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 조금은 느닺없고 맥없이 끝나는 결말, 그리고 전작보다 매력이 덜한 캐릭터들은 하야오에 대한 기대치에 비한다면 아쉽게 다가온다. 히야오 애니메이션에서 처음으로 두드러진 로맨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그리 로맨틱하지 못하다.
조금은 아쉬운 평으로만 일관하긴 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성을 걷어내고 본다면 분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수준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상상력의 세계는 여전히 거장의 품새를 느끼게 한다.
다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짐짓 평범해보이는 스토리보단 히사이시 조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더욱 남는건 사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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