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과 감탄이 교차하다보니 전체적으로 무난한 영화>
이 영화 아마 내년 연말 시상식 등에 최소 4개 부문 정도는 후보로 노미네이트되지 않을까.
개인적인 추측을 해본다.
그만큼 일단 어느정도 확실한 장점은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일단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배우들의 연기. 주연 설경구를 비롯. 아야 역의 나카타니 미키, 칸노 회장역의 후지 타츠야 . 재무비서 역의 하기와라 마사토 등의 연기는 모두 영화 속 한 인물들로서 잘 녹아들어 있고 배우 서로들간의 연기조화도 좋다.
그 중 특히 칸노 회장 역의 후지 타츠야 이 분. 눈여겨볼만 하다. 워낙 설경구야 연기로 정평이 나있으니 두말할 것도 없지만, 이 영화 속의 칸노 회장 아주 매력적이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역도산을 자기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변해가는 역도산을 보며 씁슬해하고, 그 외에도 난감한 상황을 난감하지 않게 특유의 노련한 화술로 잘 정리하는 카리스마 등을 보여주는 칸노회장은 노년의 위엄있는 기풍이란 저런 것이구나 느끼게 해준다. 오히려 주인공인 역도산보다 칸노회장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을 정도니까. 그만큼 쉽지 않았을 연기를 후지 타츠야 이 배우분은 잘 연기 해주셨다. 그렇다고 설경구의 연기가 부족했다. 뭐 그런 말은 아니지만. 암튼 그렇다. 이렇듯 주 조연 배우들의 호연은 이 영화의 장점 중 첫 번째이다.
그 다음으로는 우수한 화면발.. 순수제작비 85억원을 엄한 데 같다 붓지는 않은 것 같다는 얘기다. 영화전문인이 아닌 평범한 관객 입장으로 봤을때도 세련되게 다가오는 비주얼을 느낄수가 있었다. 촬영,조명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내가 당시 일본풍경이야 알 턱이 없지만, 정말 저 시대에는 저랬을 것 같은 공간묘사나 미술, 특수효과가 어디 쓰였는지 모를 정도의 자연스런 특수효과
그리고 역도산 미국 진출시절 시간흐름을 신문 등으로 빠르게 보여주는게.. 화면이 여러개 겹치는게 참 세련되게 잘 편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레슬링 경기 장면.. 역시 스턴트를 쓰지 않고 본인이 직접 한거라 그런지, 자못 실감난다.
그리고 안정감있고 사실적인 각본과 연출.. 눈살을 찌푸릴만한 허무맹랑한 장면이나 대사 등이 없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이다. 연출면에서는 역도산이 미국 레슬러들을 깨부수는 장면에서는 나도 괜한 희열을 느꼈고.. 대사면에서는 특히 주인공 역도산이나 칸노회장이 뱉어내는 몇몇 대사들은 은근히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한번 사는 인생 착하게 살 시간이 어딨냐 같은 거...
반면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은데
연출이 안정감 있는 나머지 무언가 다소 무난한 인상이 든다는 점이다. 그렇다. 이렇다할 강한 임팩트를 주는 장면이 없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전작 파이란에서.. 강재가 바닷가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 그리고 비참한 최후 속에서도 파이란을 끝내 놓치지 않으려 하는 강재의 모습 등이 강한 임팩트를 주었던 반면...
이 영화는 기억에 특별히 남는 명장면이 새겨지지 않는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마지막, 병원에서 자기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속마음을 수제자 김일에게 말해주는 장면이 하이라이트 아닐까 싶은데 ... 사실 그렇게 보여줄 수밖에 없긴 했지만서도.. 음.. 다소 아쉬웠다라는 맘만 계속 머리 속을 맴도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아쉽다기 보다는 흥행에는 치명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점이 있는데
주인공 역도산이 그다지 매력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이건 상업영화로서는 대단한 모험인 듯 싶다.(상업영화가 아닌가?^^)대중적인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어떤 강한 매력이 있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뭐 그렇다고 역도산이 헐리웃 액션영화 등에 등장하는 멋진 영웅처럼 묘사되어야 했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영화가 그럴 수는 없고 또 이 영화는 그런 종류의 영화도 아니니까..
다만 워낙 역도산이 사실적으로 묘사되다보니.. 이 영화의 주제인 인간 역도산의 외롭고 슬픈 인생 역정보다는.. 인간 역도산의 자기 중심적이고 힘들기 만한 인생 역정을 더 많이 본 것 같은 인상이 지워진다.
해서 나 혼자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다소 남성취향일 수 있으며.. 어떤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또는 벅찬 감동을 느끼기 위한, 특히 데이트하는 연인들끼리 부담없이 볼만한 그런 종류의 영화는 아닌 듯 싶다. 그보단 평소 역도산에 대해 혹은 배우 설경구에 대해 혹은 감독 송해성에 대해 관심있어 하셨던 분들, 또는 판에 박힌 듯한 블록버스터들에 질린 분들이라면 한번 꼭 볼만한 영화인 듯 싶다.. 긍정적인 면을 보든 부정적인 면을 보든 자기 자신만의 역도산에 대한 인상을 갖게 될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다소 아쉬움이 남긴 하나,, 전체적으로 내 나름의 재미를 느끼며 보았다는 것이고
이 영화 괜찮다, 별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괜찮다”를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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