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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한국 영화중 하나! 이 영화의 진실과 허구를 가려보자! 거미숲
angelight 2004-10-08 오전 7:14:32 2879   [10]

거미숲이란 영화.. 우연히 인터넷상에서 받아 보게 되었는데, 정말 새벽 4시의 피곤함을 한순간에 깨게 하는 영화군요.^^ 영화관에 가서 보았으면 더 좋았을꺼라고 생각합니다.처음으로 로그인해서 글을 쓰는거라 글재주가 없어서 서툴기도 하고 아직 생각을 완전히 정리되지 못했지만, 그렇게 급히 쓰는만큼 벅차오르는 감동은 이루어 말할수 없습니다. 여기에 올라온 여러분들의 글을 읽고 저 또한 공감하고 생각을 다져가기 쉬웠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선 '진실'파트..

'강민'은 어릴 때 바람나서 도망간 엄마때문에 정신적인 충격, 일종의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시절 조그만 창고에 숨어 외간 남자와 바람피는 엄마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지요. 그 장면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가 애인 '수영'과 국장과는 다른 옷을 입고 목소리도 다르다는데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엄마가 떠난 충격에 기억을 모두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아버지와 함께 떠나게 되죠. 이 영화에서 진실을 알도록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바로 그 초등학교에서 오랜 기간을 머문 선생님이지요. 어린 시절의 아픈 트라우마를 지닌 강민은 대학을 가고, PD가 됩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비행기 사고로 아내가 죽게 됩니다. 우연히 같은 비행기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수영'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낀 강민은 다시끔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그러다 '수영'이 국장과 불륜관계라는걸 목격한 그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국장과 수영마저도 죽이게 됩니다. 그 곳에서 빠져나와 터널을 지나다 뺑소니를 당하게 되고 그 후 생과 사의 갈림길..(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많은 분들이 어렵다고 하는 부분) 그리고 맨 마지막 장면에서 '강민'의 표정에서 다시 살아났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사이의 모든 이야기들은 '강민'이 의식속의 일들이라 여겨집니다.

다른 의견을 갖은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이것들만큼은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허구' 즉, '강민'의 기억의 혼돈들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1.민수인은 누굴까? 영화상에서 실존일까?

아래 글들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어렸을 적 민수인은 이 마을에 있었던 실존 인물이긴 합니다. 폐렴으로 죽었지만, 강민은 그때까지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가 폐렴으로 죽었는지조차 기억을 못하고 엄마가 바람나서 도망간 것 또한 그녀의 엄마라 믿고 있지요. 성인 시절의 민수인은 그녀의 죽은 아내 '은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혼의 은아는 그의 기억을 되찾아주려고 민수인의 모습으로 잃어버린 강민의 기억속으로 들어옵니다. 마지막 크레딧 올라갈때 아이스크림을 들고 해맑게 웃는 은아의 모습을 보고 아.. 은아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뇌를 다쳐서 조각나버린, 흩어저버린 그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찾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민수인은 실제로 존재하나 여기에 나오는 모든 민수인의 모습, 성인이건 어린 시절이건 모두 은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에 회상하는 부분에서 은아가 왜 아직 잠들지 못하냐며 (죽음을 암시) 당신만은 살아가길 바란다는 식의 말에서 강민이 다시 살기를 바라는 그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민수인과 은아가 영화상에서 서로 닮았고 또 실제로 같은 연기자가 했다는 점에서 미루어 볼수도 있고요. 그리고 다시 삶의 문을 열어 떠나는 강민의 뒷모습을 보며 은아(=수인)가 말하죠. '나를 기억해줘..' 어렸을 적의 폐렴으로 죽은 민수인이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할리도 없고, 강민이 의식 속에 죽은 아내의 비중이 컸던 만큼 민수인은 은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2.거미숲은 진짜 있나?

거미숲은 실제로 강민의 어릴적에 살아던 곳이자, 트라우마의 배경이 되는 장소입니다. 민수인과 마찬가지로 실존하는 장소이긴 하지만 그가 국장과 수영을 살해한 곳은 숲속의 산장이긴 하나 거미숲이 아니고, 거미숲은 자기 과거의 기억과 겹쳐진 강민 스스로가 만들어낸 장소인것 같습니다. 그에게 있어 숲속의 집.. 엄마의 불륜과 새 애인의 불륜을 목격하는 장소.. 잃어버렸던 과거와 현재가 겹쳐 나타나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억들이 반복되고 돌고 돌게 됩니다. 엄마의 불륜을 목격하다 들켜서 도망치다가 굴러서 돌에 부딪히는 자신은 어린 시절의 강민.. 자신의 애인을 추적하다 불륜을 목격하게 되는 강민.. 어릴적 기억을 잃은 그는 두가지 기억을 혼돈하게 되고 구분을 못하게 되죠. 그런 그에게 나타난것이 민수인의 모습으로 나타난 죽은 아내 은아입니다. 그녀가 해주는 말 하나하나에서 강민은 점차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억과 성인 시절의 기억을 구분해갑니다. 거미숲은 강민에게 있어서 어린 시절 잃어버린 기억의 장소이자 혼돈의 공간으로 여겨집니다.

3. 자신의 친구인 형사는? 그리고 노인 선생님은?

바닐라 스카이를 보셨습니까? 거기서 톰 크루즈가 옥상에서 자신은 진실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을때, 페넬로페와 자신의 친구 두 사람은 단순히 허구로 사라지게 된다고 하지요. 강민이 삶의 문, 진실의 문을 통과해 닫으려 했을때 동굴 앞에서 강민을 바라보는 그 형사의 눈빛에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장과 수영, 두 사람을 살인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도 끝까지 자신의 편인 친구.. 강민은 무의식 속에서 그런 친구가 옆에 있어주길 바라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노인 선생님 또한 허구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둘은 강민이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구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측면을 담당합니다. 강민의 아버지가 사진관 소유주라는 사실, 어린 시절 민수인이 폐렴으로 죽었다는 사실 등, 아마도 진실을 알고 도와주려는 은아의 모습이 투영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부분이 제가 제일 고민하고 생각해본 부분으로 형사 친구와 선생님은 자기가 진실을 찾도록 도와주는 매개체로 이들의 발언까지 허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 강민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여러 글들에서 보고 저 역시 공감한 부분으로 전화건 사람은 역시 자기 자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신의 기억을 끝없는 혼돈으로 윤회하게 만드는건 다름아닌 강민 본인.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지금의 현실이 겹쳐진 혼수 상태에서 강민은 진실된 기억을 찾지 못한채 괴로워하죠. 그런 기억 속으로 은아가 들어와서 올바른 길로 인도자 역할을 해줍니다. 은아 즉, 거미숲에서 끝없는 방황을 할때 민수인의 존재가 나타남으로써 강민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게 됩니다.


- 마지막 부분 터널에서 절규하는 자신의 사고난 모습을 목격한 강민의 영혼이 절규하다가 그의 육체로 다가가 다시 하나로 되는 부분에서 강민이 부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써나가면서 정리가 안된 부분이 몇가지 있는데, 마지막 산장에서 민수인과 강민의 대화중에 갑자기 수영의 인간적인 모습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데 제 짐작으론 이것 또한 강민의 죄책감을 덜어주려는 은아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거미숲은 어린 시절을 토대로 강민 스스로가 만들어낸 잃어버린 기억의 장소, 혼돈의 장소라고 생각됩니다. 병원에서 의식을 잃다 일어났을때 할아버지가 강민을 가리켰을때와 어린 아이가 가리켰을때, 그리고 그때 그의 표정이 대조 됩니다. 할아버지는 그의 죽음과 거미숲에서의 혼돈을 암시.. 그리고 어린 아이는 그의 삶과 거미숲에서의 해방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강민이 다시 살도록 도와주는 은아의 아름다운 사랑식으로 해석했는데 다르게 볼 여지가 굉장히 많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워낙 멜로 영화광이라..

거미숲은 저에게 있어서 새로운 충격이었고 어떤 면에 있어서 우리 영화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며 '실미도'와 '살인의 추억'을 능가하는 영향력과 잠재력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영화의 추세에 맞춰 반전영화의 실패작, 아류작으로 보는건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리고 보고 나서도 자꾸 생각하고 사고하게끔 유도하는 이런 영화가 앞으로도 많이 나오고 흥행에 또한 성공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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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숲(2003)
제작사 : 오크필름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공식홈페이지 : http://www.gumisu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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