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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의 리얼리티를 일깨운 현의 앙상블 꽃피는 봄이 오면
nugu7942 2004-09-28 오전 9:56:30 3060   [5]
 

소시민의 리얼리티를 일깨운 현의 앙상블
- 소통과 회복의 어울림,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영화 <파이란>의 삼류 건달 강재가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감독 류장하 제작 씨즈엔터테인먼트, 이하 꽃봄)에서 소박한 음악가의 꿈을 품은 소시민 현우(최민식 분)로 다시 돌아왔다. 영화 <꽃봄>는 실제 사실을 토대로 여러 에피소드를 엮은 현우의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좋은 순전히 그런 느낌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 영화는 126분의 러닝타임으로 굴곡없이 지루한 듯 전개되는 드라마와 함께 소극적인 갈등 상황에 따른 배경음악 선정 등 허 감독의 오마쥬를 차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관현악단의 오디션에 몇 차례 응시하지만 계속 좌절만 맛보는 현우는 자신의 경제적 무능 탓에 오랜 연인 연희(김호정 분)의 사랑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다가 어느 날 떠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럴 만도 하지..어머니를 생각해 선물한 영양제도 거절하고 자신이 사준 선물을 팔아 술을 마셨다는 말에 과속감지기에 돌팔매질을 하는 현우. 자신의 경제적 무능을 구실로 연희를 만나는 데 소극적인 현우의 모습에서 문득, 과거 내 모습이 떠올랐다. 또한 집에선 독립하지 않느냐는 어머니(윤여정 분)의 잔소리에 자주 짜증이 나는 현우. 이 역시 현재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해 남모르는 정감이 갔다.
 
연희 : 오빠, 나..오빠가 사준 목걸이 팔아서 술마셨다.
현우 어머니 : 담배는 나가서 피우던지. 짜증나면 얹혀 살지 말고 나가
 
밤 업소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친구를 힐책하는 현우는 구청이 운영하는 주부 유료강좌에 나가며 척박한 삶을 연명한다. 지루한 겨울을 보내고 있을 즈음, 강원도 폐광촌의 중학교 관악부 지도교사 모집공고를 보게 되는데..막막한 현실 속에서 도피하듯 강원도를 향하는 현우. '현우에게 과연 봄이 찾아올까.' 이러한 마음이 <꽃봄>이 관객에게 요구하는 감정선이다.
 
류장하 감독은 자극적인 사건 전개와 무리한 갈등 없이 현우가 새로 맡은 관악부원들을 통해 폐광촌의 남루하고 소소한 일상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여과없이 전달하고 있다. 관악부원들과 1대 1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꿈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확인한 현우는 낯선 곳에서 이들과 소통을 통해 자신의 새 삶을 시작하려는 듯 보인다.
 
현우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현우 어머니 : 뭘 다시 시작해? 넌 지금이 처음이야.
 
케니지를 능가하는 연주자가 되겠다며 트로트를 구성지게 불어대는 용석, 연주는 하고 싶지만 소리가 잘 안난다는 재일과 행상을 하는 할머니, 그리고 재일을 통해 알게된 약사 수연(장신영 분) 역시 탄광일로 병든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시골 마을에 머무르고 있다.
 
영화는 문 닫을 위기에 처한 관악부의 대회 참여 스토리에 현우와 주변인물과 관계회복을 액자 형식으로 전개하고 있다.아버지의 반대로 연주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용석과 할머니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재일 등은 영화 속 사건의 개연성을 잇는 주변인물들이다.
 
 
영화 속 소통의 부재로 상징되는 라면과 현우가 만든 악보는 바닷가와 더불어 이들이 현우가 관계를 회복하는 주요 소도구로 사용된다. 특히, 현우가 친구와 함께 간 바닷가에 연희가 재일의 트럼펫 연주를 통해 현우의 음악을 들으며 눈물 흘리는 장면은 소통 회복의 암시를 주면서 매우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이다.
 
최민식의 전작 <파이란>에서 강재의 소통상대가 되었던 백란처럼, 현우는 TV속에 비친 행려자처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자신의 고단한 삶을 연이약국에서 잠시 쉬어간다. 수연은 약국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여자친구 연희와 관계를 회복시키고 그의 고질병인 위장병도 치유시키는 인물이다.
어머니에게  드릴 영양제를 사러 간 현우에게 소화제까지 얹어주는 수연으로부터 현우는 관계를 회복한다. 
 
이 영화는 자칫 지루하기 쉬운 소시민의 일상을 관현악기가 사용된 배경음악이나 등장인물의 연주를 통해 자연스레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얼마 전 영화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가 한 편의 뮤직비디오라는 비판에도 영화 OST에 사용된 곡들의 선곡이 좋았다면 현우와 연희의 애정 갈등, 현우와 수연의 대화, 관악부 아이들 가족을 둘러싼 여러 에피소드들이 최근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관현악의 울림을 통해 극적인 감동과 삶의 리얼리티를 회복하는 음악 영화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영화 속 선율을 기억하게 하고 영리한 국내 관객을 상대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연희의 아파트 앞에서 현우는 무난한 엔딩씬을 연출해 관객으로 하여금 현우와 함께 가을 분위기의 감상에 빠지도록 한다.

하지만 류 감독은 결코 현우와 연희, 그리고 관악부원들의 대회결과 등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이 관객에게 다양한 추측을 가능하게 만드는 여운이라고 할까. 즉, 소통에 힘들어 하고 삶의 피로에 찌든 현대인 각각에게 자신의 삶으로부터 리얼리티를 회복하도록 맡겨놓고 있는 셈이다.


* 20자 평 : 소시민의 리얼리티를 일깨운 현의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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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 오면(2004)
제작사 : 씨즈엔터테인먼트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공식홈페이지 : http://www.flowersp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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