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에..
화려한 캐스팅이라고 전부터 말이 많았다. 잘생긴 원빈에, 연기파 신하균 섭외했다고 제 2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나오는게 아니냐고 솔직히 부풀리는 기사까지 많았다. 뭐 이 영화도 처음에 볼 생각이 없었는데 보러 간 단 하나의 이유는 이보영이 나온다는 것이었다.-O- <장길산>에 나오는 이쁜 배우가 영화에도 나온다고 하니 안 가 볼 수가 없었다. 거기에 곁달아 원빈과 신하균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김해숙씨가 나온다는걸 봐서는 역시 맨 먼저 <가을동화>에서의 억척스러운 엄마가 아닐까 예상해본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 아역배우 봤을 때는 누가 원빈이고 누가 신하균이고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몰랐다. 그러나 큰 사람으로 나오고나니 신하균은 언청이였다. 그래서 동생과 함께 학교를 들어가게 된 것이고, 거기에 같은 반까지 되었다. "동생은 싸움 1등급, 형은 내신 1등급(아니 1등) 두 형제는 용감했다" 이 말이 딱 적용되는 이상한 형제가 아닌가 싶다. 원빈이 1:1로 싸우면서 상대방에게 맞고 있을 때 신하균이 완전히 얻어터지면서 도와준 장면에서는 원빈도 형의 존재를 좀 느끼지 않았나 싶은데, 영화 끝날 때 황당하게 신하균이 죽기 전까지 형이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한다. 그러다가 형이 죽고 나서 말한다. 그리고 형과 동생이 한 여학생을 좋아하면서 생기는 갈등. 결국 둘 다 포기하고 말게 된다. 그리고 형이 죽으면서 동생은 그런 형에 대한 몰랐던 우애를 느낄 수 있었고, 어린 시절을 곱씹으며 그렇게 영화가 끝난다.
영화를 보고나서..
아쉽게도 영화가 끝날때까지 울지를 못했다. 옆에 있는 여자분이 의자 밑에 숨으면서까지 펑펑 우시던데 글쎄다. 그 분과 나는 똑같이 형제애를 느끼지 못할텐데(형이나 남동생이 없다) 왜 난 울지 못했지? 전반적으로 배우들 연기면에 있어서는 완전 합격점이다. 이제는 원빈도 얼굴로만 밀어붙이는 그런 배우가 아니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처럼 성대모사할만한 대사는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목소리에 힘 들어갔다 뺐다 하는 것 등이 훨씬 정교해졌으며 깔끔해졌다. 신하균은 그런 형의 역할이 동생에 비해 매우 불쌍하고 약간은 측은심이 들게 연기를 해야했는데 그것도 잘했다. 원빈 역시 형과는 다른 터프하고 멋있게 보여야 하면서 말투가 반항적이고 폼생폼사의 연기. 상당히 괜찮았다. 정말 원빈을 보기 위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보영과의 관계가 그냥 <말죽거리잔혹사>의 한가인과의 관계처럼 스르르 없애 버린 것이 아쉬웠지만 그런 멜로는 형과 동생과의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하나의 장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거의 마지막에서 신하균이 보낸 꽃바구니 있는 편지를 읽을 때는 뭉클하고 원빈이 혼자 원두막 지붕(?)에 올라가서 형 생각을 할 때 정말 이런 쪽으로 감독님이 영화 잘 만드셨네 생각이 든다. 티격태격하는 형과 함께 보면 참 좋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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