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기대하지 않았다.
꼴지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라니. 영화잡지에서 제작후기를 읽었었는데,
실존인물인 감사용도. 자기가지고 무슨 영화를 만드느냐고 그랬단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감사용. 그는 별로 잘난것도 없는 선수. 분명 감독이 말한대로라면 어릴쩍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보고 감사용이라고 놀렸다고 그랬다. 우리가 모지란 아이보고 영구, 맹구. 라고 부르듯이 그렇게 불렀다고 했다.
그래서 별 기대 하지 않았다.
뭐 잘해봐야 신파극이겠지.
근데 말이다. 가끔은 생각을 깨는 광고가 나오듯이 생각을 깨는 영화가 나오나보다.
이 영화 정말 내 생각을 확 깨버렸다.
감독이 그랬다. 정말 감사용이 변변치 않은 인물일까. 아닐꺼 같다. 그래서 자기는 감사용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영화에서 감사용은 엄청난 영웅도 성공한 사람도 아니었다. 우리 같이 별반 내세울꺼 없는 소시민에 불과했다. 근데, 자기가 하고 싶은거 하나 가슴에 꾹 담고 살다가 절대 자기 앞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목적으로 달려들어 야구선수 되고, 정작 야구선수되어서 별반 멋지지도 않은 생활을 하면서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고, 결국에는 패전경기 담당 선수에서 처음으로 선발선수가 되어서는 매번 지기만 했던 팀의 활력을 가져다 줬다. 우리 같이 별반 내세울꺼 없는 소시민이지만 그에게는 언젠가 꼭 이루고 말겠다는 꿈과 희망이 있었다. 그게 멋졌다.
처음으로 팀에서도 승부욕을 보이며 치열하게 치룬 경기가 결국 패배로 끝났지만, 그래도 남들 다 떠난 경기장에서 이겨보고 싶었다고 눈물 콧물 질질짜며 오열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마지막 자막. 결국 그는 다음 경기에 1승을 따냈다는 그 자막 하나는 그래서 가슴벅찬 감동을 안겨다줬다. 어쩌면 영화는 그 자막 하나를 위해 그렇게 힘겹게 달려온건지도 모른다. 그는 결코 패배한 사람이 아니라는거. 결코 못난 사람이 아니라는거. 그건 어쩌면 우리를 이야기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정말이지 멋진 영화가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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