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아쉽다..
더 좋은 영화가 나올수도 있을법한 공포심리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못한 결과가 너무 아쉽다..원래대로의 시나리오대로 만들었다면 국내호러물의 획을 그을수도 있었을텐데..지금의 영화로는 그저 올여름 호러물중 독특한 작품일뿐이다. 그러나 <알포인트>는 국내 호러물중 단연 돋보이는 호러물이었다
실종된 부대원들을 찾아 로미오포인트(R-point)로 나서는 주인공들의 원인모를 죽음과 실종, 점점 죄여드는 죽음의 공포앞에서 미쳐가는 인간의 심리를 긴장감있게 잘 그려냈다. 감우성의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주조연급 모두 연극배우 출신인지라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감우성주연이라기보다 한명한명 모두가 사연을 가진 주연배우들이다. 이들이 모여 내뿜는 에너지는 영화내내 긴장감을 늦추지못하도록 하는데 그중 라스트의 ``관등성명``씬은 절정에 이른 긴장구도를 보여주며 이 영화의 최고의 장면을 연출한다. 여타 공포물과는 다른 어떻게보면 전쟁영화에 더 가까울지도 모를만큼 <알포인트>는 귀신의 등장을 암시하는 귀를 후벼파는 효과음도 ``나 귀신이닷!!``하며 놀래키는 장면도 없는 조금은 색다른 공포물에 손가락을 치켜들기에 충분했다.
또한 <장화홍련>과 <올드보이>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세트는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는 모호한 상황을 연출하기에 충분했다. 낡은 사원의 휑하고 미궁같은 이미지는 이 영화의 성격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짙은 안개와 갈대숲, 대나무숲등은 적군인지 아군인지 모를 현실과 비현실, 너와 내가 구분되지 못하는 상황에 걸맞은 배경으로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몫을 했다. 그리고 뚜렷한 실체없이 뭔가 모호한 존재로 표현한 귀신의 존재는 <령>이나 <분신사바>의 그것과는 확실한 경계선을 긋고 있는 색다른 호러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 영화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다. 장점이 많았던만큼 단점이라기보다는 아쉬운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3년여의 제작기간에도 불구하고 사전준비의 미흡이나 변칙적인 요소들로 정해진 시나리오같이 촬영못하고 개봉한것은 어찌보면 관객의 입장에선 음식점의 맛있어 보이던 메뉴를 시키니 거의만들다만 음식을 먹은 느낌이다. 이 영화의 감독인 공수창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 이전의 작품들에서 알수있듯 (하얀전쟁, 텔미썸딩, 링) 스릴러에 두각을 보여왔다. 우여곡절끝에 맡은 연출역시 중반까지는 긴장감속에 잘 풀어오지만 후반에 들어선 뭔가에 쫓기듯 서둘러 매듭을 지어버렸다. 사정상 그랬겠지만 3년을 준비했다면 반년정도 더 쏟아부었으면 역대 최고의 호러영화가 탄생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맴돈다..(나름대로의 사정-기우,사스,조류독감- 등으로 일정에 없던 허비한 시간들덕에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또한 모호한 존재와의 싸움은 좋지만 후반에 빈번하게 등장한 여자귀신의 두각은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껏 쌓아오던 탑을 스스로 무너뜨린 경우로밖에 안보인다. 귀신의 존재가 등장해야 했겠지만 원인모를 여귀의 恨(어느정도 추측은 해봤지만..)은 관객모두를 공감대로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빙의를 소재로 전쟁영화에 결합시킨 <알포인트>는 의도적인지 편집과정의 실수였는지 생략과 절제가 곳곳에 베어있다. 때문에 이 영화는 논란의 소지(결말의 해석과 여인의 정체 등등)가 다분하다. 아닐수도 있지만 난 이렇게 생각한다. (영화를 안보신분들은 읽지마세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붕대를 칭칭감은 병사의 존재는 영화 마지막에 생존하던 그 병장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알포인트에 불러들이기 위한 연결고리와 같은 셈이다. 이것은 영화 마지막에 걸려오던 무전에서 알수있듯이 영화 초반에 걸려오던 무전과 다른 감우성일행의 무전으로 바뀌어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장병장의 경우, 비석의 글귀에 나와있었던 (`손에 피묻힌자 돌아갈수 없다`)경우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병사였다. 초반 베트콩과의 교전에 그만 혼자 쏘지않았었다. 후에도..
그리고 여자 귀신의 정체는 프랑스군과 찍었던 낡은 사진의 여인과 일치한다. 그 여인은 아마도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의 사창가여인이었던것같다. 혹은 강제로 끌려간 여인이거나..감우성이 알포인트로 가게된 직접적인 원인도 사창가에서의 총격전이었고 그 여인이었든 아니든간에 감우성을 알포인트로 불러들인거다. 이는 생략된 부분에 나올법한 지난 전투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그이기에 엮인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초반의 베트콩과의 교전에서도 확인결과 두명중 한명은 예전에 사망한 시체였고 다른 한명은 죽어가는 여인이었다. 그녀 역시 귀신인 여인과 일치한다. 팔뚝의 방울에서 알수있었는데 여인에게 홀린 다른 대원들역시 방울을 가지고있었다. 나중에 감우성이 수색을 나가서 여인의 시체를 확인하려 대나무숲으로 수색을 나가지만 결국 같은곳만 빙빙돌고 발견을 못한것도 그녀가 귀신이라는 이유다. 애초에 그들은 아무도없는 곳에서 귀신과 싸우고 있었던거나 다름없었던거다.
마지막에 감우성이 자신을 쏘라고 장병장에게 외치던 이유는 그를 꼭 살려보내려 자신을 희생한거라 생각한다. 귀신에 홀려 못움직이는 상황에서 빙의직전 자신을 죽여 그를 살려보내고 귀신역시 그를 살려보내 또다시 알포인트로 불러들이는거라 해석된다.
시나리오가 있으면 좋으련만 나름대로 해석해보기엔 모호한 구석이 조금 많았던 영화였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것 반면에 뛰어난 작품이 될 가능성이 많았던 영화였다. 물론 지금의 영화로도 상당한 인상을 남긴건 분명하다. 다시 말하지만 분명 이영화는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안겨주는 영화이다. 후에 여건이 된다면 리메이크해서 다시 만들어도 괜찮을듯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수작은 아니었지만 올여름 놓치면 안될 영화중의 영화임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