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것은, 두 자매 사이에 세워진 권력의 서열이 출생 순위가 아닌 외모가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 잣대가 되어 날씬하고 매력적으로 생긴 언니가 뚱뚱하고 평범하게 생긴 동생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성적 매력을 이용하여 남자를 유혹, 동생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방으로 끌어들인 언니는 동생이 잠들었다고 일방적으로 믿고 자신의 섹스에 대한 환상을 현실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려 시도한다. 그 장면에서 성적매력의 우월감을 동생 앞에서 과시하려는 언니의 심리가 보여지는 듯 했다. 왜냐하면 밀폐된 한 공간에서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리라 믿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영화 장면에서 보여지는 자매들의 방 구조도 사실 서로의 공간이 개방되어 있다.
또한, 서로 옷을 고르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두 자매간의 대화에서 보여지 듯, 동생은 매력적인 스타일의 언니를 질투하면서 그 모습을 동경한다. 같은 스타일의 옷을 고른 동생에게 자신을 모방해도 결코 동일시 될 수 없는 관계임을 경멸섞인 투로 쏘아대는 장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섹스에 대한 경험. 자신이 의도했던 대로 섹스를 하기 직전에 갈등하는 언니..끊임없이 섹스 파트너에게 자신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확인하려고 한다. 남자는 섹스를 자신의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의 소녀는 자신의 첫 경험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사회적인 도덕적 가치 기준과 남자의 욕망의 요구에서 갈등한다. 마침내 남자의 끊임없는 당근과 채찍 회유 작전에 넘어가 고통스런 첫 섹스를 경험한다.
동생의 섹스에 대한 환상과 호기심. 언제나 자신의 외모에 대한 경멸과 동생에 대한 자매애로 자신을 다루는 언니에 대한 스트레스를 식욕으로 푸는 동생. 사춘기에 이르러 섹스에 대한 욕구를 언니에 대한 반동 작용 때문인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관계를 맺겠다고 하는 그녀. 깊은 사색을 통해 자기 나름대로 사랑과 성에 대한 견해를 지니고 있다. 사랑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처를 입은 언니에게 위로를 건네는 장면에서 그녀의 내면이 보여진다.
중산층 가정 자매들의 일상적인 삶을 모습을 통해 여자들의 성에 대한 담론을 단편적으로 보여 주었다. 여자의 아름다운 외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들이 여자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과 여자사이에서 우월감과 열등감을 갖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 또한 매력적인 여자의 모습과 시험을 걱정하는 고등학생 한 가정의 자녀로서 사회관습을 허물고 선택했던 사랑이라 생각했던 사람에 대한 관념은 한낱 남자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킨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자신을 부인하고 싶어한다는 것.그 것을 간파했던 동생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언니에게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성에 대한 갖가지 해석과 견해는 일상적 생활 속에 벌어진 손 쓸수 없는 돌발상황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 그 상황 속에선 환상도, 미모도, 사랑도, 부모님의 질타도, 후회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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