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동안 문화와 전혀 상관없는 생활을 하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영화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문명의 세계로 돌아온지 2주 오랜만에 영화를 봤습니다.
그 오랜 만에 본 영화가 바로 감우성이 주연한 전쟁을 빙자한 공포영화 "알포인트"였습니다. 워낙 오랜만에 쓰는 영화 감상평이라 잘 쓰여질지 모르겠습니다만, 한번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 무의식적으로 담겨 있는 철학적 사조(?)를 말한다면 아마도 실증주의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한번 자신의 언어습관이나 다른 사람들의 언어습관을 곰곰히 생각해 보십시오.
실증주의란 철학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다만 모든 것이 실재함을 증명하고 확인하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틀렸다면 용서해 주시길...). 그 실증주의를 가장 잘 대표하는 단어라고 한다면 아마도 "보다"일 것입니다.
예전 성문영문법나 맨투맨 영문법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하면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구문을 공부하게 됩니다. 동양의 격언에도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도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진실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에도 이 "보다"라는 말은 자주 등장합니다. "한번 말해 봐라" "시도해 봐라"
심지어는 오감을 표현할 때도 우리는 빼놓지 않고 "보다"를 사용합니다. "맛을 보다", "느껴 보다", "들어 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이 "본다"는 것이 항상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흔히 착시 현상으로 대변되고 있는 이 시각의 불완전성은 그것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사랆들에게 때로는 심각한 타격을 주기도 합니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도 사실은 "보는 것"에 거의 100% 의존을 하고 있는데, 이 보는 것이 완벽한 소통을 위해서는 "냉철한 이성"과 "공유된 감정" 그리고 "완벽한 독해력"을 요구하고 있는 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비록 내가 쓴 글이지만 다른 사람이 읽는 그 글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글이 되어버리는 인터넷의 특성은 결국 게시판의 혼란과 사람들 사이의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러가는군요.
알포인트는 베트남전에서 실제로 존해는 "로미오포인트"라는 곳을 배경으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은 베트남을 점령했던 프랑스군이 묻혀있는 곳이고, 베트콩이 베트남군이 미군이 그리고 한국군이 묻혀 는 곳입니다. 전쟁에서 죽어간 원혼들이 뒤엉켜 있는 알포인트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이 바로 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보셔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공포영화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각과 청각입니다.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시각보다 청각이 더 그들의 털을 곤두서게 만들겠지만, 영화에 출연한 사람들에게는 청각보다는 (물론 청각이 주인공들을 죽음의 자리로 이끄는 시발점이 되는게 보통입니다만) 시각이 더 자극하는 게 보통입니다.
캄캄한 폐가에서 만나는 낯선 그림자.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 곳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그 누군가...
뭐 이런 것들이 죽음을 암시하고 결국 출연자들은 감독의 사인에 따라 죽어가며, 우리들은 그 죽음을 보면서 역설적인 카타르시스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역시나 모든 문제는 흐릿한 시각, 즉 바로 보지 못함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알 포인트에서의 한국군들은 조금 다른 문제에 부딪힙니다. 그들은 흐릿한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는 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것이 실존하는 존재이든, 아니면 소대원들에게 닥쳐진 공포의 결과이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그들의 눈에 보이면서 살육이 시작이 되고, 청각은 그들의 환상을 실제하는 것이라는 보조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역시나 바로 보지 못함이라는 문제는 변함이 없습니다만..
결국 알포인트에서 살아나오는 길은 "보지 않음" 밖에 없는 것입니다.(이 부분은 스포일러성이 짙기 때문에 이쯤에서..)
항상 영화를 보면 나름의 해석이 구구하게 나오는게 당연합니다.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부분을 관객이 어떻게 해석하느냐도 역시나 자유입니다.
그러한 자유에 의지해 제가 나름대로 이해한 이 영화는 "너의 눈이 보는 것을 조심해!!'입니다. 보는 것에 과도하게 의지해 있는 우리에게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이 정말 현실인가 다시 한번 묻고 있다는 것입니다.
30여년 전에 일어난 전쟁에 대한 실재하지 않는 영화를 통해 "베트남전"이라는 실재의 단편을 이해하는 우리로서는 그것의 사실성이 어디까지인지 당연히 의심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Cyber Space라는 실제하지 않는 공간에서 만남을 가지고 공유를 영유하는 우리 인터넷 세대들에게 "무비스트"의 실제는 어디까지인지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할 문제인듯 합니다.
a('' ;; 兒談@天地創造 낯선사람 아직도 헤롱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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