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응석님께 "가족" 표를 양도 받아서 독서실에서 공부 끝내고 허리우드로 갔다.
친구들 둘은 돈텔파파 본다고 1관으로 들어가고 난 카페분들과 같이 "가족"을
보러 들어갔다. 같이는 들어 갔지만 자리는 혼자 떨어졌다. 왕따다 ^^
내가 운이 좋았는지 덤으로 이쁜 수애도 봤다.
올 초부터 관심을 가졌던 영화였다. 일단 소재가 맘에든다. 참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들임에도, 자꾸 소원해져만 가던 가족 그래서 맘이 많이 불편하다.
영화에 앞서 일반 가족들이 응모한 사진을 편집해서 보여준 부분도 좋았다.
영화는 정은(수애)이 출소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지금까지 못보아오던 수애의
모습이었으나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다. 소매치기 전과 3범의 불량한 여자 정은
정은의 가족은 단촐하다. 축구를 좋아하는 꼬마 동생과 아버지, 정은 이렇게 세명
이다. 어머니는 어려서 돌아가셨다. 밤마다 오줌을싸는 동생 정환이는 누나가
공부하러 일본에 다녀 온줄로 알고 누나가 온걸 너무나도 반겨한다. 반면 아버지는
"왜 왔어?" "언제 나갈 거야?" 두마디 뿐이다. 자신의 기대와 너무 동떨어지게
살아가는 딸이 아버지에겐 고운 시선으로 보일리가 만무한 일일 것이다. 나 또한
집에서 고운 시선을 못 받아서 그런지 많이 공감가는 장면이었다. 정은은 이제 손
씻었다고, 새출발 할거라고 말한다. 미용 기술을 배울거라고 아버지에게 말한다.
못미더우면서도 믿는 아버지다. 꼭 그래주길 바라는 심정일 것이다.
정은이는 새출발을 하려고 다짐하고 준비했다. 그러나 전에 같이 일을했던 창원
과의 관계에서 그만 꼬여 버리고 만다. 창원 대신에 교도소에 들어간 정은은
창원에게 그 대가를 이젠 달라고 찾아가나, 창원은 정은이 금고에서 돈을 빼내간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 돈 오천만원을 가져오라고 협박한다.
정은에게 그 돈은 새출발을 하는데 필요한 돈이다. 그래서 내 줄 수가 없다.
창원이 집으로 또, 아버지의 가게로 찾아오자 딸의 말을 믿었던 아버지는 흔들린다.
어떻게는 그들과 엮이는게 보기 싫다. 아버지 주석은 정은에게 그 놈들한테 빚진거
있냐고 물어본다. 마루 밑에 정은이 숨겨 놓은 돈과 관련있는 일임을 짐작한듯하다.
정은에게 아버지는 나가라고 "나가서 너는 니 식대로 살아"라고 상처주는 말을
한다. 정은도 차라리 "술 주정뱅이 아버지, 차라리 고아였음 이거보단 낫겠죠.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데"라며 받아친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이런 비극적
상황이 나도 비일비재 하다. 우리들은 가족끼리도 그렇고, 연인사이도 그렇고 싸울때
감정을 억제 못하고 후회할 독이 가득찬 말들을 상대에게 내뱉는다. 이러는게 너무
싫어서 틱낫한 스님이 쓴 "화"라는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수양을 해 보았으나 내가
워낙 중생인지라 쉽지가 않았다.
정은은 창원에게 찾아가 돈을 주겠다고 말한다. 창원은 돈은 아버지가 줬으니까
됐고, 자신의 업소를 비호해주는 경찰 간부에게 몸을 상납하라고 한다. 정은은
그런 창원의 얼굴에 침을 뱉어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와 마루밑의 돈을
꺼내서 아버지의 가게로 달려가 아버지 앞에 돈을 뿌리면서 내 인생에 상관하지
말라고 한다. 아버지는 그 놈들과 엮이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랬고, 그래서 자신의
돈을 딸 대신 그놈들에게 준건데... 정은은 오기만 부린다.
정환이 아버지가 요즘 매일 소화제를 먹는다고 약을 정은에게 보여준다. 아버지
친구분인 의사선생님께 찾아가 아버지가 백혈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의사
선생님은 골수 이식을 해야하니 검사하자고 말한다. 생각해 보겠다며 정은이
돌아선다. 병천은 돌아가는 정은을 불러 세워 충격적인 사실을 얘기해준다.
아버지의 한 쪽 눈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아느냐고 정은에게 병천이 묻는다.
경찰학교에서 다친거 아니냐고 정은이 다시 묻는다. 병천은 넌 기억 못 하겠지만
니가 네살때 머리 깍는다고 가위들고 다니다가 누워있는 니 아버지 눈 위에 그만
가위를 떨어뜨려서 아버지 눈이 그렇게 된거라고 말해준다. 믿기지 않는 사실, 믿고
싶지않은 사실이다. 병천은 "너 아버지 젊었을때 사진 본적있니?" 라며 품에서
사진을 꺼내 보여준다. 정은은 사진을 보고 믿기지 않는 사실에 놀란다.
아버지는 눈이 다친게 정은때문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추억이 담긴 젊은
시절의 사진 마저도 다 감추며 술로 세월을 달래며 살아 온 것이다. 아버지란 그런
것인가 보다. 가슴이 메인다. 이 장면 보면서 과연 내가 결혼을 하게 되고 자식을
낳아 아버지가 된다면 잘 할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해본다. 어떻게든 아버지는 될 수
있겠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많이 노력해야 할 것같다.
정은은 이런 사실을 알아버렸고, 몸이 아프신 아버지가, 아버지가 이러다 내 곁을
떠날 까봐 너무 슬프고 두렵다. 그렇게 떠나고싶던 아버진데... 정은은 골수 검사를
하기로 결심한다. 창원의 독촉은 새출발 하려는 정은을 지독히도 괴롭힌다.
이렇게도 수렁에서 나오기가 힘들단 말인가? 아버지는 그런 딸을 어떻게든 구하려고
창원을 찾아가 무릎을 꿇어도 본다. 창원에게는 도대체 씨가 먹히지 않는다. 분을
참다 못한 주석은 창원을 치게 되고, 창원은 주석을 떡이 되게 패서 정은이 일하는
미용실로 데려가 보여준다. 정은은 창원을 찾아가 나이트클럽 문을 부수며 분풀이를
한다. 창원은 점점 더 협박한다. 니가 몸을 상납 안하면 가족들을 더 괴롭히리라고
정은은 요구조건을 들어줄테니 우리 가족에게 손대지 말라고 한다.
창원과의 거래를 약속하고 잠시 행복한 한때를 갖는다. 동생 정환이는 수련회에 다녀
오고, 정은은 병원에서 골수 검사도 받는다. 아버지는 독한 약과 항암치료로 거의
빠져버린 머리를 삭발을 한다. 사정도 모르는 정환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호나우도라고
부르며 자신도 머리 빡빡 깍겠다고 때를쓴다. 너무 슬픈 장면 이었습니다.
창원의 부하가 정은을 찾아와 제안을 하나한다. 창원을 제거하자는 제안이다. 창원에게
시달려 온 정은도 솔깃하다. 창원이 경찰 간부들과 술판을 벌일때 니가 들어가서
칼로 창원을 찌르라는 말을한다. 돈도 건네준다. 정은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창원이
없는 곳에서 이 돈을 가지고 새출발하면 된다. 이번이 마지막 이다"라고 되뇌인다.
둘의 대화를 문 안쪽에서 아버지는 들었다. 그런 딸에게 주석은 말한다 "정은아 하지마
하지마라" 정은은 아버지께 안한다고 안심 시킨다.
어느날 저녁 아버지는 술상을 보아놓고 정은과 정환을 불러 앉힌다. 정환이에게 너도
다 컸다며 한잔 하라고 잔에 술을 딸아주며 말한다. "정환이 너 아버지가 죽으면 니가
상주가 되는거야 알지? 홍명보처럼 팔에 완장 차고 말이야... 장례식때 손님들 오시면
절도하고..." 아버지는 그러면서 모두 건배하자고 한다. "누나를 위해"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이 말 뜻을 알게 될것이다. 그들의 저녁 주안상은 그렇게 최후의 만찬처럼 진행
되었다. 정은은 그 날 아버지 면도를 해 드리고 미용실에 가서 잔다며 집을 나온다.
바로 그 날 새벽이 창원을 제거 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미용실에서 누워서 뒤척
이던 정은은 결심을 하고 창원의 부하가 일러준 장소로 달려간다. 그러나 그 장소에는
창원이 없다. 정은의 귀에 "순간 누나를 위해"라는 말이 들린다. 아버지가 정은 대신
그 일을 하기로하고 창원을 찌른것이다. 창원의 부하는 주석의 등 뒤로 와서 주석을
칼로 찌르고 간다. 아버지는 그렇게 쓰러진다.
아버지는 정은때문에 경찰의 꿈을 접었고, 정은때문에 그렇게 생을 마쳤다. 영화이기
때문에 극적인 상황이었지만, 우리의 부모님들을 보면 대부분 이런 모습의 전형이다.
자식때문에 꿈을 접고, 또 자식때문에 많은 희생을 하신다. 그런 그들에게 우리는
답답해하고,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대부분의 가족이, 부모와 자식간에 겪는 문제일
것이다. 가족이 아니면, 부모 자식간이 아니면 겪을 필요도 없는 문제이다.
누가 남의 일에 그렇게 간섭하고 희생하겠는가? 이런 갈등의 절충점을 찾아가는게
우리의 숙제인것 같다. 영화가 우리에게 모든걸 보여 줬다기 보다는 "가족"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같다. "가족", "아버지", "어머니" 이런 단어만큼 애틋하고 가슴시린
단어도 없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말만 떠올리면 미소짓게도 바뀔 수
있는것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가 행복한 가족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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