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Was I ? - the Bourne Supremacy
나는 누구였는가.
이 영화 본 슈프리머시는 사실 이 진지한 물음과는 거리가 먼 영화다. '기억상실증'은 영화적 도구로 사용하기 위한 작가의 기발한 발상이었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제이슨 본의 부서진 조각을 맞춰가는 스파이 액션 영화. the Bourne Identity에 이어진 두번째 이야기. 이것이 이 영화 본 슈프리머시의 실체다.
영화는 액션 영화의 5분의 법칙, 위기의 법칙, 미녀의 법칙, 사랑의 법칙을 과감히 무시한다. 난무하는 총알도 없고, 화려한 '총알피하기'도 없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영화의 가벼움을 무거움으로 바꾸고 멧 데이먼의 눈빛에 한껏 힘을 실어준다.
출발은 미미했지만, 어느덧 '007'과 비견되는 스파이 액션 영화의 대체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영화, 결코 만만한 영화가 아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살인병기 제이슨 본. 주차장에 주차된 6대의 차량의 번호판을 외우고, 웨이트리스가 왼손잡이인것을 단번에 알아체고, 성인 남자의 체중을 견눈질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비상구와 공중전화 박스의 위치를 늘 확인하고.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그는 이 모든 것들을 본능적으로 행한다.
가장 간결하지만, 가장 강력한. 감독은 이 새로운 액션 법칙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는 듯 하다. 다이 하드의 처절한 액션, 007의 온갖 폭발음, 페이스 오프의 난무하는 총알, 메트릭스의 믿을 수 없는 격투신. 이것들을 배제한 영화는 오히려 그에 상응하는 단단함과 강렬함을 품었다.
절제된 대사, 절제된 움직임, 절제된 액션. 만약 실제로 스파이가 존재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 3편 the Bourne Trilogy가 조만간 찾아올 것이다.
절제된 스파이. 제이슨 본을 다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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