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에 가면.. 기억은 길을 잃는다. 사라진 14일, 그 남자의 잔혹한 기억............."
잔뜩 흐트려진 낡은 사진속에.. 넋을 잃은듯한 무표정의 남자가 나를 보고 있다. 오래된 책장속에서 잊혀진채 버려진 사진을 찾은 듯... 포스터 한켠의 노오란 글씨가 나의 시선을 잡는다. 강민(감우성분)은 방송프로듀서지만 몇해전 불의의 사고로 부인을 잃고는 현실적응이 쉽지 않다. 자신의 그러함을 모두에게 드러나지 못하고.. 스스로 조금씩 침잠해 가는 자신을.. 이제는 서서히 놓아주려 한다. 그러던 중 낯선 전화를 받고 새로운 취재를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의문의 사건현장을 목격하고.. 알수없는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한뒤 피하다 사고를 당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가까운 상영관을 찾자. 그럼 영화속 이야기를 조금만 해보자. 영화는 겉으로보면 범죄스릴러 같은 맥락으로 이끌어가는 듯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돌려보면 범죄스릴러보다는 사람의 심리에 관한 집착과 파괴.. 어린시절로 부터 도태된 자아의 발견을 보여준다. 영화진행상 자칫하면 범인이 누구인가에 집중으로 두고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는데.. 이는 "거미숲"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가장 큰 오류가 된다. 범인의 유무를 떠나 강민의 심리에 조금만 촛점을 맞춰보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의 슬픔.. 매일같이 반복되는 악몽속에서 천천히 자신을 잃어갈즈음... 새로이 다가오는 사랑에 자신을 조금씩 추스려보지만.. 그 역시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믿음을 깨고 다가오는 배신.. 그 모든것을 깨달았을때 느껴지는 충격은.. 그동안 숨겨져있던 과거로부터의 모든 사고를 뒤틀어버리고.. 자신조차 자신을 알수가 없게 된다. 사건... 아무도 찾지 않는 숲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우연히 숲을 찾은 강민은 현장을 목격하지만.. 살인자인듯한 이로부터 습격을 당하고 간신히 몸만 피하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기억... 심한 교통사고로 뇌수술까지 받은 그는 갑자기 무언가에 집착을 하게 된다. 아무도 그의 사고에 동조를 하지 않자.. 친구 최형사(장현성분)를 찾아 부탁을 한다. 최 형사 역시 사건을 찾아나서지만 탐탁치 않은 것들 뿐이다. 과거... 사고후 계속 낯선남자의 전화로 시달리던 강민은.. 직접 거미숲을 찾아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하지만.. 거미숲근처 사진관에서 전처와 닮은 민수인(서정분)을 만나고.. 그의 기억속으로 침잠해있던 기억의 단편들을 조금씩조금씩 퍼즐맞추듯 이어간다. 현재... 과연 누가 범인이고 강민을 해한 사람은 누구인가? 최형사 역시 친구의 부탁으로 사건을 파헤치지만... 범인은 자꾸 가까운 사람으로 축약되는게 영~ 석연칠 않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가다보면 "거미숲"은 스릴러보다는 미스테리쪽에 더 가깝다. 현실에서 잊고 지내던 자신의 과거로 부터 도추된 그의 정신적변형(?)은 부인의 사고로 심한 기형을 낳았다가... 애인의 변심으로 최고조에 이른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좋은 것만을 기억하는 습성(?)을 강민은 교묘히 이용한다. 자신의 과거의 심한 굴절을 애써 잊은채 생활을 하다가.. "거미숲"에서의 살인사건 목격으로 잊혀진 자신의 조각난 기억들을 퍼즐마추듯 하나씩 맞춰간다. 특히 주의할것은.. 그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인물들과 현실의 인물을 혼동해서는 거미숲의 미로에 빠져 영화 카피처럼 길을 잃게 된다. 그의 기억속의 인물과 현실의 인물을 혼동하지 말도록 하자. 마지막.. 그의 혼선된 자아가 하나로 만나게 되는 순간.. 거미숲의 비밀도.. 그에게 일어났던 사건의 전말도.. 모두 풀어나갈 수 있다. 자신의 과거를 묶어 놓은곳... 또 그 과거를 풀어주는 곳.. 거미숲.. 엊갈린 그의 기억의 퍼즐게임에 한번 동참해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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