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그놈..]은 만화적인 상상을 가진 원작에 너무도 충실한 영화였다. 그래서 영화는 더욱 억지스럽고 비현실이며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야기의 흐름을 서술적으로 풀어 나가지 못하고 원작에 너무도 충실한 나머지 에피소드 나열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작에서 chapter로 나눠서 에피소드를 나눠 넣듯이 말이다. 덕분에 영화는 시트콤식으로 그들의 톡톡 튀는 대사나 그 나이 또래만이 즐길 수 있는 연기 혹은 기가막힌 상황 만화적인 설정등으로 인하여 재미와 웃음을 주긴 하지만 끊어지는 편집으로 인해 결국 전체적으론 산만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 (그나마 후반부는 지루해지기까지 하다)
동양의 빅스타로 떠오른 송승헌이 29세의 나이에 무려 11세의 나이를 극복하고 18세 고등학생 '지은성'역에 캐스팅 되었다. 소설의 제목에서 보듯이 소설에서의 주인공은 쌈짱,몸짱,얼짱이다..거기다가 사랑엔 서툴러서 순애보를 간직한 그 캐릭터는 그야말로 '멋있는 놈'이어야 했던 것이다.
그럼 '그놈'은 영화상에서 실제로 멋있어 보였는가? 안타깝지만(영화계로 봤을 때) 멋있었다..(인정할 건 해야 한다..고등학생이라 하기엔 나이가 들어 보여서 문제지...그는 확실히 멋졌다~ ㅠ.ㅠ 그러나 정작 주 관객층 10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농담으로 쌍둥이간에도 세대차이를 느낀다는10대가 바라보는 그는 무진장 나이 먹은 아저씨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거다. ㅠ.ㅠ) 그리고 정다빈의 귀엽고 깜찍한 역할은 이미 한 차례 검증되지 않았는가? 그녀는 그녀 특유의 귀여움으로 무장하고 '지은성','한예원'이 되어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빈다..그래서 두 학생의 알콩 달콩한 사랑이야기는 어린 만큼 귀엽고 깜찍하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문제가 된다. 영화 [그놈..]은 정해진 시간 안에 두 사람의 만남에서 갈등(?),해소등의 진도를 나가기 바빠서 혹은 쌈짱의 진면목을 보여 주기 위하여 넣은 액션씬등의 볼거리를 위해서 할애할 시간은 있어도 다른 캐릭터에는 미처 신경 쓸 틈이 없다. 오로지 '그 놈'과 '그 뇬'만이 존재할 뿐이다. 나머지 그 많은 캐릭터들은 다 들러리다. 재미를 위해 나오는 까메오들을 출연시킬 시간은 있어도 갈등의 주요 요소 중의 하나였던 '김한성'이란 캐릭터라든가 '김효빈'과 그녀의 오빠(이름을 까묵었네요 ㅠ.ㅠ) 사이의 케케묵은 사연은 미쳐 펼쳐 내보이기도 전에 서둘러 마무리를 지어 버려야 할 시간이 오고야 만 것이다..그래서 이야기는 서둘러 후반부를 마무리 짓고 만다..그것도 상당히 억지스럽게 말이다.
내가 보기엔 원작의 환타지(?)를 제대로 극복한 것 같진 않지만 시사장에 다수의 호응도는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나로선 이해할 수 없고 웃기지도 않는 부분에 그들은 좋아라하고 있었다..새삼 세대차이만 느끼며...10대를 한 번 이해해 보겠다고 시사장을 잘못 찾아간 나를 탓해야지 누굴 탓하랴.. 그 놈의 호기심이 웬수지..ㅠ.ㅠ
덧글1:철저하게 상업적으로 기획된 이 영화..주 타겟층을 생각해 본다면..이 영화의 흥행의 최대 적은 영화의 완성도가 아니라 다른 곳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10대들의 영화관람법은 20~30대가 관람하는 관람법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
덧글2: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적~! 태생이 같지만 다른 그 영화와 개봉일이 비슷하다는 것도 최대의 난적일 지도 모른다..10대들의 주머니를 두 번 열게 할 만큼 재미가 있으면 몰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