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극장에 가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통쾌한 웃음, 눈물을 흘릴 정도의 진한 감동, 머리를 써가면서 풀어야 하는 복잡한 플롯, 따듯한 이야기로 인한 자신도 동화되어 가는 이야기 전개 이 모든 것들은 아마도 영화를 보면서 느끼고 싶어할 감정인 듯 하다.
작년 <동갑내기 과애하기>로 전국관객 530만을 기록한 김경형 감독의 2번째 연출작인 <라이어>는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관객들의 기대치는 한것 올라간 영화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의 시작과 끝까지 그리 유쾌하지 관람하지는 못했었다. 우선 이 영화의 핵심적인 주인공인 주진모의 연기는 극의 주인공인 만철과 동화되지 않고, 그냥 주진모가 연기를 펼침으로서 그다지 감응을 얻지 못한다. 그동안 감초연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공형진은 <남남북녀>에서 처럼 주인공과의 융화가 아닌 자신 홀로 겉도는 연기를 펼친다.(아무리 조연이 연기를 잘하면 뭐하는가? 서로 겉돌고, 정작 주인공이 영화를 망쳐버린다면 딱히 조연들의 연기가 태색되기 마련이다.) 경찰역의 손헌주도 마찬가지고 기자역의 임헌식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사람들의 연기가 영화속에 녹아들지 못한 이유는 연극과 영화의 애매한 줄타기 일 것이다. 연극에서의 톤과 영화에서의 톤은 그 느낌을 달리한다. 자연스러워져야 할 영화에서 연극적인 요소의 개입은 극 몰입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 초반과 중반까지의 스토리텔링도 허술하지 짝이 없고, 촬영도 TV 시트콤 수준이다. 그렇다면 관객에게 웃음을 주었는가? 상황의 아이러니에서 오는 웃음이 아니라 반복과 배우들의 애드립이 썩인 즉흥연기에서의 웃음이기 때문에 그리 큰 웃음을 전달하지 못한다. "당신은 영화보면서 웃지 않았는가?라고 물으신다면 "그건 배우들의 즉흥성 때문에 웃는 것이지 상황이 가져다 주는 웃음의 미학은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종반부를 치닫는 시점, 극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가 옳다고 예기하는 플롯 -특히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에서는 상당한 웃음과 긴장감을 연출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러한 마지막의 긴장이 다인 영화다. 기대하고 보신다면 실망할 것이고 마음 편하게 본다면 조금 웃다가 나올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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