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여인들]이것이 바로 배우의 마력이다!
눈이 시실 것 같은 하얀 눈이 프랑스 시골 저택을 덮은 성탄절 아침,
매력적인 8명의 여인을 거느린 남자가 총을 맞고 죽은 것이 발견된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전화도 끊겨지고, 저택을 맴돌던 발자국도 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저택 안에 아직도 있다는 이야기 인데,
과연 누가 가련한 아버지를 죽였을까?
첫 번째 여자는 마성의 바이올렛의 할머니다.
바이올렛의 가디건을 입은 할머니에게 오랜 전의 남편을 독살한 혐의가 있다.
강한척하며 수다스러운 성격처럼 말을 뱉어내지만
젊은 날의 고독과 죄책감이 오랜 상처가 되어 휠체어를 타서 그런지
이상하게 동정심이 밀려와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바이올렛의 숨겨진 잔인한 마성처럼
자신의 돈을 앗아간 사위를 죽였을 것 같다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두 번째 여자는 칙칙한 갈색의 이모다.
딱딱한 군복 같은 갈색 정장을 입은 이모에게 수상한 냄새가 맡아진다.
잠자리 안경이 나이 많은 미혼의 이모를 표독스럽게 만들고
신경질적인 외침이 귀를 시끄럽게 하는 것은 이모의 오랜 습관이다.
이제 와서 아버지를 사랑했고 자신의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다고 하지만
이모가 원한 것은 상대가 필요 없는 끊임없는 애정의 갈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 애정이 완성되지 않는다면 분명치 방아쇠를 당길 여자다
세 번째 여자는 숨겨진 비밀의 검은색의 하녀다.
검은색의 하녀 복을 입고 자신의 감정을 철철이 숨긴 그녀는 아버지의 숨겨둔 애인이다.
하녀는 그 사실이 밝혀져도 별로 부정하지 않는다.
시계의 바늘이 움직이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남자의 노리개가 되어도 별로 상관치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끈끈한 눈빛이 몰래 숨겨둔 사진에서 주인여자로 미끄러지자
문득 하녀가 원한 것은 자신의 이상이 똘똘 뭉쳐
아름다움 꿈을 발하는 자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의심된다.
바로 즉 자신을 무시하고 타인의 장점만을 바라보는 사람만이다,
그래서 질투심으로 아버지를 쏘았을까? 바로 어머니를 사랑했기 때문에..
네 번째 여자는 노란색의 엄마다.
엄마는 모든 것을 가진 자처럼 보인다. 미모도 돈도 그리고 재능도.
그러나 엄마는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했다.
타인은 그녀의 완벽함을 사랑하고 그녀의 내면을 부정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그녀도 그들과 맞춰
타인을 사랑하고 보답 받으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이다.
그날 밤도 다른 남자와 몰래 불륜을 저지르고 떠나기로 결정했으니
분명 아버지를 죽일 충분한 이유가 있다.
다섯 번째는 간절하나 욕망인 빨간색의 고모다.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이 변한다 해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그것이 고모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다.
삶은 그리 평탄치 못해 수없는 배신을 당하지만
그 자유로운 사랑에 연연치 않는다.
새빨간 원피스로 자신의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그 매력을 즐기는 자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최대한 이용하여 사랑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그 실패한 사랑에는 돈인 따르니
그녀가 수없이 빌린 아버지의 돈 때문에 걱정에 쌓인 것도 사실이다.
여섯 번째는 언니다.
방학이라고 하지만 근심어린 언니의 눈빛에 슬픔이 깃들어 있다.
귀엽고 활발한 성격에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그녀는
거절할 줄 모르고 타인에게 의지하는 형의 여자다
그래서 임신이라는 사실을 알자 감당하지 못한 채
도망하여 집으로 스며들어 아버지에게 사실을 고백한 것은
용감하게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비를 피하고자 하는
어리석음이다.
일곱째는 정에 헤픈 카키색의 가정부다.
가정부는 사랑을 남발한다. 자신의 희생도 그리 신경치 않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면 분명 살인도 저지를 수 있는 여인이다.
여덟 번째는 삶의 기대감으로 충만한 녹색의 나다.
사람들은 기다리라고 하지만 이미 삶은 충만한 기대감으로 반짝거리고 있다.
나는 앞으로 전진하고 앞으로 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일곱 명의 여인들은 커다란 장애가 되어 나를 가로 막는다.
‘8명의 여인들’은 연극을 영화화 한 것이다.
원래 추리 극으로 펼쳐지는 연극을 여성만으로 나오는 영화로 만든
감독의 실력은 놀라움 그 이상이다.
추리 극이라고 하면 분명 진지하거나 지루한 일상이 묻혀 있기 마련인데
감독은 재미난 8 에피소드로 만들어 관객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거기에다 수많은 인물을 토해놓는 영화는 그 개성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각 배우들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감정과 성격을 노래로 만들어 선사한다.
거기에다 감독은 짧지만 강렬한 손동작으로 만든 안무를 배우에게 입힌다.
더욱이 안무가 손동작에 이루어지는 것이 태반인데
바로 그것은 살인의 도구이자 삶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도구라는
아이러니를 밝혀주는 감독의 의도다.
그래서 인지 율동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도 감미롭게 관객을 자극한다.
그렇다고 배우의 마성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가 부적절하지는 않다.
이야기의 매끄러운 전개는 배우들의 화려한 기품있는 연기로 맛깔스럽게 포장되었다.
배우들 또한 너무 유명한지라 자칫하면 그들의 강한 개성이
그들의 역할을 갉아먹을 수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도리어 그들의 개성의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관객은 영화가 끝나도 아쉬움에 좌석을 일어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고모 역활인 화지아르망은 관객의 숨결을 훔진다.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어찌나 강한 마성이 흘러나오는지
노래를 부를때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슬픔에 동참하여 그녀를 용서한다.
하여튼 영화 그 자체가 무척 재미나고 새로워
영화는 보는 내내 가벼운 미소와 호기심이 교차한 영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감독이 페미니즘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심이 엿보이는데
즉 후반에 갈수록 누가 살인했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고
마지막 반전의 결과 속에서도 남성 없는 여자만의 세상을 이루려는
감독의 메시지가 보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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