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대수사선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이하 <춤추는..2>)를 보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 극장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까지 꽤나 오랫동안 망설였다. 1편을 개봉당시 재밌게 보았음에도 이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 후지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원작인 동명의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이 드라마를 미리 본다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속칭 ‘디빅’의 혜택(?)으로 이미 드라마를 섭렵한 분들의 말씀을 빌리자면 ‘역시 <춤추는..2>은 드라마가 압권이지!’ 내지는 ‘드라마를 봐야 진정한 재미를 알 수 있지!’라는 말에 짐짓 주눅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극장에 불이 꺼지고 영사기가 돌아가며 스크린에 영상이 담긴 빛줄기를 뱉어내는 그 순간,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이 영화는 순수하게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만 보자’고..
일본 영화의 흥행기록을 다시 쓰는 감독인 [모토히로 가츠유키]는 무척이나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전편에서 그는 일본 경찰사회의 엘리트 중심주의를 도마 위에 올렸었다. 관료임에도 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가진 [무로이- 야나기바 토시로]와 샐러리맨에서 경찰이 된 형사 [아오시마- 오다 유지]를 통해서 일본 경찰조직을 꼬집은 적이 있다. 그런데 속편격인 <춤추는..2>에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가 생각하고 있던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오다이바’라는 발전진행중인 도시와 그 안에 있는 ‘완간 경찰서’를 통해서 마음껏 독설하고 있는 것이다.
<춤추는..2>이 단순한 코믹추리물이라고 보기 힘든 이유도 여기 있다. 얼핏 보면 코미디의 색깔이 덧입혀진 추리물로 보이지만 속을 들춰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감독은 주인공인 [아오시마]가 치밀한 추리로 진범을 명쾌하게 잡아내길 바라지도 않으며, 그가 빼어난 솜씨로 악당을 때려눕히길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감독은 특유의 유머로 메시지를 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소수의 엘리트들에 의해서 사회조직 전체가 좌지우지 되는 관료주의의 맹점을 ‘완간 경찰서’와 ‘본청’의 관계를 통해서 다시 한번 비꼬고 있다. 관할서의 경찰들은 본청소속의 경찰이 파견된다는 말을 듣자마자 너무도 기쁘게 사무실을 비워 작전실을 만들어주고, 숙소를 만들면서 요와 요사이를 30센티미터로 맞추는 등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그들의 입맛에 맞는 도시락을 제공하기 위해 최고급의 식단으로 음식을 만들어 바친다. 반면 엘리트 의식이 넘치도록 충만한 다시 말해 거만과 허영으로 가득 찬 본청의 관료들은 관할서인 완간경찰서의 형사들을 자신의 수족 부리듯 하며, 심지어 아버지뻘 되는 형사를 아이 취급하기도 한다. 동경대 출신으로 대표되는 일본 엘리트들의 배타적인 엘리트 집단이 이끄는 관료주의, 파벌주의 사회의 부조리한 일면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성 관리관 [오키다]를 파견한 본청 지도부의 정치적 속셈은 남녀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얄미운 구석이 한 두군데가 아니지만 어찌 보면 ‘여성’이라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워 관리관의 자리에 오른 [오키다]는 보수적인 국가기관에서 아직도 비주류로 대접받는 ‘여성’을 상징하며 같은 맥락에서 그녀를 서포트하게 되는 [무로이]는 ‘남성’을 상징한다. 이후 계급과 학벌을 넘어선 그들간의 묘한 성대결은 팽팽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감독은 ‘남성’의 손을 들어주고 만다. 히스테리컬한 [오키다]의 성격으로 인해 사건이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기 때문에 그보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무로이]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어째서 첫 번째 여성 고위관리였던 [오키다]가 처절하리만큼 망가져야만 하는 것인가 자문해볼 수도 있겠다. 그것은 패자가 어째서 여성이어야 했으며 반대로 승리자는 남성이었나 하는 점이다. 보다 균형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여성, 남성과 남성처럼 실험군과 대조군의 기본 조건을 일치시킨 다음에 대결구도를 짰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줄 끝에 돌멩이를 매단 헬륨풍선처럼 <춤추는..2>은 재기 가득한 유머로 무장한 코미디임에도 경박스럽지 않게 중심을 잡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영화가 재미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은 썩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역시 앞에선 언급한바와 같이 11편으로 구성된 드라마를 보지 못한 배경지식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일지 모르겠다. 극장판만 접했던 관객들에게는 갑자기 친한 척 등장하는 낯선 캐릭터들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고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청개구리 택배’라든지 서장의 책상에 있던 ‘포돌이 인형’등은 단순히 한편의 영화를 보려고 극장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소품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듯 <춤추는 대수사선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유독 머릿속을 울리게 하는 영화였다. 그렇다. 이 영화는 ‘아는 만큼 재미있는 것이다’.
<개점휴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