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는 항상 끊임없이 말이 많았다..영화가 품고 있는 무게감있는 철학과 속편으로 진행되어 나가는 동안의 변화와 전개에 대해서 때마다 뜨거운 감자처럼 영화를 보는 이들의 입에 끊임없이 회자되곤 했다..
예전의 SF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들도 매트릭스의 등장으로 인해 매트릭스 이전으로 분류되는 암울함을 맞이할 정도로 매트릭스는 SF영화로써 살아있는 신화 혹은 전설이 되어버렸다..
재미있는건 매트릭스가 단지 어떤 영화를 바라보는 측면에서 제기되는 토론꺼리를 벗어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적인 사조와 철학..어떤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까지 번져가는 한편의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사회적인 파장의 효과를 극대화시켰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매트릭스를 통해서 무얼 보았고..무얼 보고 싶어하는가..
매트릭스의 등장은 참 대단했다..불릿타임기법이라는..요즘은 여기저기서 차용되지만 그당시에는 대단한 충격이었다..카메라를 삥 둘러서 정지된 화면을 한바퀴 돌리는 기계적인 효과가 주는 시각적 충격은 대단했다..또한 다른 액션영화들과는 다르게 스피디함안에 적절한 슬로모션의 차용으로 긴박감속에 보여지는 정적인 멋을 보여줬다..트리니티의 공중 발차기나 네오의 총알을 피하는 장면은 개그 프로에서도 자주 도용되고는 하지만 영화에서 그 장면을 대할 때는 정말이지 엄지손가락을 내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시각적 충격과 더불어 두뇌가 반응할 수 있는 매트릭스의 깊이를 잴 수 없는 이야기는 이시대의 사람들이 왜 매트릭스에 열광해야만 하는가를 증명하는 가장 큰 단서가 된다..
우리가 사는 현실을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로 치부해버리는 영화의 의도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충격적인 의심을 낳게 만들고 우리가 사는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해준다..
또한 기독교와 불교를 끌어들인 종교적 해석의 차용과 그리스 신화와 심지어 사이버 테크놀러지에 나오는 그 수많은 은유체계..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까지 끌어들이는 현실세계의 철학을 다루는 심오한 영화의 스토리..그 이해될 수 없고 끝없이 해석되는 내용의 난해함은 많은 이들이 매트릭스의 퍼즐을 맞추는 자원봉사자로 나서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
이렇듯 매트릭스는 대단했기에 지금까지 사랑이라기 보다는 대단한 열광속에서 존재하고 있고..그러함안의 낮추고 싶어도 낮출 수 없는 기대감 속에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레볼루션은 리로디드의 후반전이다..1편이 매트릭스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관객에게 매트릭스의 가상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운동을 시켜주었다면 리로디드는 본격적으로 결말로 치닫기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매트릭스의 1편은 그러한 준비운동자체가 워낙 새롭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충격적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었다..또한 리로디드의 약해진듯한 이야기의 무게감은 지난 전편에서 충분한 사전 설명뒤에 더이상 풀어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였기에 더이상 심오해질 것 없이 앞으로 전개되어 나갈 결말에 대한 준비작업만이 필요했을 뿐이다..그로 인해 다소 익숙해진 리로디드는 전편에 비해서 시각적으로나 감각적으로 관객이 요구하는 새로움을 충족시킬 수 없었기에 전편의 충격을 요구하는 관객의 투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레볼루션 역시 마찬가지다..더이상 관객에게 심오한 마음의 준비는 필요없다..앞으로 전개되어가는 매트릭스세계에 대한 관찰만이 필요할 뿐..
특히나 레볼루션은 더이상 가상현실세계..즉 매트릭스에 대한 새로움은 존재하지 않는다..이미 1편에서 관객들의 충격을 최대한 끌어올려버린 역치상태의 기대감에 2편과 3편은 실무율의 법칙에 따라가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극의 세기가 커지면 반응의 크기를 일정량 증가시키는데 필요한 자극의 변화량이 점점 증가한다는 베버의 법칙처럼..매트릭스가 보여준 충격에 대한 또다른 기대감의 크기를 따라잡아가기에는 더 이상 보여줄 것도..보여줘야 할 것도 없는 새로움이 짊어지는 아이러니인 것이다..
1편이후의 속편들은 더이상 심오한 삶의 성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영화의 이야기 전개에 더욱 치중하는 느낌이다..
우리의 현실이 아닌 영화속의 현실..즉 시온을 구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처절한 전투와 치밀한 이야기 전개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더이상 삶은 무엇인가..라는 식의 애매모호하면서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과제를 던져주지 않는 속편들에 대해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일테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다분히 영화다..1편의 가상현실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스스로 스크린에 몰입하면서 느꼈을 뿐이다..속편에서 그러한 가상현실에서 벗어나 다시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되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속편들은 영화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감상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어찌되었건 시온의 미래는 기계들의 침입으로 막중한 클라이막스 상태로 치닫는다..그리고 그러한 시온의 미래를 결정할 주사위의 역할을 네오가 맡는다..
네오는 예전에도 보았겠지만 크리스트의 예수를 상징하는 듯한 인물이다..지금까지는 구원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레볼루션에서는 다분히 희생의 이미지가 커진다..홀로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타 언덕으로 향하는 예수 그리스도 처럼 두 눈의 시력을 잃은 채로 저그의 오버마인드 같은 기계를 통제하는 핵심부로 전함을 몰고 들어가 담판을 짓는 네오의 모습은 자신에 대한 불신을 짊어지면서도 홀로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한발한발 내딛는 테크놀러지 시대의 예수를 보는 듯 했다..
또한 우리가 섣불리 짐작하고자 했던 레볼루션은 만만치 않았다..리로디드에서 네오가 현실안에서 센티널들을 제압하는 후반부를 보고는 사람들은 쉽사리 예상했다..믿고 있던 현실도 가상현실이다..혹은 모든건 네오의 꿈이다..란 식으로..하지만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짐작에 정답표시를해줄 매트릭스가 아니었다..
말그대로 네오는 초인의 경지에 다다른 매트릭스에서 말하는 '그(The One)'였던 것이다..그리고 레볼루션에서는 그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레볼루션에서는 더이상 환상적인 매트릭스의 가상현실을 감상하는 여유는 찾기 힘들다..오히려 시온이라는 현실이 기계와의 일전을 벌이며 내일을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장감이 감돈다..
또한 스미스 요원과 네오의 최후의 일전은 지금까지 매트릭스가 보여준 CG의 최절정이 아닌가 싶다..마치 드래곤볼에서 셀(스미스의 복제는 셀의 흡수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과 손오공의 일전을 보는 듯한 공중전은 무언가 오버하는 듯해 보이면서도 압도적이다..다만 예전의 오밀조밀한 섬세함이 빛나던 액션이 너무나도 거대해짐은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스미스와 네오의 관계..하나였던 둘..하지만 하나가 될 수 없는 둘..그리고 함께 할 수 없는 둘이기에 둘을 버려야하는 하나..이것이 스미스가 네오를 증오하면서도 집착하는 애증의 결말이 아니었을까..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듯한 스미스의 마지막 대사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상상도 못할 곳에 결말이 있다..라는 카피가 다소 오버스럽게 보였지만..영화를 보고나니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오히려 리로디드를 통한 약간의 아쉬움이 레볼루션으로 인해 다시 승화되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어찌되었건 영화로써 매트릭스는 끝났다..물론 시온과 기계간에 영원한 평화가 보장된 건 아니다..아직 대립은 끝나지 않았다..다만 전쟁이 잠시 멈춘 것뿐..다시 아키텍터를 찾아갈 7번째 '그'를 다시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아직 매트릭스는 끝나지 않았다..
벌써부터 영화에 대한 해석이 난무하고 영화에 대한 실망감과 찬사가 연일 이어진다..
뭐 어떤 쪽이든 좋다..다만 난 매트릭스로 떠났던 우리가 매트릭스가 주었던 삶의 물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기억할 수 있길 바란다..그대의 삶은 어떤가..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매트릭스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카타르시스의 정점이 아니었던가..그리고 그러한 교훈 뒤에 남는 영화로써의 매트릭스의 즐거움을 무시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