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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고만한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라고 말하는 영화들 속에서, 이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이하 첫사랑 사수...)>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주연 배우들의 화려함이 가장 큰 몫일 것이다. 그러나 1년치 장사 중 절반 이상을 덜어 먹는다는 여름 영화 시장에서, 특히 스펙터클한 헐리웃 액션이 난무하는 격전지에서 홀로 특수효과의 ‘특’자 소리도 모르게 고군분투한다는 것은 어쩌면, 누구나가 간직하고 있을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그리고, 첫사랑의 그 사람을 지켜내려는 그 마음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여름에는 딱 두 가지 종류의 영화만 존재한다고 한다. 후덥지근한 날씨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통쾌한 액션 대작과 등골 오싹하게 하여 식은땀으로 전신을 뒤덮는 공포 호러 영화가 그것이다. 이미 6월 중순부터 불어닥친 한국형 ‘전설의 고향’같은 <장화, 홍련>이 관객들의 혼을 빼고,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예의 그 만의 명성을 재확인 시켜준 <매트릭스>처럼 SF 액션 대작의 파도도 이미 극장가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된 장르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장르를 원하게 되는 간절한 마음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의 마음이 아닐까 한다.
이럴 때, 후련하게 웃겨주고, 가슴 뭉클해지는 로맨틱 코미디는 뻔한 장르적 속성을 가지면서도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고 간다. 또한 영화의 주제에 따라 크게 다르겠지만, 우리네 정서를 잘 대변해 주는 주제일수록, 신세대 성향에 맞게 변주가 많이 되었건만, 남녀노소 불문하고 큰 공감을 얻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 계보를 여기 <첫사랑 사수...>가 잇는다는 것에 큰 이견을 달지 않음을 필자는 역설한다.
어릴 때부터, 오누이처럼 살갑게 다져온 우정 때문이었는지, ‘손태일(차태현 분)’이 ‘주일매(손예진 분)’에게 향한 일편단심 민들레는 일매의 아버지.. 고등학교 학생 주임인 ‘주영달(유동근 분)’이 약속한 그 한마디 말로 인해 콘크리트 보다 더욱 단단한 믿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태일이를 옆에 두고, 애간장이 타는 것은 오히려 일매였으니.. 이리 꼬셔보고, 저리 꼬셔보지만, 목석이 이런 목석이 없다. (물론, 그걸 바라보는 태일이의 마음은 어떠 했겠냐 만은 ㅡ.ㅡ;;) 그러나 몇 년 후, 영달의 ‘임파서블한 미션’을 모두 성공리에 마친 태일이 이제 본격적으로 일매에게 다가갔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일매는 그 사이 다른 남자를 알아버린 것이다. 이를 어쩌나.. 이제는 일매의 사랑을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수’를 해야 하는 것이다.
티격태격 사랑싸움이 기본 골격에다가 주연 배우들이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그 배의 효과를 가지는 ‘로맨틱 코미디’는 이제 국내 극장에서도 효자 종목으로 높은 인기를 받는다. 특히 전작들에서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국가대표 급 배우 3명의 이름만으로도 그 파괴력은 두말 하면 잔소리요.. 세 말하면 입이 아픔을 관객들은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럼.. 배우들로 먹고사는 영화인가 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는 관객들 더러 있을거라 미리 짐작하고, 썰을 풀어 보도록 하겠다.
아직까지, TV 드라마 PD에서 영화감독으로의 성공은 보장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오히려 CF 감독이 영화감독으로 올라간 사례는 다분히 많았다. 그러나, <첫사랑 사수...>의 ‘오종록’ 감독은 이미 브라운관에서 여러 차례 검증받은 감독으로 그 주목도를 높인다. 특히.. 주연급 배우들이 상당수 등장하는 드라마(해피투게더:이병헌, 송승헌, 김하늘, 차태현, 전지현, 조재현 - 피아노:조재현, 조인성, 고수, 김하늘)를 통해 각 배우들의 자리를 조율하며, 카리스마를 한껏 높인 감독의 역량은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여기에.. 한국적 정서가 강한 첫사랑의 이미지를 솔직 담백하게 (어쩌면 부산 사투리에 너무 강렬함을 느낄 수도 있다) 표현하는 시나리오의 뒷받침은 애드립 부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두 배우 ‘차태현’과 ‘유동근’의 매듭을 잘 엮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손예진’의 연기 변신은 그녀에게 무슨 배역을 안겨줘도 훌륭히 소화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주는 첫 번째 영화가 아니었나 조심스레 짚어본다.
이미 여러 영화에서도 증명이 되었겠지만, 관객들이 먼저 알아보는 영화란 위와 같이 감독, 배우, 시나리오의 세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갈 때, 그 빛을 발한다. <첫사랑 사수...> 역시 이 요소들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영화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짧은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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