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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도망자>희생만 강요하는 국가에 던지는 무언의 메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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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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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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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31 오전 1:2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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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대구 시민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전국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아버린 사건 대구 지하철 참사가 터졌을 때만 해도 <튜브>의 개봉은 “이미 물 건너갔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끔찍한 사고현장에 울분을 터뜨린 시민들이 영화 속에서 재현되는 그 참사를 다시금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형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장르가 계속해서 관객을 배반하고 있었기에 <튜브>도 그 이상을 못 벗어나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극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게 웬 일인가?! 싶을 정도로 <튜브>는 한국형 액션블록버스터의 미래를 다시금 기대케 만들었다.
영화는 지하철 탈취 사건이라는 플롯을 중심기둥으로 삼고, 김석훈과 박상민의 대결을 보여주는 70%정도의 화끈한 액션과 김석훈과 배두나 사이에 펼쳐지는 30%정도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내용을 시기적절이 다루고 있다. 선과 악의 뚜렷한 대결구도를 선보이는 <튜브>는 기막힌 반전은 없지만, 매우 안정된 길을 선택하고 있다. 모범생 같은 반듯한 외모의 소유자 김석훈을 열차에 목숨을 던지며 전장에 뛰어드는 터프가이로.. <장군의 아들>의 히로인 박상민을 핏빛 넘쳐나는 악역으로 내세웠다. 얼핏 보면 매우 단조로워 보이는 캐릭터들의 등장이지만, 영화는 그 둘 사이에 배두나를 투입시켜 미묘한 감정 선을 흐르게 한다. 그래서 배두나의 역할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극중 특별히 튀는 역할은 아니고, 사건을 뒤집어 엎을만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장도준(김석훈)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그로인해 어떻게든 강기택(박상민)을 저지하려는 모습에 상당한 호감이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김석훈이나 박상민의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들었다는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 맡은 역할들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출연 분량의 조연인데도 극중 가장 맛깔스러운 캐릭터 권오중의 빛나는 열연과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열망을 가득 품은 정준의 연기도 칭찬해주고 싶다.
<튜브>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스피드>를 비롯하여 할리우드 유명영화 몇 편을 모방한 흔적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그 모방한 흔적들조차도 밉지 않게 보이는 것은 어설픈 흉내 내기가 아닌 창조의 날개를 휘날리기 전에 부모의 날개 짓을 보며 최선을 다해 따라하는 어린 독수리의 모습처럼 보여 졌다. 할리우드의 기술력을 뛰어넘지는 못할지언정 어느 정도만이라도 제대로 모방을 하라. 전체적인 흉내 내기에 너무 급급해하지 말고, 단 한 장면만이라도 똑바로 재현시켜라. 물론 할리우드 최첨단의 기술력이 모든 능사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절대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기술력을 본보기로 삼고 갈고 닦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튜브>는 거의 어설프지 않은 컴퓨터 그래픽의 막강한 내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재미를 배로 끌어올려준다. 모방을 두려워하지 마라. 모방과 창조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가 계속 이어진다면 결코 늦지 않은 시일 내에 <매트릭스> 시리즈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튜브>는 그 날을 기다려지게 만든다. 영화의 또 다른 백미는 국가에 대한 증오심을 살짝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국민들에게 항상 희생만을 강요하는 국가 고위층 간부들.. 모든 것을 말로만 해결하려는 그들에게 영화는 결코 소극적이지 않은 추파를 던진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소수는 희생되어야 한다는 논리.. 그 소수마저 어떻게든 살릴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자신의 위신만을 위해서 희생을 강요하는 그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높은 자리에 앉아있다고 그 자리의 권력만을 가지고 탐욕의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들.. 에게 영화는 적지 않은 유감을 드러낸다. “사랑하는 사람이 폭주하는 지하철에 갇혀 있습니다. 악당들로부터 겨우 목숨을 건졌는데, 폭탄 하나가 두려워 이제는 당신네들이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시는군요. 자기일 아니라고 어떻게 말을 그렇게 쉽게 하시나요...?! 한번이라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시면 안되나요...?! 그 안에 갇힌 사람들 중 한명이 당신이 진정으로 목숨 받쳐 사랑하고 있다면 폭탄을 떠안고 그렇게 죽어버리라고 말할 수 있나요...?! 왜 항상 당신네들은 평소에는 시민들을 위하는 척 하다가 자신의 입장이 곤란해지면 뒤로 숨기 바쁘시나요...?! 왜 시민들에게는 희생정신을 강요하면서 당신네들은 조금의 불이익도 감소하려 하지 않으시나요...?! 당신네들이 처음부터 국민들에게 희생정신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줬었더라면 이런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라고 대구 지하철 참사의 피해자들은 분노하지 않았을까...?!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이었었다. 일본 앞잡이 같이 생긴 안경잡이는 살아 나와서 자랑스레 인터뷰 하고 있고, 소매치기 같은 못된 사람도 살아나왔고, 여타의 다른 사람들도 눈물의 상봉을 맞이하고 있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열차를 세우려고 안간힘을 썼던 내 사랑은 끝내.. 이렇게 떠나갈 것이면 왜 내 앞에 나타나 가슴 속을 헤집어 놨을까...?! 이렇게 하염없이 떠나갈 사람이라면..
이렇게 <튜브>는 커다란 울림과 함께 나의 가슴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말았다. 폭주하는 지하철 난간에 매달려 바람을 앞에 두고 갑자기 뛰어올라 발차기로 유리를 깨고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리얼리티의 부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얼마든지 애교로 넘길 수 있는 장면이다. 이때까지 한국형 액션블록버스터를 표방한 많은 영화들이 못 넘은 산을 <튜브>는 넘어섰다. 그것이 비록 할리우드의 기술을 모방한 것일지라도 넘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사족 정말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가 있다. 이 영화가 과연 대구에서 불러들이는 관객 수가 얼마나 될까...?! 대구 사라들이 100일전의 악몽을 다시 기억해 내고 싶어 할까...?! 혹시 대구에서 개봉 반대 운동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제대로 개봉한다 하더라도 일주일을 버틸 수 있을지..
<도망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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