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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햇귀> 무난한 영화... 튜브
hatguy 2003-05-29 오후 1:45:41 799   [9]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에는 못미치지만 상당한 자본을 들여 관객의 눈을 순식간에 휘어잡으려고 만든 영화. [쉬리]이후 많은 시도가 있었고 그만큼 많은 실패가 있었으며 지금 또한편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나왔다.
그런데,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헐리웃의 블록버스터 간에는 조그만 차이가 있는데, 악당과 주인공, 여주인공, 강렬한 액션 등 비슷한거 같지만 조금씩 틀리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악당 들은 대부분 사이코가 아니라 슬픔을 간직한 분노자이고, 주인공은 대부분 그 악당과 전부터 관계가 있다. 문화적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여주인공의 비중이 작은 것도 좀 틀리고...가장 틀린 것은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감동을 주려한다는 것이다. 헐리웃은 재미를 주고 성조기를 펄럭거리면 끝낼려고하는데 반해서 우리영화는 누군가의 죽음 혹은 그에 반하는 감동을 주려고 관객을 끌고 간다.

강기택(박상민)은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 한순간 폐기처분되고 부하들과 가족이 살해되자 복수를 결심한다. 이에 무능력한 우리 경찰은 그들을 번번히 놓치고 정의의 사자인 장도준(김석훈)이 등장해서 그를 잡고 시민들을 구한다. 덤으로 여주인공과 사랑의 교감도 나눈다. 이른바 흥행 줄거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런거에 대해선 전혀 트집잡고 싶지 않다. 상업영화니까...

그럼 사람들에게서 지탄을 받기도 하는 시나리오를 보자.
이 영화, 옥의 티 많다. 처음부터 등장하는 공항총격씬부터 납득안가는 장면 수시로 등장한다. 영화속 인물들이 탄창갈아끼는 거 딱 한번 봤다. 지하철에서 강기택이 한번 보여주더군. 심지어 주변에 널부러져있던 남의 총을 집어서 쏘는 장도준 조차 단 한번도 총알에 구애받지 않는다. 절대 총알이 바닥안나는 탄창이거든...(주윤발이냐..ㅡ.ㅡ)
그 외에도 군데군데 지나치기엔 눈에 너무 띄는 장면들이 있고, 거기다가 감동을 배가시키려고 등장시킨 정준커플은 (공감은 가지만) 꼭 필요했나하는 생각이 든다.

지적하려고 하면 꽤많이 나올 장면들이 있지만, 그걸 따지고 드는 것보단 나는 이 영화가 요근래 한국형블록버스터라고 주장하는 영화들중에 가장 나았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등장하는 액션과(기왕이면 부하들 많이 데리고 와서 [언더씨즈2]에서처럼 한명씩 물리치는 액션이 있었으면 하지만...) 긴장감, (의도적이지만) 슬픔을 주려는 설정들......영화를 보면서 하품안하고 시간 아깝지 않았다고 생각들면 된거지. 이런 영화에서 설마 감동까지 바라랴...

감독은 이 작품에서 여러가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히트]의 시가지 장면을 옮겨놓은 듯한 공항 총격장면, [중경삼림]을 오마쥬한듯한 인경과 도준의 만남. [쉬리]의 액션과 감동을 집어넣으려고 노력한 듯한 결말. 적절히 배합된 어색하지 않은 특수효과..차기작은 더욱 잘 만들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출연자중..
'박상민'은 '손병호''권오중'과 더불어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인다. [장군의 아들]에서 보던 그 눈매를 다시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좀더 다듬으면 성격파 배우로서도 클수 있는 그릇이 아닐까...
'김석훈'은 연기를 못한 것은 아닌데...계속 다 보여주지 못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역할에 몰입이 되어있었다면 하는...
'배두나'의 역할에 많은 분들이 배두나 아니어도 된다고 하지만, 내가 봤을때 배두나니까 그렇게 무난히 해냈고 나래이션도 하지 않았나 싶다. (한채영이 했다고 생각해봐라..으...)
'기주봉'은 [와일드 카드]의 반장에서 중부경찰서장으로 승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웃겼다. ^^
이 영화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 캐릭터인 상황실 권실장 '손병호'의 연기는 연기도 잘했지만 멋있었다. 속이 답답하면서도 시원했다.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코메디를 다 책임진 면도날 '권오중'은 심각한 장면의 그림자를 그냥 날려버리는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순풍산부인과]를 넘어서는 코믹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반장인 '임현식'의 연기와 그 대사는 정말 다시한번 음미해봐야 한다. '그래 안다. 네들 살자고 내새끼 죽으라고 한다는거 내가 다 안다!' 기타 등등...
또한 더 실감나는 인물들이라 생각되는 지하철 승객들 (김수현, 남포동 외). 그들은 다같이 살자고 뭉치려다가 누가먼저 죽어야 한다는 생각에 물러나고, 희생하려는 이를 말려보라는 말에 모두 눈을 피하며 살기를 바란다. 이게 현실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공감가는 캐릭터들은 바로 이들이었다. 비겁한 그 모습들...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에 얼마나 만족감을 줄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본 내겐 괜찮은 한국영화로 보였다.

# 영화가 끝나서까지 머리속에 떠도는 생각은 '2초가 남았는데..'이었다. 2초면 영화속 주인공에게는 지구를 3번은 구하고도 남을 시간인데....미소만 보여주고 있기에는 짧지만 긴 시간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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