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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ts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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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8 오후 6:3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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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매트릭스를 봤다. 전편에 비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은 그리 나오지 않고 오히려 애니 매트릭스의 스토리가 더 흥미진진할 정도로 지난 편에서 보여준 속이 꽉찬 스토리의 빠른 전개나 흥미보다는 액션신에 무게를 둔 느낌이 든다. 고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전편과 비교하면서 흥분하거나 실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것은 이 전편인 매트릭스가 있었기에 오늘의 '실망(?)'이 될수 있는 것이다. 전편이 후광을 덧입은 후속편은 뜨지 못하는 이유가 이래서일까? 물론 그 반대의 예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스토리의 구성은 전편보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번 편 역시 복잡하게 꼬이고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대사들과 장면구성은 여전하다. 이점이 기쁘게 만드는 요소기는 하지만 전편에 비해서는 힘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트릭스가 여타 졸작들과 비교될 만한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나는 매트릭스를 처음봤을때 그야말로 입이 쫙 벌어졌다.
이런 영화가 있을수 있단 말인가?
보통 철학적 무게를 가진 영화는 오락성이 뒤쳐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오락성위주의 영화는 철학성이나 메세지성이 약한 경우가 많다. 물론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나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은 그렇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들이나 암울하면서도 화려한 장면들, 그리고 화려한 액션신과 카메라의 움직임...그러면서도 사색이 가능한 내용과 방대한 소재와 서브텍스트.....과연 누가 이런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매트릭스는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시큰둥 했지만 나는 기쁨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갔으며 비디오가 나온 뒤에도 수차례 반복해서 볼 정도로 푹 빠져 버렸다.
이번 영화가 재미없네, 홍콩영화 같네..하는 말은 이 영화의 거포장만 보고 속 내용물은 보지 못해서 생긴 결과다. 또한 전편 매트릭스와 달리 한 편으로 만들어진 거나 다름 없는 리로디드와 레볼루션 중 우리는 그 1/2만 보지 않았나?
만일 당신은 상하편으로 구성된 영화 중 상편만 보고 이 영화는 형평없다고 평할 수 있나?
물론 그 포장이 너무나도 난해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오락성면에 중심을 두려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예를 들면 액션, 눈이 즐거우면서 동시에 내용을 이해하길 바라며)
우리가 보고 있는 진실, 혹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진실들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이 가치란 돈으로 환산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 진실은 완벽한 진실이며 혹은 절대적인가? 절대적이고 완벽한 진실은 진리라고 불린다. 많은 이들이 이 세상의 진리를 찾고자 하지만 사실 그것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과학과 기타 학문들은 진리를 그리고 참된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그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은 50% 이상은 거짓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보다는 사실은 거짓이 더 많은 셈이다. 이 거짓은 인간의 모든 세기, 인간의 모든 역사 안에서도 있어왔다. 예를 들어 천동설이나 자연발생설등은 많은 이들이 진리로 믿어왔던 거짓이며 오늘날에는 절대 진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는 진화론 조차도 그 타당성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는 진화론은 대중과 교사들이 만든 교묘한 거짓말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진실이 만일 우리의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라면 진실은 단지 신호나 전기자극에 불과하다.
전편인 매트릭스는 이런 논리로 우리에게 우리가 믿는 진실이 거짓일수도 있음을, 그리고 매트릭스에 인간들이 갇혀있음을 말했다. 그리고 여기에 온갖가지의 종교적인 예화와 철학사상, 정치적인 우화와 동화적인 요소들이 합성되어 20세기가 준 마지막 선물인 매트릭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럼 매트릭스 밖에 있는 진실은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현실에 가장 가깝게 만든 매트릭스가 사실은 거짓이라면 네오가 매트릭스에서 빠져 나와서 본 현실이라는 것도 사실은 매트릭스나 다름없는 것일 수 있다.
진실은 무엇인가? 눈으로 보고 느끼는것?
<매트릭스 : 리로디드>에서는 이런 질문을 또 한번 던지고 있다. 네오는 매트릭스에서 자유로워 졌다. 그러나 그는 정녕 자유로운가? 그가 가는 곳이나 있는 것, 존재하는 것은 모두 이유가 있고, 예정된 현실일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며 왜 여기에 있나?
과연 우리는 누구며 왜 존재하고 컴퓨터 앞에 모여 있는 것일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던지는 질문에는 하나 같이 '예정대로', '맡겨진 임무대로 혹은 운명대로'라는 말을 하고 있으며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 있는 이유는 반드시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볼펜의 이유를 들어보자. 볼펜은 글을 쓰기 위해 만들어 졌으며 그러기 위해 존재한다. 곧 그 존재 목적이 있다. 창밖에 있는 건물들을 보라. 그것 역시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정밀하게 설계하고 만들지 않았다면 존재할 수 없다. 여기에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존재는 그에 맞는 이유, 즉 창조목적이 있다. 곧 누군가 우리를 만든 그 누군가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진화론은 이것을 부정한다. 진화론은 인간은 우연히 생겨났으며 우연히 일어난 일들을 겪으며 우연한 사고나 병으로 갑작스럽게 죽는다............우리가 안다는 진실들은 대개 이런 식이다.
네오는 예정대로 목적지에 독착했으며 예정대로 트리니티는 총에 맞았으며, 예정대로 모든 것을 알도록 만들어진 키 메이커는 죽는다. 오라클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대로 네오에게 말햇으며, 예정대로 그리고 맡겨진 일대로 살인기계들은 시온을 파괴할 것이다.
이처럼 리로디드의 일들은 모두 예정된 것들이다.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다'는 스미스 요원이 말이 맞는지도............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 그리고 현실은 어쩜 다른 버전의 진실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교묘하게 짜놓은 진실...어쩜 우리나 영화속의 우리의 주인공들은 또 다른 매트릭스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진실같이 보이나 누군가 각본으로 짜여진 계획속에서 말이다.
누군가는 네오가 프로그램이 주입된 인간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그 점에서는 동의하지 못한다.
일단 소스에 들어갔을때 각 소리를 내는 수많은 화면을 채운 네오들이나, 네오가 수많은 별중 하나로 묘사되는 장면이나 '시온은 6번이나 파괴되었었다'는 이야기는 네오가 단순한 사이보그나 프로그램이 주입된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내가 6번'이나 있었다는 이야기나 시온이 파괴된 횟수는 이미 그런 네오가 여러번 있었으며 이 네오 역시 정해진 프로그램에 움직이는 매트릭스, 즉 네오가 믿는 현실조차도 사실은 매트릭스이며 시온이나 기계들도 사실은 현실이나 진실이 아니라 매트릭스의 일부이며 그들역시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 각 임무를 수행할 뿐이고 예정대로 움직일 뿐이다. 네오가 현실에서 살인기계들을 쓰러뜨리는 장면은 또다른 현실의 자각, 즉 현실이라고 믿는 가짜 매트릭스에 대한 자각을 나타내는 장면이라고 말 할수 있다. 따라서 그가 만난 설계자는 사실은 매트릭스의 설계자가 아니라 그렇게 짜여진 프로그램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소스에 도달해서 보이는 수많은 네오들은 다른 차원, 혹은 이공간에서 있을 수 있는 네오들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는 네오는 사실 어느 시대, 어느 차원의 네오인지 알기란 어렵다. 이 이론의 이름은 잘 모르나 수많은 차원의 우주 속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그 말은 그 '나'는 내가 믿는 나와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결국에는 나라는 점에서 나는 곧 one이 아니란 말이 된다. 즉 수많은 네오, 곧 다른 우주에 있는 네오 조차도 사실은 one이므로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우리가 영화에 보는 네오는 지구의 네오인지 아님 다른 차원의 네오인지 모르는 one이 아닌 one이 된 것이다.
즉 네오의 정체는 아주 커다란 매트릭스 속에 있는 또 하나의 '현실'이라고 믿는 세계에 사는 프로그램 혹은 인간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언제나 선택속에 살아가며 그 선택에 의해 방정식과 달리 전혀 예측지 못한 결론을 만드는 존재가 아닐까? 인간은 프로그램이 아니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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