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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탄생만으로도 위대한 걸작이여! 디 아워스
rose777 2003-02-26 오후 2:50:22 1671   [7]

 
[디아워스]를 보고있는 동안 나는 초라해졌다. 병렬과 교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사이에서 단한번도 마모되어 떨어져 나가지 않고 단단하게 붙어 있는(그것은 아교의 효과적인 덧칠의 미학인가. 아직도 나는 내가 본 모든 것을 전혀 믿지 못하고 있는것일런지도 모른다.) 씨퀀스의 연결은 분명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모든 이야기들이 현재진행형으로 가능해지고 있는 , 그러니깐 지금까지 모든 영화들이 시도해왔던 그 가능성들은 완전히 무시된 채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하는 그 고집스러움의 기적의 순간을 보아야 하는 끔찍함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끔찍한 순간에 내가 느끼는 전율은 나의 부족함과 우리 영화들이 불가능이라고 생각해온 모든 경우의 수를 완전히 거꾸로 적분한 이상한 수치값이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우린 자꾸만 안된다고만 하는 걸까. 당신에게 혹은 나에게.)
결국, [디아워스]는 그 기적과 같은 편집이 단순한 기교로 전혀 보여지지 않는 믿을 수 없는 끔찍한 2시간이다. 단 한순간도 관객이 쉴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의 연속가운데, 편집의 교차가 얼마나 환상적인가에 대해 논하기 전에 세명의 여자들이 겪는 고통의 무게가 시간을 넘어서는 순간에 과연 변화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해답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과제는 끝끝내 젊은 시인을 죽이고서야 마무리되고야 만다.

영화는 오프닝과 엔딩의 병렬사이에 세인물의 시대를 교차하고 감정을 나란히 병렬시키며 동시에 공통된 인물(시인 리쳐드)을 끼워넣어 교집합을 만든 후, 영화의 엔딩에 교집합을 다시한번 노출시키며 다시 병렬의 연장선상위에 놓인 엔딩으로 돌아간다. 그러니까, 영화는 동일인물의 시대를 아우르는 전대기적 영화도, 버지니아울프의 [댈러웨이부인]의 이야기를 극화 시킨 가상의 영화도 아닌, [댈러웨이부인]이 매개체가 되어 시대를 극심히 자극하고(이것은 개인이 매개체로 사용되었을뿐 사회를 축소시킨다.) 그 소설의 여파와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것과 또다시 무관하게 인간 고통의 끊임없는 그 연속성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사실은, 우리가 예상했던 혹은 우리가 보아왔던 역사물 혹은 작가의 인생을 그린 그 숱한 전형적인 드라마의 트루기는 아무것도 이영화에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영화의 원작(세월) 속에 원작. 즉 근본적인 존재 사유, 20세기 문단의 자존심 버지니아울프의 [댈러웨이부인]의 댈러웨이부인은 수십년을 아우르는 시간사이에 유령처럼 떠돈다. 그녀(댈러웨이부인)를 죽음으로 모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한 진지한 자문앞에서 결국 자신의 목숨을 끊어버린 버지니아울프처럼 댈러웨이 부인은 자신의 목숨을 내건 차가운 도전에 독자를 끌어들이고(시대와 무관하게, 혹은 시대를 무시한채)독자에게 버지니아울프의 혼령을 덧씌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는 1950년도의 로라브라운(줄리안무어)는 뱃속의 아이의 존재와 무관하게 낯선 호텔방에서 자신의 목숨을 끊어버리려고 하고 있고, 2001년도의 클라리사모건(메릴스트립)은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불리우는 순간 사랑하는 리쳐드의 죽음을 목격해야 한다. 영화를 보는 시점은 이순간에야 명확해진다. 영화 [디아워스]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연속성"이라는 시각에 즈음해서 볼때, 그 시점은 금세 발견된다.(이시선이 당신에게 찾아지면 이영화는 더욱 당신에게 진지해질것이며, 이시선이 당신에게 무시된다면 이영화는 더욱 당신에게 지루해질 것이다.)

영화는 시대를 넘나드는 점프컷사이로 세여인의 사이에 보이지 않게 떠돌아 다니는 댈러웨이부인의 영혼을 밑그림으로 한 소묘화를 그리려고 하고 있으나, 결국 그것은 환상이다. 마치 영화속 세여인은 댈러웨이부인이라는 소설속 가상(진짜같은 가상.)인물에 의해 살아지고 생명을 끊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생을 유지해달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것은 환상이며 멍청한 자백이며 사기일뿐이다. 영화에서 세여인을 살게 하는 것은 [댈러웨이부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녀들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영화를 들여다보는 가장 중요한 두가지 시선중의 하나이다.

그 두가지 시선 중 첫 번째 시선에 대한 진지한 연구---------.
 
자, 이제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영화의 시작. 그 제목으로 돌아가 보자.
[디아워스]라는 제목이 갖는 그 뛰어난 상징성은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시대를 아우르고 , 세명의 여인들을 반드시 "동시에"(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보여주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것은 사소하게 지나치는 우리들의 이상한 습관에 대한 깊은 반성의 시간을 다시한번 깨우쳐주는 중요한 사실이다. 즉, 제목이 말하는 시간의 연속성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모토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이 반드시 함께 동시에 영화 속에 오가야 하는 것은 그녀들이 "연속되어지고"있기 때문이다.(그것도 단 하루안에!) 그녀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마치 [댈러웨이부인]이라는 사장(분명 책은 정지되어 있다.)
된 매개체처럼 정의되어지지만, 결국 그녀들을 살게 하는 것은 "연속성" 때문이다. 삶의 끊이지 않는 고통, 끊어지지 않는 치열한 사랑, 끊어지지않는 관계. 이 모든 것들이 시간으로 인해 혹은 시간을 묵과하면서 연속될때의 그 끔찍함. 그것을 끝까지 관객에게 지켜보게 하는 것이 [디아워스]의 모토이다.
[댈러웨이부인]은 책속에 사장되어 있으나, 1920년 1950년 2001년도의 세여인은 동시에 그 해결되지 않는 불안정성을 연속시켜내고 있는 것이다. 그 연속성의 근본은 물론 버지니아울프다.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신경쇠약 우울증...은 댈러웨이부인의 삶을 그저 행복하게 그대로 방치해두지 않는다. 지속적인 약 복용과 반드시 제시간에 지켜내야만 하는 사소한 식사시간(그것은 그녀에게 분명 사소해 보인다. 타인에게만큼은 중요하지만 말이다.) 동성과의 키스... 도시로 회귀되어지고 싶어하는 버지니아울프의 열정은 댈러웨이부인의 운명이며 로라브라운의 자살이며 클라리사모건의 리쳐드이다. 버지니아울프의 영혼은 시대를 아우르고 댈러웨이부인을 읽는 독자들의 두통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즉 세여인을 괴롭히고 세여인을 살게 하고 세여인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고통의 끊어지지 않는 연속성이다. 고통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로라브라운이 클라리사를 찾아간 것을 보라. 수십년의 세월이 그녀들을 지나가는 사이에 고통은 끊어지지 않고 연속되었다는 사실을 소름끼치도록 정확하게 증명하는 장면이다. (나는 리쳐드가 로라브라운의 아들이라는 설정이 결코 작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연속성이라는 영화의 의도와 너무도 잘맞아 떨어지는 기막힌 설정이다,) 고통을 이겨내거나 삶을 끊어버리거나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연속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반란은 물론,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어지는 그 두 번째 시선에 대한 진지한 연구.

영화는 지금까지 언급한 "연속성"에 기인한 또 다른 스펙트럼을 과감하게 보여주는데 그것은 시대를 통해 달라지는 여성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버지니아울프의 1920년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로라브라운과 클라리사를 통해 현실화되어지는 순간 연속성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어 간주된다. 물론 변질되는 순간 그녀들은 또다시 고통받는다. 1950년대의 로라브라운은 전쟁영웅의 청혼을 받아들이는데 그녀의 고통은 바로 그 즈음에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로라브라운이 아들 리쳐드를 보는 단 한순간도 따뜻하지 않은, 공허하기 그지없는 그 소름끼치는 눈빛은 그녀의 고통을 표출하는 유일한 매개체이다. (경이로운 줄리언무어의 연기!) 1920년대에 사랑하는 남자에게 매끼와 알약등을 챙겨 받던 버지니아 울프의 모습과 1950년대에 남편을 위해 생일 케잌을 만들고 있는 로라브라운의 모습은 이질적으로 보인다. 물론 두여인의 생활은 모두 불안정성이라는 단어로 정의되는 고통의 연속이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모습은 2001년도 뉴욕의 클라리사이다. 그녀는 유능한 편집자이지만 사랑하는 남자 리쳐드의 고통을 지켜보아야 하므로 편치 않다. 에이즈에 걸린 리쳐드는 외부세계와 차단된 공간에서 시를 쓴다. 클라리사는 누군가에게 제공받은 정자로 딸을 태어나게 했으며 현재 생활은 자신의 동료와 하고 있다. 동료는 여자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생활체제는 클라리사의 삶의 이유이다. 다양한 소통수단을 통해 외부세계와 이야기하고 생을 영유해나가는 클라리사의 삶은 버지니아울프와 로라브라운이 (마치 그전의 그녀들이 꿈꿔온 모습처럼 현실화 되는 순간!) 차마 상상하지도 못했던 삶의 방식이다. 클라리사는 규정되어져온 가족생활을 영위하는것에 아무런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말이다. 지금. 현재.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 리쳐드가 죽지 않기를. 사랑하는 딸이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사랑하는 나의 친구가 나의 곁에 있어주기를 클라리사는 바란다.
그런데 물론, "댈러웨이"부인이라고 불리우는 클라리사(그녀의 고통을 예견하는 별명!)는 시간의 연속선상 그 마지막 역에 도착해있는 존재로 고통의 연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리쳐드의 죽음을 목격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역시 이것은 댈러웨이부인이라는 매개체가 2001년도 뉴욕에도 거주하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물론, 이것은 댈러웨이부인의 존재가 아닌, 버지니아울프의 영혼의 주술과 같은 고통의 덧씌움이다. 이러한 다양한 관계 혹은 발전된 행복의 규정. 삶의 방식. 변화된 가족체제등은 디아워스를 정확하게 꿰뚫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시선이다.
 
덧붙이는 작은 시선은 여성을 사랑한 여성에 대한 시선이다. 그녀들을 살게 하고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게 하는 공허함의 근간은. 그녀들이 영원히 잊지 못하는 여성과의 키스. 그 뜨거움에 대한 기억이다. 그 뜨거운 기억에 견줄만한 사랑 혹은 결혼체제는 없다. 적어도 그녀들에겐. 그 기억이 영원한 것은 당연하다. 그것역시. 시간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끊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오직 죽음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고통은 늘 연속되어 지며 삶은 늘 그렇게 불안하다. 영화 디아워스는 삶의 연속성과 고통의 영원함에 대해 끊임없이 노래하는 위대한 주술이다. 그 주술은 영혼을 잠식시키고 삶을 영위하게 만든다. 인간은 고통을 증오하지만 고통없는 삶에 끊임없이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마이클커닝헴의 위대한 통찰력과 스티븐달드리의깊이 있는 여성의 삶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것이 남성에 의해 이루어졌다는것만으로도 이영화는 가치있다. 다양한 시선은 늘 같은 선상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오히려 더욱 부정적일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늘 목격한다. 이렇게)은 위대한 세명의 배우들을 만나면서 걸작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2003년 우리가 기다려 온 걸작시리즈는 디아워스로 시작되었다. 삶의 고통이 연속되듯, 부정하고 싶은 순간의 기쁨은 영원하지 않다. 불안하기에 또다른 방법을 도모하고 순간의 선택에 망설이는 것이 아닌가. 디아워스는 위대한 걸작의 반열에 방금 올라선, 다양한 순간의 고통이 얼마나 인간의 영혼을 멍들게 하는가에 대한 위대한 읊조림이다. 오스카가 이 읊조림을 알아듣든 알아듣지 않든 그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디아워스는 그 탄생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하다.



http://www.onreview.co.kr/
http://cinekim.wo.to/

(총 0명 참여)
누구신지 이다지도 글을 못쓰는 이가 있다니...   
2003-11-0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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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2002, The H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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