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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운명, 그 위를 수놓는 바이올린의 선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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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인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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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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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22 오후 4:5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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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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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가 이전의 다른 여러 영화들을 연상케 하는 건 미덕일까? 아니면 크나큰 결함일까? 프라하를 배경으로 바이올린에 얽힌 사랑과 운명에 관한 영화 ‘캐논 인버스’는 그런 의구심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경매장에서 사람의 얼굴의 장식이 새겨진 바이올린을 두고 입찰 경쟁을 하던 두 사람, 비싼 돈으로 그 바이올린을 사는 한 노인에게 한 여인, 코스탄짜가 그 바이올린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는 회상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녀가 1968년 우연히 만나게 된 그 바이올린의 주인공 남자. 다시 영화는 그의 회상 속으로 들어가 역행(‘리버스’)한다. 초입부터 바이올린에 얽힌 영화라는 점에서 ‘레드 바이올린’을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곤 그 자신, 바이올린과 곡 하나만을 물려 받은 예노 바가. 그는 농장에서 일을 도우면서도 그의 유일한 낙인 바이올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의 소망은 소피 레비라는 피아니스트와 합주를 해 보는 것. 어느 날 우연히 새아버지의 일을 도와 읍내에 나왔다 한 호텔에서 그녀를 만나면서 그의 소망과 꿈은 그저 꿈만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그녀의 도움으로 음악 학교에 입학하고, 거기서 음악적 동지로서의 친구 데이빗을 만나면서, 예노는 데이빗과 함께 광기에 가까운 자신들의 음악적 열정을 고스란히 바이올린에 들이붓는다. 하지만 나치가 프라하를 점령하면서 유태인이었던 소피 레비의 신상에 변화가 생기고, 역시 유태인인 데이빗이 학교를 그만 두게 되어 예노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가게 되면서 놀라운 비밀이 드러나고 그들의 운명은 순탄치 않은 길을 걷게 된다.
음악가들의 삶의 궤적을 쫓는 영화답게 ‘캐논 인버스’는 다분히 이미 ‘시네마 천국’ 등의 영화를 통해 아름다운 음악을 선보였던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다. 예노를 둘러싼 사랑과 우정, 그리고 비밀들 위에 애잔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악들로 영화 전체를 가득 수놓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가로막는 운명 위에 음악이 매개가 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피아노’와 닮아 있다.
영화의 갈피갈피 그들의 사랑과 우정에 가혹한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시대다. 앞서 말했던 나치의 프라하 점령이 음악으로 세상을 정복해 보겠다던 그들의 꿈과 소망을 앗아간다면, 1968년 코스탄짜에게 추억이 깃들인 영혼의 눈이라며 연주를 들려주고 예노를 둘러싼 일들을 회고하다 결국에는 바이올린을 맡긴 채 홀연히 사라지는 바이올린의 주인공과 그녀가 헤어지게 만드는 계기는 구 소련의 프라하 침공이었던 것이다. 대를 이어 반복되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나약한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자신들의 가혹한 운명에 가슴 눈물짓거나 그것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가슴 아픈 사랑을 가꿔 나가는 일뿐이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굴레에 인간 스스로 갇혀버린 것처럼 비극적인 것이 또한 어디 있겠는가. 그 사실을 영화는 여실히 보여준다.
다시 처음의 의구심으로 돌아간다면 영화의 사이사이 ‘레드 바이올린’과 ‘피아노’와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건 그다지 미덕이 될 수는 없을 듯하다. 또한 두 사람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악보의 처음과 끝, 즉 극과 극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은 같은 멜로디를 이어받으며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음악을 뜻하는 제목 ‘캐논 인버스’ 같은 할리우드적 결말이 아쉽지만 오랜만에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캐논 인버스’는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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